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제가 탈탈 털려서 거짓말도 못하겠네요”
“제가 대표로 결정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며칠 전, 새로운 회사의 대표로 출근한 한 분을 만났다. 분기마다 한 번씩 만나오던 터라, 축하도 전할 겸 차 한잔을 나누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면접장에 갔는데, 전에 투자사에서 일하시던 분이 딱 앉아 계신 거예요. 앉자마자 그랬죠. ‘제가 드릴 말씀이 많지는 않네요. 이미 저를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그는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선임되었다.
당시 그가 맡고 있던 회사의 실적은 기대보다 못했고, 오히려 리스크 요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투자사 출신 인사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걸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가 전 직장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사람이 지금 프리라면,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로 모시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실은, 그 분은 몇 번의 회의, 발표 자리를 통해 인상 깊게 본 게 전부였다. 서로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그런 스쳐간 만남이 결국 그의 다음 기회를 결정한 셈이었다.
(1) 문제는 실적보다, 태도와 신뢰일 때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많고, 억울한 일도 생긴다. 그러나 실적이 다는 아니다. 태도와 신뢰가 결국은 더 멀리 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영자나 투자자, 대기업의 C레벨 리더들은 언제나 ‘해결사’를 찾고 있다는 것. 정직하면서도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전형 해결사.
그들은 항상 ‘돈이 되는 사업’과 더불어 주목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돈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VC들은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경영자 풀(pool)을 인재 자산처럼 따로 관리한다. 자금 못지않게 ‘사람’이 그들에게는 가장 귀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가 아쉬워도, 과정에 진심을 담은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의 시야에 들어간다.
그래서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의 자세가 중요하다.
(2) 당신을 추천할 사람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는 늘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그 평가자가 내가 예상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도, 정말 몇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저 사람은 다음에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느낀 경우가 있었다. 나조차도 그런 마음을 품었는데, 누군가는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자.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다음 기회의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고수들은 고수를 잘 알아보는 눈이 있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실은 오랜 경험과 역량의 결과로 나온 통계 자료 때문이다.
(3) 우리는 못 보더라도, 신들은 보고 있다
아테네 신전에 새겨질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의 이야기다.
신전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질 조각이었기에, 사람들이 지상에서 봤을 때는 뒷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조각의 뒷면까지 정성을 다해 만들었고, 작업 후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담당 정치가가 말했다.
“조각의 뒷면은 아무도 못 보잖아요.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비용을 받아야 하죠?”
그러자 조각가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들이 보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 마무리하며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분 앞에서 제가 탈탈 털렸거든요. 거짓말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혹시 오늘도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될 수도 있다. 결국 나를 증명하는 건, 성과보다 ‘쌓여온 시간’이다. 보이지 않는 순간이 모여, 보이는 기회를 만든다.
오늘의 태도는 내일의 기회를 만든다.
적용 질문
1. 지금 나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2. 최근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증명하고 있는가?
3. 누군가를 추천한 경험이 있다면, 나는 왜 그를 기억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