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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May 06. 2024

자녀와 함께 하는 부모님 자서전 프로젝트

어버이날과 더 좋은 여름 휴가 계획

이 글은 9년전 장모님 자서전을 기록한 것과 관련된 이야기다. 엊그제 어버이날을 미리 축하하여 장모님을 찾아 뵈었다. 어젯밤, 장모님 스토리를 듣다 보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자서전(2)를 기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모님과 장인은 소천)


1. 딸 아이가 중2때,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장모님을 찾아 뵈었다. 

수고한 아내에게는 3일간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주고, 아빠와 딸이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2. 15년전부터 항상 2주간 여름 휴가를 가졌다.

매 휴가때마다 첫 주는 가족과 함께하고, 나머지 한주는 온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주간을 가져왔었다. 그때마다 한 주제씩 책을 읽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령, 사회적기업 관련 모든 책을 읽는 것이다. 


3. 딸 아이와 함께 짐을 꾸려 장모님이 계신 진천으로 향했다. 

그 기간에 '장모님 저서전'을 쓰기로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장모님표 청국장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 2박3일, 나는 장모님께 어린시절부터 살아오신 날들에 대해 질문하고 장모님은 답변하셨고, 딸아이는 워딩과 편집 작업을 맡았다. (워딩 속도 때문에 녹음을 함) 

- 매 식사 후 서너 가지 질문을 하면 장모님은 답하시곤 했는데 금세 한나절이 지나갔다. 다시 청국장 혹은 된장찌개 먹고 이어지는 스토리, 맛난 음식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 역사를 잘 모르는 아이에게는 현대사에 대한 자연스런 공부와 더불어 무엇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신 장모님을 통해 인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할머님을 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 장모님은 16세이던 6.25때 아버님을 잃으셨는데 초평 저수지에 쌓여 있는 시체더미를 뒤지고 울부짖으며 아버지를 찾았던 이야기도 말씀하셨다. 

- 같은 해, 공산군의 총에 목을 겨누이시면서도 서울법대생 육촌 오빠를 장롱속에 숨겨주어 목숨을 살린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스토리를 쏟아 내셨다. 그분은 후일에 저명한 부장판사가 되셨는데 그 후 수십년간 많은 도움을 주고 집에도 여러 번 찾아오셨다고 했다.


4. 2박 3간의 자서전 작업은 한사람의 인생 영화였다. 

해방이후 6.25와 보릿고개를 거치며 살아오신, 진천과 서울을 오가며 겪은 지난한 이야기들, B5 용지 90페이지의 자서전 "어머니”(부제: 진천에 살어리랏다)”는 그렇게 나왔다. 


-3일간 자서전을 완성한 후 내가 잘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보내 감수를 받았다. 몇 년 전 천만관객을 모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보다 더 많은 스토리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자서전 완성 후 형제 자매들에게 다 공유했다. 그런데 리얼하게 기록하다 보니 약간은 부담스러워하는 형제도 있었다. 어린시절의 치부(?)가 드러난 부분도 있었으니까(그래서 약간 순화시키기로 했다.)

-공개 출판까지는 어렵지만 나중에 책으로 출간하여 어머님이 하늘나라 가실 때 함께 묻어 드리기로 했다.


5.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이제 대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어머니(2)”를 완성할지 의논해보아야 할 것 같다. 어젯밤에 스토리를 들어보니 9년전에는 듣지 못했던 시리즈가 꽤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6. 우리 모두는 각자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나는 나중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자녀나 손자손녀에게 어떤 자서전을 들려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남겨줄 정신적 유산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스토리가 많은 가문이 진정한 명문 가문이라는 것을 어젯밤 늦게까지 말씀하신 장모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7. 딸 아이가 나중에 나처럼 자기 자녀와 함께 나나 아내에 대한 스토리를 들어볼지는 알 수 없고 기대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나와 함께 할머니 스토리를 들었던 3일은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다만, not taught but caught 라고 했기에 아이속에 무엇인가는 남아 있지 않을까? 


적용질문

1. 이번 어버이날이나 여름휴가에는 부모님의 인생스토리를 자녀와 함께 듣고 부모님의 자서전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2.자손들에게 남기고 싶은 내 인생의 3가지 스토리는 무엇이면 좋겠나? 그 스토리 제목 3가지를 미리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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