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감정은 품되, 기준은 지키는 것이 낫다
“대표님, 너무 이른 아침이 아닌가 싶은데...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몇 해 전 나와 함께 일했고, 지금은 300명 이상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인원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조직 안에서 마주치는 상황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사연은 이랬다.
한 여직원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 직원은, 현재의 급여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다며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가 맡고 있는 일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였다.
대표의 말처럼, 그 자리에 다시 사람을 뽑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상황은 단순한 퇴사 처리로 넘기기엔 마음이 걸린다고 했다.
“사실 저희 회사 수익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면서 이제 수익의 일부는 ‘세이브 더 칠드런’ 같은 기관에 기부해보려던 차였어요.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현실적으로 그녀의 연봉을 높여주는 건 어렵다고 했다.
직책이나 역량 변화 없이 급여를 인상하면 인사 기준이 무너지고,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그렇다고 연봉을 예외적으로 조정하면 기준이 무너집니다. 또, 매달 얼마씩 지원해준다고 해서 삶의 무게가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이 순간, 대표님의 마음을 담은 일회성의 의미 있는 상당한 금액의 부조를 조용히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내가 아는 어느 경영자는 직원이든, 퇴사한 직원이든, 그 가족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면 조용히, 꽤 큰 금액을 보태기도 했다. 외부에 알리지도, 내부에 공지하지도 않았다.
그건 시혜가 아니었다. ‘한때 우리와 함께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과 책임’, 그것이 그 경영자의 방식이었다.
회사가 크든 작든, 시스템과 기준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기준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언제나 ‘사람’이다.
한 명을 위한 예외는, 다른 백 명에겐 기준을 흔드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조차, 한 사람을 위해 고민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몫 아닐까?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런 대표들이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일 것이다.
적용 질문
1. 나는 지금, 조직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사람의 삶을 살피고 있는가?
2. 내 옆의 동료들 중, ‘보이지 않는 무게’를 짊어진 사람은 누구인가?
3. 오늘의 결정이, 1년 뒤 돌아봤을 때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