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개월 후 퇴사합니다. 바뀔 것 같지 않아서요.

(부제 1: 퇴사 전, 대표이사에게 편지를 쓰라)

by 전준수

(부제 2: 진심을 담은 제안이 당신에게 남길 변화)


두 달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3년 차 직장인 Y를 만났다. 그는 대학때부터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계약을 연장하고 더 다닐 가능성은 없나요?"
"없습니다."


그는 단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부서 내에서 새로운 일이나 일하는 방식을 제안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른 부서와의 협업은 더 답답했다고 했다.


이처럼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한 Y는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유익할까? 당신이 Y라면 어떻게 할까? 혹은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퇴사 전, 대표이사에게 편지를 쓰라

나는 Y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제가 Y라면 대표이사님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가능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요. 단, 불만이나 어려움을 쓰지는 마시고요."


퇴사 전의 확정된 시간은 종종 애매하다. 이미 떠날 것을 결정했기에 회사에 큰 변화를 만들기도,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Y도 남은 시간을 이직 준비에 쓸까 고민했지만, 뭔가 찝찝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 관점을 이야기했다.
"Y님이 회사를 떠나기로 한 이유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혹시 대표이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대표이사와 진실의 부재
대표이사, 그것도 오너인 대표이사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는 직언을 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충성되어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누가 진짜 충성을 보이는지 알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알더라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앞에서만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싫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의심이 많은 오너라 할지라도 알면서도 속거나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가스 라이팅의 또 따른 형태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린 GM의 알프레도 슬론은 격주로 젊고 유능한 피터 드러커와 90분간 일대일 미팅을 가졌다. 어느 날 드러커가 물었다. "제 조언을 듣지 않으시면서 왜 미팅을 지속하십니까?"
슬론은 이렇게 답했다.
"회사에는 나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내게 진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편지 작성의 네 가지 가이드라인

나는 Y에게 편지를 쓸 때 다음 네 가지를 지키라고 조언했다.(물론, 편지가 아니라 대표이사 면담일수도 있다. 이는 대표이사가 읽는자인지, 듣는자인지에 따라 다르다)

첫째, 감사로 시작하라: 회사에서 배운 점과 급여에 대한 감사는 기본이다.

둘째, 대표가 모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와 기회,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라.

셋째, 대표의 이해와 가치에 기반한 제안을 하라: 사람은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반영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과 이해를 기반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넷째,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라: 감사의 마음과 함께 회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메시지로 끝맺어라. 당신의 인생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다.


Y는 망설였다.
"대표님이 제 편지를 읽으실까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건 Y님 자신을 위한 투자입니다."


왜 편지가 필요한가?

Y의 편지가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Y가 자신이 느꼈던 문제와 해결 방안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표현함으로써 배움을 얻는다는 점이다.


첫째, 자신의 성찰: 편지를 쓰는 과정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둘째, 이직 준비: 퇴사 사유를 더 명확히 설명하고, 마지막까지 제대로 하려고한 자신의 노력과 예의를 증명할 수 있다.

셋째, 장기적 성장: 설령 Y의 주장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얻는 피드백은 앞으로의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된다.


Y는 이 이야기에 수긍하는 듯했지만, 아직 편지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3개월을 보내는 것보다는 몇 배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의 기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적용 질문

1. 퇴사 전,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과 최고의 일은 무엇일까?

2. 가장 성공적인 퇴사 마무리, 혹은 아쉬웠던 마무리가 있다면 언제였나? 어떤 교훈을 얻었나?

3. (당신이 오너나 대표라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