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완전 성형미인, 결혼 상대로도 매력적일까?
최근, 경력자 이력서 네 개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세 명은 내가 알고 지내던 분들이었고, 한 명은 링크드인을 통해 연결된 분이었다. 전체적으로 포맷도 깔끔하고, 문장도 정제되어 있었으며, 성과도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두 개는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력서를 보고 “이 사람을 채용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왜였을까?
정리하자면 이렇다.
“교과서를 읽는 느낌, 혹은 완벽한 성형미인 같은 느낌.”
보기엔 아름답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는 다른 문제다. 너무 정제되어 있어서 사람의 생기나 ‘결’이 보이지 않았다. 경력자의 이력서는 단순한 정답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서사여야 한다.
(1) 기업은 완벽한 사람보다 ‘해결사’를 원한다
기업이 경력자를 채용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내부 자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정체 지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물론 단기 공백을 메우는 채용도 있지만, 경력직을 뽑을 때 기업이 진짜로 원하는 건,
“이 사람이 우리 조직의 막힌 부분을 뚫어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확신이다.
보통 기업에는 이미 필요한 역량 7가지 중 4~5가지는 내부에 있다. 나머지 부족한 2~3개, 그게 핵심이다. 경력자는 바로 그 빈 퍼즐 조각을 메우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 브랜드 전략과 상품은 준비되어 있지만 매장 오픈이 막혀 있다면, 상권을 돌파한 경험이 있는 채널 전문가가 필요하다.
- 유통망은 유통망은 충분한데 디자인과 컨셉이 약하다면, 감각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나 MD가 조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이력서는 전체 스펙 나열보다, 지금 조직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설계여야 한다. 완벽함보다 뾰족함, 그것이 경력자의 경쟁력이다.
(2) 이력서는 두세 가지 매력을 뾰족하게 보여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채용은 결혼과 닮아 있다. 객관적 조건만이 아니라, 느낌과 끌림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빠르고 결단력 있어 보여 좋았는데, 나중에 보니 생각 없이 성급한 사람 같더라.” “처음엔 꼼꼼해서 믿음직했는데, 지나고 보니 느리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더라.”
하지만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 성급한 것이 아니라, 목표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이 있는 것이다.
- 느린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신중함이 있는 것이다.
결국, 같은 행동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중요한 건, “나는 누구인가?”를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본 사람인가?”를 말할 수 있는가? 이다. 이력서에는 나의 전체가 다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상대가 매력을 느낄 두세 가지 강점이 뾰족하게 드러나야 한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강점을 발휘해 왔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람은 우리 조직에서 이렇게 쓰일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력서가 주는 ‘끌림’이다.
(3) 나와 맞는 조직은 반드시 있다
많은 경력자들이 지원서를 쓸 때 ‘완벽함’으로 부족함을 덮으려 한다.
‘다 좋아 보이면 어딘가는 붙겠지’라는 심리, 일종의 보험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너무 완벽하게 다 맞추려다 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진짜 매력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기업은 사람을 고를 때
“지금 우리 조직이 가장 아쉬운 지점에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사람” 을 찾는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용기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맞는 조직’과 ‘맞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은 약점은 괜찮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기 마련이고, 강점이 뚜렷한 사람에겐 작은 결함쯤은 오히려 진정성으로 읽힌다. 문제는,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포장된 이미지’ 때문에 채용되었을 때다.
그건 단기 성과도, 장기 만족도도 보장할 수 없다. 말하자면, 단기 계약으로 끝나는 결혼 같은 일이다.
그러니 ‘모두에게 잘 보이려는 이력서’보다 ‘딱 맞는 기업을 향해 나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력서’가 낫다.
결국, 결혼도, 직장도, 관계도 내가 가진 것으로, 나의 진짜 모습으로 승부하는 일이다.
적용 질문
1. 지금 내 이력서에는 두세 가지 강점이 뾰족하게 보이고 있는가?
2.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본 사람이며, 그것이 지금도 여전히 나의 무기인가?
3. 나는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력서를 쓰고 있는가, 아니면 모두에게 어필하려다
진짜 강점을 흐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