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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저항 없이 구조조정할 수 있을까?

부제: 구조조정은 결국 '신뢰'와 조정의 결과다.

by 전준수

구조조정,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 최소한 상처 없이 마무리할 수는 없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단 한 가지 조건,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최근 모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을 들었다. 제반 상황을 보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런 경우,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마무리할 방법은 없을까?


현장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

IMF 직전, 나는 108명의 신입사원들을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나는 이들을 이끌어갈 8명의 팀장들을 선발하고, 대규모 유통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그들은 아침 7시에 출근해 책을 읽고, 낮에는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밤에는 기숙사에서 함께 배움을 나눴다.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들을 위해 제공) 송페스티벌도 하고, 밴드공연도, 체육대회도 했다. 그 안에서 함께 성장했고 참 많이 웃었다.


그러다 IMF가 터졌다. 회사 상층부로부터 30% 인력 감축 요청을 받았다.

나는 팀장들과 상의한 후, 전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렸다.
"우리도 그룹의 어려움을 함께 져야 합니다. 그동안의 평가 및 향후 3개월간의 결과를 통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입니다. 과정과 기준은 모두 투명하게 공유합니다."


그 뒤 매주 전 직원들에게 회사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솔직히 공유했고, 평가 기준도 오픈했다. 3개월 후, 팀장들의 1차 평가서를 들고, 나는 종일 창고 골방에서 무릎 꿇고 직원 한 명 한 명의 인사기록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결정의 날, 모두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해고 통보를 받은 누구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예외 없이 모두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나는 평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쌓은 관계가 있었다. 모든 정보를 오픈했고 존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도 서로를 인정할 수 있었다. 5천평, 5층 창고를 매일 세차례 이상 돌면서 각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도 했다.


얼마 후 나는 다른 곳으로 보직 변경이 있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 놀랍게도 성탄 카드를 내게 보내온 이들은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었다.
“그때 과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맞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지만 깊은 메시지들.


2년 후, 회사는 해고되었던 전원에게 재입사 기회를 주었다. 당시 이들에 대한 그룹사 내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미 다른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었다. 결국, 20%가 재입사했고, 나머지는 재입사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핵심을 정리하면 아래 세가지일 것 같다.

구조조정은 사전 신뢰가 결정한다.

평가와 기준을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오픈하라.

마지막까지 서로를 존중하라.


마무리하며

지금은 그 당시보다는 여러 복잡한 이슈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맡았던 조직의 특수성도 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더라도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구조조정의 결말은 결국 '평소의 신뢰'와 '존중'의 결과다.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과정과 기준을 숨기지 말고 오픈하라. 사람은 예상보다 강하고, 예상보다 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
대한민국과 각 기업이 다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동력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적용 질문

1. 나는 평소에 내 팀원들과 얼마나 신뢰를 쌓아왔는가? 위기의 순간에도 그 신뢰는 유지될 수 있을까?

2. 지금 우리 조직은 직원들에게 변화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숨기고 있는가?

3. 내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진정한 어른'으로 존중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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