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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한 버스’보다 중요한 것은 ‘적합한 좌석’이다.

부제: 그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3가지 질문

by 전준수

“화요일부터 출근합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전에 없던 확신이 배어 있었다.
단지 회사를 옮긴 게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자리에 앉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상황과 조건이 맞을 때, 놀랄 만큼 바뀐다.
직무 전환은 그 변화의 한 방식이다. W가 그랬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 말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버스’도 중요하지만 ‘자기 좌석’이 더 중요하다.
어떤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버티기 어렵다.

피터 드러커도 “동기부여의 첫 번째 방법은 사람을 올바른 자리에 배치하는 것”,
즉 Placement라고 했다.


짐 콜린스는 ‘고슴도치 컨셉’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의 성공 조건 3가지를 제시했다.
나는 이 기준이 기업보다 개인에게 더 본질적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세 가지다:

• 내가 가장 잘하는 것 (Best at)
• 내가 열정을 느끼는 것 (Passionate about)
•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Economic engine)

나는 멘토링을 하며 이 기준이 한 사람의 커리어를 바꾼다는 걸 수없이 보았다.
그 기준에 따라 W의 사례를 대입해보자.


1. Best at: 그 일을 잘하는가?

W는 이전 몇 곳의 직장에서 영업을 맡았다.
그런데 6개월 가까이 지켜본 결과, 성과와 일하는 방식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였다.
잘하는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할 결과물’과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있다.
그에게는 영업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성실함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한계였다.


2. Passionate about: 그 일에 열정이 있는가?

사람은 무언가에 재미나 의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진다.
몰입한 사람은 눈빛이 다르고, 말에 속도가 붙는다. 때로는 ‘게거품을 물 듯’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 자신만의 방식을 발견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넘쳐 흘러 듣는 사람이 시간을 잊게 된다.
그게 바로 그 사람이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W는 그동안 하던 일에서는 흥미나 사명감을 크게 보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일을 게을리했거나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기는 어려워 보였다는 말이다.
나의 대학원 시절이 그랬다.


3. Economic engine: 이 일은 돈이 되는가?

솔로몬은 이런 말을 했다. “돈은 범사에 응용된다.”
영어로는 Money is the answer for everything. (NIV)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연봉이 낮더라도 비영리 영역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 기준 중 ‘경제적 보상’은 점선으로 그린다.
사람마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버는가?”보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상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W는 그 일에서 성과나 연봉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게 W의 현실이었다. 그러던 그가 바뀌었다.
핵심은 ‘직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직무’를 바꿨다는 데 있다.

나는 W가 전투적인 영업보다 내부 서비스와 오퍼레이션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스케줄대로 여유를 갖고 일할 때 몰입할 수 있는 유형이었다.
중국어도 능통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 직장에서는 그런 강점이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그와 만난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이직(Job change)보다 직무 전환(Career change)이 낫겠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마침 내가 잘 아는 대표님이 새로 맡게 된 회사가 생각났다.
‘W에게 딱 맞는 일이 거기에 있을지 몰라.’

나는 곧장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랬더니 “중국 부품을 많이 다루고 있고, 무역·자재·물류 전반을 담당할 실무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대표님과는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사이였다. 나는 W의 강약점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고, 그의 성실성과 인성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대표님도 잘 알고 계셨다.


1차, 2차, 3차 면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CEO, CHRO, CFO, 이사진 1명이 함께 참여한 한 번의 밀도 높은 면접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 면접에서 W는 자신감 있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냈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표님의 피드백에 따르면, 경험은 부족했지만 자신감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물론 약점도 알고 있었지만,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보셨다.


어제 만난 W는, 무엇보다 이 일이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분야라는 사실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5개월 전 영업직에 이직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감, 기대, 그리고 미래에 대한 확신. 그는 이제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당신도 지금, 그 자리가 정말 ‘당신의 자리’인지 점검해볼 때일지 모른다.
감사의 마음이 들든,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든,
당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질문은 오늘도 유효하다.


적용 질문

1.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잘함·열정·보상’ 각각 몇 점쯤 줄 수 있을까?

2. 만약 셋 중 하나라도 0점에 가깝다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3. 그 기준에 더 가까운 자리로 옮겨갈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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