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봉 Dec 23. 2021

파트타임 전도사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나의 두 번째 교회 사역 지원기

     약 2주 전, 일요일이었을까요. 드디어 저는 사역자 구인 면접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 결정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사역을 지원했던 일 전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신학생이거나, 나중에 신학을 공부하고 사역할 마음이 있는 분들께서는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원래 제가 교회 사역을 시작하려고 했던 시기는 군대를 전역하고 난 직후부터였습니다. 그때가 2020년 2월이었죠. 바로 파트타임 사역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자립하려고 계획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군대 말년 병장일 때부터 사역 지원을 위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을 써놓은 상태였죠. 또, 휴가에 나가서는 실제로 교회 면접을 보러 가기도 했어요. 한 교회에 직접 갔었는데, 그 교회에서는 결국, 사역자 청빙을 하지 못한다고 연락을 제게 주었죠.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도 사역지를 계속 찾아봤어요. 특히, 저는 군대를 운전병으로 지원해서 가뜩이나 교회와는 조금 거리가 먼 시기를 보냈거든요. 그때는 주말에도 운행이 있으면, 교회에 따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훈련이나 직속상관의 일정이 있을 때면 아예 영내에서 대기해야 할 때도 있었고요. 교회 봉사 같은 일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병, 상병의 시기를 보내다가, 나중에 병장이 되어서는 아예 자발적으로(?) 교회에 가지 않았던 적도 기억이 납니다. 자연스럽게 약간씩 교회나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신학생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혹자는 그러고도 신학생이냐고 질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뭐, 그런데 요즘에는 딱히 신학생이나 목회자라고 믿음이 훨씬 좋거나 신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역자들이 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사역지 얘기로 돌아와서 아무튼, 저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사역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구인공고란을 살필 뿐만 아니라, 타 교단의 청빙 공고란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합동, 통합, 기장, 기감, 침례, 예성…… 가리지 않고 다 찾았죠. 여기 공식 홈페이지에 아이디 하나씩은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저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 소속한 OO교회에 지원서를 썼습니다. 꽤 큰 교회였습니다. 부서는 청소년부였고요. 일단 교단의 색채가 저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저는 성결교에 속한 대학을 다녔지만, 사역하는 교단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그때는 생각했거든요. 또한, 담임목사님께서 해외 유학을 다녀오신 분이라서, 목회를 하면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차로 서류평가를 통과하고, 2차로는 면접을 보았습니다. 담임목사님과 부교역자님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했지요.


     신학대학교나 교회사역 면접은 거의 질문이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이겠지만, ‘지원 동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왜 이 교회에 지원하였는지? 이 부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질문은 면접 주최 측에서도 안 물어보면 이상한 ‘상도(常道)’와 같은 단골 질문입니다. 또,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바로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암송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제가 OO대학교 기독교학과에 지원했을 때도 나왔었습니다. 그 밖에는, 앞으로의 비전이나 계획 등에 대해서도 여쭤보셨고, 자신의 장점이나 특기에 관하여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면접에서는 ‘교회나 담임목회자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은 없는가?’라는 질의도 있었지요. 예상 질문에 대해서는 한 번쯤 미리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면접 시간에 얼마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하네요. 결국, 사역자를 뽑는다는 것은 함께 수년간 같은 곳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약 2년 전에 지원한 교회에서는 결국 사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는 면접까지 통과해서 청빙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임하기 직전인 마지막 주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향후 활동할 성결교단의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결교회에서의 사역만 인정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런 법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교단 차원에서 사역 기간이 인정되는 몇 개의 교단을 정하고, 여기에서 사역하면 인정해주는 제도를 확립하면 좋을 텐데.. 아직 이러한 에큐메니컬한 규칙이 제정되기에는 멀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OO교회와 목회자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21년 12월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죠.


제가 다니는 신학대학원의 졸업 규정상 저는 반드시 다음 학기부터 교회 사역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약 두 달간은 성결교회의 구직 홈페이지를 수십여 차례는 방문한 것 같네요. 처음에는 사역지를 정할 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이력서를 지원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역 환경을 제공하는 교회는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괜찮은 곳들은 지원 접수 마감이 속속히 되었습니다. 점점 애가 타들어 가서, 2~3주 전까지만 해도, 이제는 아무 교회나 지원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제가 그토록 원하던 사역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고가 올라온 지 한 시간 채도 안 되어 목사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지원서와 이력서를 제출했지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목사님께서는 면접을 보러 올 수 있겠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면접에서 목사님께서는 참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면서, 주일마다 커피 내리는 일은 담임 목회자가 담당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일반적인 교회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또한, 목사님은 제가 대학에서 수강했던 담당 교수님의 동기분이시기도 하였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이 맞는 부분도 많았죠. 저 역시 이 교회에서 사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약 30분 정도의 면접이 끝나고, 목사님께서 기도해주시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저번 주에 최종적인 결과를 들었습니다. 함께 사역을 하자고 목사님께서는 답신을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무척이나 감사하였습니다.



     이렇게 저의 두 번째 사역하는 교회가 정해졌습니다. 첫 번째 사역은 신학생 학부 2학년 때부터 4학년까지 했었습니다. 그때는 군대도 가기 전이었는데, 좌충우돌하며 어찌어찌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차분하면서도 성실하게 사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을 먼저 갖추는 사역자가 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라기는, 사역하면서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이기를 소망해봅니다. 간간이 브런치를 통해 소식을 남기겠습니다.


     원래 면접 직후에 돌아오는 길에 쓰려고 했지만, 약간 늦게 면접기를 남깁니다. 그동안 기말고사 시험 주간이라 겨를이 없었네요. 다가오는 성탄절과 겨울 방학 시기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저 또한 충분히 즐기며 쉼을 갖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학대학원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