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0년차, 구직의 벽을 넘는 3단계 전략

부제: 자기 설명 → 고객 정의 → 실행 루틴

by 전준수

“회사의 사업 철수 이후, 20년 만에 처음 제대로 쉬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넘어가니 불안합니다.”


얼마 전, 국내외 패션업계를 두루 거친 40대 후반의 경력자 한 분을 만났다.
직장생활 내내 몇 번의 이직은 있었지만, 모두 스카우트 제안에 따라 움직였던 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상황도, 연령도 녹록지 않았다. 서치펌이나 HR 플랫폼을 통한 접근도 생각보다 용이하지 않았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세 단계로 정리해본다.


(1) 나는 무엇을 갖고 있는가 – 나를 분해하라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분해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해봤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줄 아는가다.

“저는 브랜드 매니저도 했고, 신규사업과 영업도 해봤습니다.”
→ 이건 단순한 경력 나열일 뿐, 자신을 설명한 게 아니다.


특히 다방면의 역할을 해온 제너럴리스트일수록, 흔히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채용 입장에서 이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단순한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특정 문제 해결력을 가진 제너럴리스트(Specialized Generalist)’여야 한다.

내가 해결할 줄 아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풀 때, 내가 쓴 무기는 무엇이었나?

어떤 환경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는가?

이렇게 설명해야 조직은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


(2)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타깃을 설정하라

20년 경력이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위로 갈수록 포지션 자체가 희귀하고, 경쟁자는 더 강하다. 조직 내부에도 대기 중인 승진 후보가 있다.

즉, 이제 기회는 내부 승진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진 조직,다시 말해 해결사가 필요한 곳에서만 생긴다.


전략은 명확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라.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뚫어줄 해결사를 찾고 있습니다.
지금 그 기업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과거에 어떤 사람을 채용했는지 JD를 추적해보세요.”


이 과정을 거치면 타깃 기업 5~7곳이 보일 것이고, 대략 이를 3~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그룹별로 무엇을 원하고, 거기에 내가 어떤 점에서 적합한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력서도 그룹별로 다르게 써야 한다.

단, 이때 당신이 갖고 있는 전부를 말하려 하지 마라. 기업은 7개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건, “이 사람,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네” 라는 메시지 하나다.


(3) 이제는 매일의 실행이다 – 루틴을 재설계하라

타깃 기업이 정해졌다면, 그에 맞춰 일상 루틴을 다시 짜야 한다.

입사 전까지는 스스로를 ‘사관생도’처럼 훈련시키는 시간이라 생각하라.


내가 그에게 제안한 루틴은 다음과 같다:

- 오전 9시, 카페나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오전에는 타깃 기업 분석, JD 비교, 산업 기사 정리, 이력서 버전별 작성 등 전략과 언어를 정제하는 시간

으로 활용한다.

- 오후에는 타깃 기업 재직자와 일주일에 3명 이상 만난다. 짧은 대화라도 괜찮다.

나를 설명하는 언어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고, 기회를 연결해줄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활동은 단순한 구직이 아니다. 경력자의 리포지셔닝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주도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다음 문을 열 수 있다.


적용 질문

1.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온 사람인가?

→ 나의 시장 가치를 단 한 줄로 뾰족하게 설명해보라.

2. 지금 내가 쓰는 언어는 ‘고객의 언어’인가, 나만의 언어인가?

→ 내가 가진 역량을 고객 입장에서 풀어낸 설명이 있는가?

3. 나의 하루 루틴은 커리어 방향과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가?

→ 오늘 하루의 시간 배분이 ‘다음 단계’로 가는 기반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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