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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표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부제: 세 번이나 실패한 그 자리, 문제는 대표가 아니다

by 전준수

수천억 규모의 기업 CHRO가 찾아왔다. 꽤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이유는 명확했다. 창업자가 오래 전부터 집중해온 작은 계열사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를 다시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자리에 지난 2년간 몇 명이 있었나요?” 세 명의 대표가 교체됐다는 대답에, 나는 바로 직감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사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되물었다. “그 자리가 계속 실패했던 이유를 분석해본 적이 있나요?”


한두 명이 실패했을 때는 사람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세 번 연속이면, 시스템과 접근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한달 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15~20년차 경력자들이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기업편)에 대한 글이었다. 그때도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일 수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높은 레벨, ‘대표 채용’의 이야기다. 책임과 영향력이 훨씬 큰 자리인 만큼, 실패의 원인도 더 깊고 복잡하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판’을 먼저 바꿔야 한다.

나는 그에게 세 가지 점검 포인트를 전했다.


(1) 기대와 투자, 그 간극이 실패를 부른다

그는 창업자의 기대치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실적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너무도 컸다. 무엇보다도, 기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전략이 없었다.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했다면, 이미 이전 대표들이 성공했을 것이다. 세 명이 실패했다는 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 투자에 대한 시각,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도 같은 실패는 반복된다.


(2) 성과는 환경에서 나온다: 대표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

목표를 이루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문제는, 새로운 대표가 자신의 강점과 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는가다.

많은 조직은 여전히 대표에게 ‘방향’이 아닌 ‘방식’까지 통제하려 한다. 이 지점에서 어긋남이 시작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목표에서는 일치, 행동에서는 자유, 관계에서는 신뢰.”

이 원칙은 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새로운 대표에게 진짜 책임을 맡기려면,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에게 충분한 권한과 설계 권리를 주라. 자유 없이 책임만 지우는 구조라면, 또 실패할 수밖에 없다.


(3)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전과 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나는 그 HR책임자에게 전혀 다른 접근을 제안했다.

- 인센티브 구조부터 바꿔라: 단순 연봉 계약이 아니라, 성과 연동형 구조나 지분 인센티브를 고민하라.

- 인재 풀을 넓혀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성공 경험이 있는 교포, 은퇴자, 외국인까지도 고려하라.

- 성공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하라: 내부 언어가 아닌 외부의 언어로 창업자와 대화하라.


그리고 이렇게 전했다.
“당신이 상사의 오더를 충실히 수행하려는 태도만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없다.
그분은 많은 것을 알지만, 동시에 취약점도 갖고 있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당신에게 온다.”


그리고 한 가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덧붙였다.
“제가 전에 이랜드 그룹에서 ‘한 사람 찾기’ 프로젝트를 할 때, 사람을 잘 찾아서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새로운 조직 구조, 사업 재편, 시스템 변화를 제안했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창업자와도 더 열린 대화가 가능했고, 창업자의 강점 역시 더 잘 살아나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답니다.


** 마무리하며

혹시, 당신의 팀에도 ‘그 자리가 늘 실패하는’ 자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사람을 바꾸기 전에 구조부터 점검해보자. 바꿔야 할 것은 사람보다, ‘판’일 수 있다.


적용 질문

1. 우리 조직에 반복적으로 실패한 자리는 없는가?

2.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자기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가?

3. 인재를 바꾸기 전에, 구조를 바꿔볼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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