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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쁜 사람에게 일이 맡겨지는가?

부제: 시간의 여유가 아닌, 내면의 질서가 기준이다

by 전준수

“나는 한가한 사람에게는 절대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조금 날카로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장에서 수없이 경험하며 이 결론에 도달했다.

당신이라면, 바쁜 사람과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 중 누구에게 일을 맡기겠는가?
혹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


(1)일은 시간보다 에너지를 다루는 일이다

몇 달 전, 내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비영리 조직에서 새로운 임원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때 주위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바쁜 사람들은 일정이 빡빡하니, 조금 여유 있는 분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중요한 직책은 결국 ‘이미 바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그 이유는 단순히 능력 때문이 아니다.
일은 시간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를 잘 쓰는 사람은 대부분 이미 바쁘다.


탁월한 사람들은 시간을 단순히 채우지 않는다. 큰 주제를 몰아서 집중적으로 해결한다.
몰입의 깊이에서 결과가 갈린다. 단 1시간의 집중이, 하루치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본다. 시간을 덩어리로 다룰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맡겨진다.


(2) 우선순위는 ‘더 깊은 Yes’에서 시작된다

“It is easy to say No when there is a deeper Yes burning within.”


30여 년 전 이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삶의 우선순위 기준이 바뀌었다.

진짜 중요한 일에 Yes를 말하는 사람은 No도 분명하게 말한다.
그 이유는, 내면에 더 깊은 Yes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지켜야 할 ‘더 깊은 Yes’를 향하고 있는가?”


가끔은 가까운 사람의 요청도 거절해야 한다.
내가 지켜야 할 더 깊은 Yes가 있다면, 나는 단호하게 No를 선택한다.

그로 인해 오해를 살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가 맡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오히려 나중엔 거절했던 사람에게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우선순위란, 단기적인 친절이 아니라, 장기적인 책임감의 표현이다.


(3) 리더십은 신뢰와 유연성에서 시작된다

최근,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조직의 한 임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제 직무를 다른 분에게 맡기면 어떨까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러 가세요.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니까요. 저도 그럴 수 있거든요.”


좋은 조직은 개인의 일정 변화로 흔들리지 않는다.
진짜 건강한 조직은, 서로의 사명과 리듬을 존중하며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팀워크를 갖고 있다.
그것이 건강한 조직의 신뢰와 역동성이다.


결국, 중요한 일은 단순히 ‘시간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아니다.

내면의 질서와 몰입의 기준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점검한다.

“나는 지금, 내 안의 더 깊은 Yes를 향해 가고 있는가?”


적용 질문

1. 지금 내 삶과 일에서 '더 깊은 예스'는 무엇인가?

2. 나는 시간을 덩어리로, 집중해서 사용하는가?

3. 누군가 나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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