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 번째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지금까지 계속해왔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 결과도 마찬가지다.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약 두 달 전이다. 예전에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정확히 어떤 플랫폼인지 잘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선배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았다. 선배의 글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 글을 쓰고 있음을 알았다. 브런치를 자세히 둘러보니, 평소에 글을 읽고 쓰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내가 원하는 관심사의 글도 여럿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브런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가입했다. 그렇게 나와 브런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곳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 소위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다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 작가라면 특출나고 뛰어난 사람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글을 올리는 작가들의 프로필을 보니까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그들은 일상 속에서 보고 느낀 점을 글로 남길 뿐이었다.그때부터 내 안에 작은 소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나도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일단 결심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는, 곧바로 브런치앱 좌측 상단에 있는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프로필과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간략하게 작성한 후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런 다음에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지원 결과가 나왔다. 하하... 어쩌면 뻔한 결과였다. 첫 번째 작가 신청을 할 때에는 아무런 '자료' 없이 지원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에는 '저장글'을 자료로 첨부한다. 저장글이란, 글을 발행하기 전에 미리 저장해놓는 글이다. 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가'가 되어야 하며, 그 전에는 저장글밖에 쓰지 못한다. 따라서 저장글은 작가가 되기 위한 평가를 할 때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저장글은 최대 3개를 첨부할 수 있다. 다시 새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두 번째 작가 신청을 할 땐 저장글 1개, 세 번째 도전에는 저장글 2개, 네 번째에는 저장글 3개를 넣어서 지원했다. 그 결과는,
C.S.Lewis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이라는 명언이 나에게 무색함을 넘어 퇴색함을 안겨준 순간
모두 탈락이었다. 참담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름 글 좀 많이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글짓기 상을 제일 많이 받았고, 초등학생 때에는 '독서학교'를 통해 논설문 등을 주 2~3회씩 몇 년 동안 썼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인문대학(B. A.) 특성상 모든 과제와 평가가 글의 형태로 이루어졌기에 글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조별과제를 맡으면 항상 보고서를 담당했고, 간간이 공모전에 참가했을 때에도 '글쓰기 부문'에서 입상을 가장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쓴 3편의 글이 모두 퇴짜를 맞았다. 솔직히 기분이 더러웠다. 아니, 지들은 얼마나 잘 쓰길래 번번이 작가 신청을 거절하지? 이게 뭐 작가가 된다고 바로 책 출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손해보는장사도 아닐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모든 문서의 초안은 끔찍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죽치고 앉아서 그저 쓰는 수밖에 없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1953 노벨문학상)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아니, 말을 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은 아직 저장글이다. 만약 내가 끝내 브런치 작가로 등단되지 않는다면, 이 글은 오로지 나 혼자만 보기가 가능하다. 부디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랄 뿐. 만약,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동안 좌절과 패배감을 맛보았던 저자에게 간단한 위로 한 마디 남겨준다면 고맙겠다. 현재로서는 언제 그 위로를 받을 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나 역시 글을 못쓰지만,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서 떨어지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예전에는 더 못썼다. 약 11년 전, 초등학생일 때 글짓기 대회에 나가려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글을 다 쓰고 엄마한테 어떤지 보여주었다. 엄마는 나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준봉아, 너 글을 왜 이렇게 못써?" 나는 적잖이 당황하였다. 분명 말투는 칭찬의 어조인데, 문장의 내용이 그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글을 쓴 후에는 반드시 몇 번이고 탈고를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도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습작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졸작과 아류작을 남긴다. 따라서 지금 글을 잘 못쓴다고 하여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당신만 못쓰는 게 아니다. 나도 못쓰고, 아마도 당신 주위 사람의 90%정도는 못쓰리라고 감히 확신한다. 기죽지 말고 이것만 기억하라.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지금 계속 쓰고 있느냐'이다. 아무리 글을 잘 썼던 사람이라도, 글쓰기를 멈추면 실력이 퇴화된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는 잘쓸 것이고, 나중에는 전자보다 더 잘 쓸 날이 올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 토니 모리슨 (1988 퓰리처상, 1993 노벨문학상)
고로 나 역시 계속 글을 써보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저장글에 쓰면서 글쓰기를 쉬지 않을 생각이다. 최근에 '야나두'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거기서 조정석은 시청자에게 영어를 어렵게 공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짧고, 쉽게 하루에 딱 10분씩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반복, 또 반복하다 보면 영어가 입에서 툭! 툭, 툭! 나온다고 한다.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쓸 수 있는 대로, 하루에 짧고 쉬운 글 하나씩만 써보라. 그걸 반복하면 나중에는 글쓰기가 손에서 툭! 툭, 툭! 나올 테니까 말이다. 나와 당신에게 언젠가 그럴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조정석의 명대사로 글을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