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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의 천국의 계단 vs 염전의 물레방아

부제: 같은 행동, 다른 목적

by 전준수

저녁에 헬스장에 갔다. 요즘 헬스장에서 인기 많은 ‘천국의 계단’이 눈에 확 들어왔다. 창가에서 누군가 열심히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다가, 오래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릴 적 집 앞 염전에서, 동네 아저씨가 물레방아를 돌리며 소금물을 옮기던 모습.
그분의 등에도 땀이 흐르고 있었다.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사람의 등처럼.


같은 오르내림.
하나는 삶을 버텨내기 위한 노동이고, 하나는 더 나은 몸을 위한 운동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모두 식탁에는 잡곡밥과 채소가 오른다.
단지 하나는 노동의 끝에서, 하나는 운동의 끝에서 마주하는 식사일 뿐.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루 종일 햇볕을 받으며 비타민 D를 만든다.
반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은 햇볕 대신 비타민 D 알약을 챙겨 먹기도 한다.
같은 몸의 움직임이지만, 자연과의 거리감은 참 많이 달라졌다.


요즘 헬스장에서 인기 있는 유산소 장비 ‘천국의 계단’처럼, 과거의 일상적 육체노동은 이름만 바뀐 채 트레이닝으로 돌아왔다.
예컨대, 도리깨질은 두꺼운 밧줄을 흔드는 배틀로프(Battle Rope)가 되었고, 방아 찧기는 커다란 망치를 타이어에 내려치는 슬레지 해머 트레이닝(Sledgehammer Training)이 되었으며, 물지게는 어깨에 짐을 지고 걷는 요크 캐리(Yoke Carry)나 손에 무거운 덤벨을 들고 걷는 파머스 워크(Farmer’s Walk)로 다시 태어났다.

그때는 생존을 위해 했고, 지금은 건강과 몸 만들기를 위해 한다.
같은 동작, 전혀 다른 목적.

문득 상상해본다. 헬스장에서 달리는 러닝머신이 아래층 미용실의 조명이나 헤어드라이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라면, 운동은 더 보람찰까?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다.


행복은 비교가 아니라 해석이다. 대학 교양 영어시간에 보았던 문장이 스쳐 지나간다.

'Happiness consists in contentment.'


같은 행동, 같은 음식도 관계와 자발성 안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가 달라진다.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관계와 움직임 속에서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적용 질문

1.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나 루틴은 무엇인가?

2. 당신은 그것을 어떤 의미로 하고 있는가?

3. 지금 그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물레방아 천국의 계단 2505.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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