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이란
엊그제에는 신학대학원 입학 결과가 공지되었습니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합격자 발표’를 클릭하였습니다. 결과는 ‘최초 합격’이었습니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살짝 들기는 하였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습니다. 신학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근 사람들은 잘 아시겠지만, 신학대학원 지원율이 최근에 더욱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개신교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기 때문이죠. 제가 지원한 신학대학원의 현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목사가 그토록 많은데 거기 가면 뭐할 거냐고 말입니다. 학위의 학술적 가치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장래에 학자를 지망하는 저로서는 뼈아픈 충고였죠. 점점 교인 수와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이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접했습니다. 물론, 그분들께서 하셨던 말씀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전하는 귀중한 조언들이었습니다. 현 상황을 파악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언제라도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결국 신학대학원에 지원하였고,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어찌 본다면, 목회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통과 의례’[1]를 맞닥뜨린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나름,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이날을 기점으로 삼아서, 앞으로 제가 신학대학원생으로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잠시 적어보고자 합니다. 약 3년의 기간이라는 목회학 석사(Master of Divinity, M.Div.) 과정에 제가 어떤 것을 선택하고,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지 고민해볼까 합니다. 졸업할 즈음에 다시 이 글을 읽는다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성찰하는 수 있겠네요.
학부를 거쳐보아서 깊이 느끼고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버리고 마는 세월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조금 하면, 학교 공부를 조금 하면, 파트 전도사 사역을 조금 하면, 시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성서에도 “세월을 아끼라”고 나와 있는데, 시간 관리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 반드시 ‘목회 사역’을 해야만 합니다. 그뿐이 아니죠. 목사 안수를 위해서는 ‘목사 고시’라는 시험도 미리 통과해야 합니다. 약 7~8과목 되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에 각종 전도사 교육과 수련회 등에 참석한다면, 불 보듯 뻔하게 세월은 흐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이 말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막상 지키기는 어려운 격언인 듯싶습니다. 가뜩이나 오지랖이 넓은 저에게는 더더욱이 말이죠. 그럼 신학대학원생이 선택과 집중해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요?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 자신이 미래에 어떤 사역 혹은 일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벌써 주위를 둘러보면, 음악을 하는 사람,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 MC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준비하는 사람, 자격증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본인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래에 학자이자 목회자가 되고 싶은 저는 무얼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영어 공부입니다. 이건 제 모교회의 담임 목사님부터 시작해서, 아버지와 교수님, 지인, 선배 그 모두를 통틀어서 한결같이 언급한 항목이었습니다. 영어 하나만 잡아도 3년의 기간은 아깝지 않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무척 많습니다. 학자라면 논문이나 학술 도서를 읽기 위해서, 목회자나 선교사라면 외국인 사역과 더 풍부한 설교 자료를 위해서, 그 밖의 일을 한다고 해도 영어는 반드시 유용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둘째는 독서입니다. 학부를 다니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떠먹여 주는 공부로 배불러서는 안 된다.’라는 점입니다. 필수 학점을 채우기 위한 수업에서 하라는 것만 한다면, 결코 학생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장이 제한됩니다. 특히, 한국의 신학대학원은 대부분 교단 중심적으로 운영됩니다. 즉, 신학을 배우더라도 특정한 시각으로만 공부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는 자칫하면 편협한 관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도는 바로 독서입니다. 혹은 직접 다른 곳에 찾아가서 청강을 하거나, 정식으로 수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혼자서도 끊임없이 학습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시도를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셋째는 책임 있게 행동하기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잘 맺고 끊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목회 사역을 진행하면서 이것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파트 전도사 사역을 하면서 의욕이 넘쳐났습니다. 뭐를 시도해도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여러 가지의 일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밤샘도 하루 이틀이지, 항상 초인처럼 지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과 역시 들였던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초라했습니다. 당연히 책임지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았구요. 만약에, 신학대학원생이 되어서 사역의 현장에 나가게 되면, 이제는 ‘최소한의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게 무슨 믿음 없는 말이냐고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것’만이라도 성실하고 열심히 잘하자. 이것만 지켜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제가 앞으로 신학대학원 기간에 무엇을 준비할지 간략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솔직히,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제일 중요하다 싶은 항목만을 추렸습니다.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일반적인 신학생, 신학대학원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 꿈은 전임 목회자가 아니라, 학자와 연구자가 되는 것이기에 그러했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저도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 혹은 타지에 선교하러 나가는 선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입니다.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데요. 신(神)께서는 우리가 ‘어떠한 종류의 일’을 하는지는 그리 개의치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일을 하려는 마음의 동기’가 무엇인지, ‘무슨 의도’로 하는지를 더 중시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폭염이 지속되는 지치는 날씨이지만, 각자가 뜻하는 바를 품고 원하시는 길을 걸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성실하게 제 앞길을 준비하겠습니다. 목회학 석사 과정에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말입니다.
어쩌면 목회학 석사 과정(M.Div.)이란 저에게 ‘끊임없이 성찰하고 행동하고 반성하게’ 하는 일종의 표지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
[1] 통과 의례(通過儀禮, rite of passage)란 인간이 성장하면서, 하나의 단계에서 또 다른 단계로 이행할 때에 수행하는 의례(儀禮)이다. 대표적인 통과 의례로는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서약식 등이 있다. 어떤 개인이 기존에 속해 있는 집단에서 새로운 집단에 들어갈 시에 나타나기도 한다(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