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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Apr 24. 2024

전문가로 가는 길(1/2)

A to Z를 아는 사람 vs 숟가락만 얹은 사람, 그리고……

-  내용이 다소 길어서 1,2편으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1. 최근 수십개의 M&A를 성사시킨 모 회계법인 대표를 만났다. ‘과연 한국에 M&A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될까?’ 궁금했는데 총 30~40명이라고 했다. 큰 회계법인별로 4~5명 정도라는 말이다. 그러나 M&A 전문가 모두 손을 들라고 하면 최소 300명~400명 정도는 될 것이다. 


2. 실제로 어떤 큰 딜 하나를 클로징하려면 최소 3,4명은 참여한다. 그 안에는 최종의사결정자, 분석자, 혹은 보조하는 사람 등 다양한 멤버들이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보통 1명밖에 없다고 한다.  


3. 이것은 비단 M&A 분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영업도 마찬가지다. 영업에도 다양한 전문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단독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구와 시스템, 그리고 조직이 없으면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에서 이력서를 검토하다 보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전문가라고 말한다.  


4. 전문가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일을 A to Z까지 아는 사람, 즉 혼자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반대편에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분들이 많다. 물론 좀 더 관여했던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 일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력서에 그것을 기록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책임자를 선발하는 경우에는 다른 문제다. 


5. 물론,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전체를 다루는 전문가를 두지 않고, 각 부문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업도 있다.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그 직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것과 더불어 지식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분산시킨다.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권장할만하지 않다. 용도가 제한적인 사람, 즉 호환성이 약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적어도 더 많은 분야를 경험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6. 개인 입장에서는 내가 기업을 나와서도 단독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가? 를 기준으로 나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 그러려면 조직에 속해서 일을 하더라도 항상 내가 개인 기업으로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일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직접 다 해 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제안하고 다 해보는 것이다. 돈 벌면서 배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7. 창업자들과 함께 일하거나 그들이 하는 말을 들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보통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아주 세밀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다. 사실, 그 하나 하나의 지식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대개는 엄청난 값지불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8. 뛰어난 경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중 한 명이었던 GM의 슬론은 1년에 두차례 2주간 예고 없이 지방 카센터에서 일했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차량 수리도 하고 카센터 책임자와 일하면서 고객을 이해하고 문제를 다 파악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는 자기가 본 것을 다 기록하여 전 직원들에게 어떻게 일할지 알렸다. 


9. 어느 병원에서는 직원들이 매년 1박2일간 다른 지역에 있는 계열사 병원에 입원 경험을 하게 한다. 고객으로서의 불편함이나 병원 서비스에 대한 감사나 직원들의 수고를 직접 경험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려는 목적이다. 어느 호텔은 우수 직원에게 포상으로 전국에 있는 다른 호텔을 이용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현장과 바닥을 아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친 현장을 겪을수록 다른 사람들이 갖기 어려운 무기를 장착하는 기회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어서 2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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