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시의 청년 취업 프로그램을 보며

부제: ‘쉬었음’ 인구가 50만 명을 넘긴 지금, 다시 생각해야 할 것

by 전준수

2024년 2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15~29세)의 ‘쉬었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었다. 단순히 쉰 게 아니다. 이력서도, 방향성도, 자신감도 잠시 내려놓은 상태다.


서울시는 이런 청년을 돕기 위해 ‘청년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AI 면접체험, 역량검사 확대, 월 10회 특강, 1만여 건의 면접 기출 문제 제공. 그리고 270명을 대상으로 ‘서울형 청년인턴 직무캠프’를 운영해, 국내외 77곳 기업 및 국제기관에서 4개월간 인턴십을 제공하고, 사전 100시간 직무교육과 정장 대여, 이력서 컨설팅 등도 지원한다.


청년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을 환영한다. 다만, 기업에서 사람과 조직을 책임졌던 CHRO이자 경영자로서, 내용을 읽으며 아쉬움과 우려가 함께 들었다.
지금 바꿔야 할 방향, 그리고 설계해야 할 다음 단계를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1) 요령이 아니라 실력이다 – 핵심 관점 전환

전체 구성에서 받은 첫 인상은 취업 사교육을 공공이 운영하는 듯한 구조라는 점이다.

면접 기술, AI 모의 평가, 자소서 코칭… 이런 도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청년이 “나는 무엇에 몰입하며, 어떤 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많은 미국 대학에서는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강점 진단(Gallup CliftonStrengths)을 시행한다. 강점 기반 자각이, 진로 설계와 몰입의 출발점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언제 몰입했는가’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강점과 기질을 바탕으로 어떤 직무와 산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연결해주는 일이다.


역량검사의 횟수를 월 5회에서 10회로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단 한 번의 검사로도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청년이 자신의 강점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준비가 시작된다. 그 이해가 곧 실력이고, 실력이 곧 신뢰다. 기업도 작은 지원금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업에 맞는 사람 채용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은 광고가 아니라 성과와 입소문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2) 270명으로는 안 된다 – 설계와 확산의 구조 문제

서울형 청년인턴 직무캠프의 인원은 270명. 이는 서울시 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 인구 대비 매우 적은 수치다.

물론, MVP(Minimum Viable Product) 개념의 시범사업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시범사업이 확산은커녕 조용히 종료되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친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수요에 기반한 설계가 아니었고, 측정 가능하고 도전적인 성과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시는 최근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해 5년간 4513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함께잇다・연결잇다・소통잇다”라는 3대 전략도 제시되었다.

이전보다 진일보했고, 방향은 좋다. 그러나 4513억 원을 써서 과연 4513명의 일자리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이번에도 ‘선의 기반 대규모 투입’이 성과 없는 반복으로 귀결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 말하는데에는 근거가있다. 아래에서 추가 설명한다.


(3) 의도는 충분했다 – 하지만 구조가 실패했다

왜 청년 취업 정책을 말하며 출산 정책을 예로 드는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총 380조 원(중앙정부 280조 포함)을 투입했다.
그 결과는? 출생아 수는 48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단순 계산으로, 1억 원당 1명을 더 낳게 했다면 380만 명이 태어나야 했다.

최근 한 민간 기업이 "아이 한 명당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지만 정부는 이미 그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쓰고도 변화에 실패했다.


이 말은 곧, 돈이 아니라 전략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청년 취업도 다르지 않다. 의도는 충분하다. 그러나 구조가 실패하기 쉽다.


** 마무리하며

지금 우리는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시간이다. 이제는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요령보다 → 실력

시범보다 → 확산 가능한 생태계

횟수보다 → 실질적 변화

선의보다 → 성과로 입증되는 구조

정책보다 사람, 과정보다 구조, 지원보다 변화 중심 설계로 이제는 진짜 ‘작동하는 정책’을 만들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적용 질문

1. 나는 지금, ‘나의 강점’을 정확히 알고 몰입하고 있는가?

2. 내 커리어 준비는 ‘요령’ 중심인가, ‘강점과 실력’ 중심인가?

3. 우리는 지금, 숫자와 과정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변화를 만들고 있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HR로 지원하고 싶은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