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지금 준비해야 할 리더의 조건
월간 인사관리 5월호 특별기획 | ‘최근 리더십 트렌드와 변화 방향 - 이렇게 생각한다’에 실린 글입니다.
(1) 역사상 가장 부족한 자원은 ‘지도자’와 ‘비전’
자연(토지나 자원), 노동, 자본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경제 문제의 본질은 언제나 ‘희소성’에 있다. 자원이 무한하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부족했던 자원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지도자와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역사를 보면 한 인물의 등장으로 혼란이 정리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사람의 무능이 국가의 몰락을 불러온 경우도 숱하게 있었다.
구약성서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두 가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나는 연대기 중심, 다른 하나는 ‘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 두 축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전개와 리더의 영향력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결국, 가장 부족한 자원은 언제나 리더와 비전이었으며, 비전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조직과 사회의 갈증을 바닥에서부터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랑과 책임의 마음을 지닌 사람. 시대의 갈망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
(2) 리더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인재 역량에 대한 논의 중 하나는 ‘선천적 자질 vs. 후천적 계발’이다.
프로 스포츠 세계처럼 실력과 결과가 정확히 평가되는 곳에서 이 질문은 특히 중요하다.
분명히 타고난 능력은 존재한다. 신체 조건이나 감각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그러나 타고남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갤럽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재능(talent):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나 패턴
강점(strengths): ‘재능 + 지식+ 기술’의 합으로 완벽에 가까운 긍정적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지식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얻어진 교훈’이며 기술은 ‘적용과 실행을 통해서 얻어진 스킬과 패턴’이다.
천재 골퍼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조차 “자신보다 더 뛰어난 천재는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실제 리더십도 타고난 자질과 계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중요한 건 기업이 ‘타고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잘 발굴하고, 양성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리더가 성장하는 토양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최상위 리더의 철학: 리더십 개발에 대한 CEO의 관점이 조직 전체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경쟁 가능한 후보군의 존재: 리더 후보군이 있어야 건강한 경쟁과 협력의 순환이 일어난다.
세계적인 사례들도 이를 증명한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한 동네에서 나왔고, 도미니카의 수많은 MLB 타자들이나, 박세리 이후 한국의 여성 골퍼들이 쏟아져 나온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롤모델’과 ‘성장 가능한 생태계’의 존재다.
이런 원리는 스포츠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리더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성장하고, 서로 자극하며, 협력하는 관계 속에서 자란다.
(3)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피터 드러커는 Integrity(진정성)를 리더십의 0순위 자질로 꼽았다.
겉과 속이 같고, 기준과 행동이 일관된 사람. 사람들은 그런 리더와 함께할 때 안심하고 몰입할 수 있다.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리더는 팀을 혼란에 빠뜨린다.
Integrity가 기반이 되었다면, 그 다음은 시대의 필요에 맞는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 왕의 덕목은 백성을 굶기지 않는 것이었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조건들이 요구된다. 특히 오늘날은 직업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Z세대는 평생 네 번의 직업 변화, 평균 2년의 이직 주기를 경험할 것이라 한다. 한국은 이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직원들이 ‘을’이 아닌 ‘갑’이 되는 시대, 선택권이 기업에서 직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원들은 이제 한 기업이 자신을 평생 책임져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 1인 기업으로서의 독립 역량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을 단순한 ‘기능 인력’으로 보면 안 된다. 그들의 성장 욕구를 인정하고 연결시켜야 한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목표를 정렬시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아이젠하워의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리더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남이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원리와 같다.
모두가 각자의 이해를 따르되, 그것이 자연스럽게 공동 목표를 향할 때 가장 큰 성과가 난다. 리더십의 핵심은 그 ‘간극’을 메우는 힘이다. 그것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