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함께 성장할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
왜 밀라노 거리의 작은 가게들이 몇 년 만에 중국인들 손에 넘어갔을까?
이 질문은 내가 이탈리아 법인장을 하던 시절, 매일 아침 마주하던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부터 이탈리아 법인장을 맡으며 밀라노와 상하이를 오갔다.
그 시절, 아침 출근길이 참 즐거웠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두 카페 중 하나에서 매일 아내와 함께 에스프레소와 브리오슈를 나누는 10분은 하루를 여는 소소한 기쁨이었다.
아침 7시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든다.
멋진 검정 조끼와 흰 셔츠를 단정히 차려입은 잘생긴 바리스타와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도시 전체가 하루를 ‘준비된 에너지’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하워드 슐츠가 왜 이탈리아 커피 문화에 매료됐는지 이해가 됐다.
그런데 그 길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다.
담배와 버스 티켓을 함께 파는 ‘타바찌(Tabacchi)’다. 커피도 판다.
이곳은 직장인보다 동네 주민이나 자영업자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팬데믹 시기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현금이 넘쳐났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타바찌 대부분을 운영하는 이들이 중국인이라는 점이었다. 불과 몇 년 사이 생긴 변화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중국인들은 해외에서도 같은 민족끼리 강하게 돕는다. 밀라노에서는 한 중국계 은행이 중심 역할을 했다. 젊은 중국인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타바찌 인수를 도왔다. 도움은 구조화되어 있었고, 실행은 빠르고 유기적이었다.
그렇게 가게를 하나둘 인수하면, 이후에는 은행이 매일 일정 금액을 ‘일수’ 형식으로 회수하는 구조였다.
운영자는 초기 부담을 줄이고, 은행은 안정적으로 회수하며, 신뢰 기반의 시스템이 형성된다.
한 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동체 전체가 움직이는 방식. 그게 바로 이들의 전략이다.
내가 밀라노를 떠날 무렵, 그 거리의 절반 이상 타바찌가 중국인 운영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스라엘도 비슷하다. 이스라엘 출신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세우면, 자국민 VC들이 자금을 대고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한다.역사 속에서 함께 살아남아야 했던 집단적 기억이 이런 구조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최근엔 글로벌 VC로부터 시리즈 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리드를 만났다.
그는 “VC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돈이 아니라 정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시스템, 시장 정보, 인재와 네트워크를 계속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자금만 주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연결이 핵심이다.
한국의 대기업 지주사나 VC도 이런 역할을 더 잘 하도록,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사업가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을 연결해줘야 진짜 시너지가 생긴다.
이런 문화는 조직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구글은 구글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성공하도록 서로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출신은 어디서든 탁월해야 한다”는 암묵적 기대가 있다.
한 사람이 못하면 구글 전체가 못한다는 인식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서로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일의 의미를 깊이 이해한 문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회사에 다니다가 이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새로운 곳에서 탁월함을 보여주는 것이 전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 물론, 전 회사가 잘될수록, 그 출신의 위상도 더 높아진다.
성장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국가, 조직, 기업—가 서로를 연결하고 지원할 때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이들이 성공하도록 돕고 연결하는 것. 그것이 돌고 돌아, 결국 내게 가장 큰 기회가 되어 돌아온다.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준 그 순간, 당신의 다음 문이 열릴 수 있다.
적용질문
1. 당신이 속한 조직은 ‘전직자’의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2. 후배나 동료의 성장을 돕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3. 나는 최근 3개월내 누군가의 연결자가 되거나 도움을 준 것은 무엇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