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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Jul 29. 2024

인사人事관리가 아니라 사람관리를 하라

평생 4개 직종, 15개 직장 경험 시대의 HR변화 방향

* 이 글은 월간 인사관리 8월 "HR비전" 칼럼입니다. 원제목은 'HRer들이여, 인사 人事관리가 아니라 사람관리를 하라'입니다. HRer뿐만 아니라 경영자와 리더후보들이 생각하실 내용이기도 합니다. 


‘선진경제, 선진사회가 되려면 사회 각 기관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엘빈토플러의 말이다. 그는 각 기관을 자동차 속도로 비유했다. 가령, 기업은 시속 100마일, 가정 60, 노동조합 30, 정부조직 25, 공교육 10, 정치시스템 3, 법과 법기관 1마일로 달린다.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기관의 불균형이 선진사회로 가는 속도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최근에 누구나 실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변화 중 하나는 직업과 직장선택이다. 10년 전만해도 평생직업, 평생직장이 익숙했지만, 요즘은 기성세대에게조차 그 단어가 생소하다. 토플러는 기업을 가장 빨리 달리는 자동차라고 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 부서별 속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그 중 하나인 인사부서의 시각과 도구도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제 현실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1) 새로운 사회의 HR - 인사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HR Masscustomization) 

미국 한 조사에 의하면 ‘Z세대는 평균 4개의 직종(직업)과 15개의 직장을 다닐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과 미국을 비교, 조사해 보니 한국의 흐름이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변화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원들의 필요는 다양하고 주도권이 기업에서 직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가능 인구구조의 변화를 보면 그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권력은 의존에서 나온다. 이제 권력이 직원에게 넘어가고 있다. 우수 인재의 수요공급 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품영역에서는 오래 전에 대량생산(mass production)과 고객화(customization)를 합성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이 기업혁신으로 자리 잡았다. 각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한 기업들이 고객에게 선택받고 성공했다. 델 컴퓨터가 개별고객 주문 후 상품조립, 공급한 혁신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인재영역도 마찬가지다. 2년에 한번씩 직장선택이 이뤄지고 직원 각자의 니즈가 너무 다양하기에 인사야말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이 필요하다. 최근 직장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나 유연근무를 하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HR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을 따라야 하는 분명한 증거다.   


(2) 인사(personnel)관리에서 사람(person)관리로 - 일과 프로세스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라

발레용어 사전에는 두 종류의 발레리나가 나온다. 첫째는, 발레단 하위에 속하는 군무급 멤버들인 빼르소넬(personnel)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상위 멤버인 아르띠스뜨(artist)다. 인사관리(人事管理)는 영어로 Personnel Management인데 한자나 영어 모두 직원을 개인보다는 주주나 고용주 반대편에 있는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1인 기업’이나 소위 ‘핵 개인’의 시대가 되면서 기업도 이제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상대해야 한다. 이는 직원을 더 이상 빼르소넬이 아닌 아르띠스뜨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을 집단으로 취급하던 인사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인사정책 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HRer들이 일과 프로세스보다는 사람중심의 시각을 갖는 것, 즉, 인사관리가 아니라 사람관리로의 초점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HRer로서 내가 인사관리와 사람관리 중 어느 편에 가까운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성과평가를 예로 들어보자. 


여기 모 기업의 A, B HRer가 있다. A는 싱반기 성과평가를 제대로 하기위해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진행과정에서 각 조직 및 개인의 등급, 비율, 일정 등을 잘 조율하여 완벽을 기한다. 정확한 평가를 위한 여러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경영자가 평가결과 파악이 용이하도록 컴팩트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비해 B는 이번 평가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경영자 후보 3인과 그 이유, 그리고 등급이 두단계나 하락한 핵심인재 3인 관련 보고를 첫 페이지에 넣었다. 재배치가 필요한 2명에게는 새로운 포스트를 제안했고, 등급이 하락한 인재들에 대해서는 개인면담을 통해 직속상사와 전략관련 이슈 2가지를 보고서에 담았다.


현재 당신은 위의 두가지 경우 중 어느 쪽에 속하나? A에 가깝다면 인사관리를, B에 가깝다면 사람관리를 하고 C레벨에 가까운 HRer 라고 할 수 있다.  


(3) 평등에서 공평으로 - 리더 후보는 의도적으로 길러야 한다

위에서 직원을 주연으로 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기업을 이끌어갈 리더후보들에게는 의도적 일대일 관리와 집중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공평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의도적 투자 없이 그때그때 사람을 골라 쓰는 것은 마치 주식에서 단타매매(Day-Trading)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단타매매로 생계를 유지할 확률은 경마장 카지노 테이블이나 비디오 포커로 돈을 벌 확률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도적 양성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인재양성은 나무를 기르거나 자녀양육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최고 경영자나 인사 책임자의 각 후보들에 대한 헌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이 일을 맡는 HRer의 선발과 양성 방식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는 경영자 재목이 가능한 최우수 인재를 HRer로 선발해야 한다. A가 A를 알아보기 때문이다. 

‘인사는 아무리 해도 숨길 수 없다.’ 또한, ‘경영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의도되고, 계획된 것으로 간주되고 관찰’되는 법이다. 우리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최우수 인재의 배치를 보면 그 기업의 우선순위와 기준을 알 수 있다. 인사가 만사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늘 말하지만 B평가 받는 인재를 세운다면 그것은 자기 기만이고 모순이다. 


물론 이것은 인사부서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돈을 벌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최우수 인재가 인사를 경험하고 경영자가 되면 인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결이 다른 의사결정을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들 중 일부는 CHRO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라인 경영자의 길을 갈 수 있다. 


이제는 인구구조의 거대한 변화와 생성형 AI의 출현, 그리고 직장에 대한 의식변화 등으로 HR은 그 어느때보다 큰 변혁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HRer들은 개인 맞춤형 인재경영을 통해 각 사람을 주연으로 대하고, 일과 프로세스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에 대해서는 집중 투자하는 것이 공평과 생산성 측면에서 타당한 맞춤형 인재경영 방식이다. 이런 움직임이 없으면 2년에 한번씩 옮기는 우수한 직원들을 방어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인사관리가 아니라 사람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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