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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직장 경험을 하나로 묶기

부제: 상사가 저에게 이 일이 맞느냐고 물었어요

by 전준수

8년차 직장인이 찾아왔다.


독서클럽을 통해 알게 된 분인데, 나는 독서 모임을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내는 편이 아니다.
서로에게 의미 있고 진실한 관계가 만들어졌다면, 그 이후도 함께 걷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라이프타임 멘토링' 방식이다.


그는 7년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사업부 소속 점장으로 일했다.

서울 주요 직영점 중에서도 제법 큰 규모의 점포들을 맡아 운영했고, 그 일을 재미있게, 잘 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데이터 분석 쪽의 일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도 의미 있었고, 실제로 몇 개월간 공부 끝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분석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팀장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분석하는 일에 대해, 정말 강점이 있으신가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질문이지만, 말투나 맥락은 긍정이라기보단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그는 당황했지만 대답했다. “네. 분석 강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갤럽 강점 5가지 중 하나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팀장이 갖고 있던 의문이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의 다른 강점들도 들여다봤다.

분석 외에도

행동(Activator)

중요성(Significance)

초점(Focus) 이 있었다.

이 조합을 보면 금방 감이 온다.
자료를 깊게 분석하고, 방향이 정해지면 집중하여 즉시 실행에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존재감을 나타내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분석만 하고 끝나는 역할은 그의 ‘실행 본능’과 ‘성과 추구 성향’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는 지금 영업팀과 함께 일하며 데이터를 다루고 있지만, 결과를 직접 만들 수는 없는 구조였다. 이게 그가 느끼는 ‘2% 부족함’의 정체였다.


전에 했던 일에서는 달랐다.

직영점에서 일할 때는 본인이 분석한 걸 곧바로 실행하고, 성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인정과 보상도 자연스럽게 주어졌다. 처음 입사할 때도 그는 경쟁률이 아주 높았던 공채 전형을 통과했다. 당시에는 해당 지역의 점포들을 모두 방문해 관찰하고 분석한 자료를 지원서에 담아 제출했다고 했다.

그 경험에서 그의 관찰력, 실행력, 몰입력이 살아났고, 그게 합격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뭘 선택해야 할까?

이제 1년간 배운 새로운 일을 조금 더 익히고 성과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정말 잘하던 일로 되돌아가는 게 맞을까?

“직장 생활은 실험실이 아닙니다. 아마추어는 경험을 쌓기 위해 움직일 수 있지만, 프로는 성과를 위해 움직입니다. 월드컵 본선에 경험을 쌓으러 나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이기기 위해 가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잘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나는 그에게 제안했다. 이전 7년의 경험과 지금의 일과 학습을 묶을 수 있는 것. 말하자면, 그의 강점과 경험을 엮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장을 잘 알고 분석도 할 수 있는 영업 기획자

여러 점포를 총괄하는 지역장(분석과 행동, 초점 강점을 살릴 수 있음)

현장+데이터 강점을 살려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

그리고 최근 대규모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한 기업을 추천했다.
일반적인 조건을 찾는 회사가 아니라, 특정한 강점과 의지를 가진 사람을 기다리는 회사였다. 내가 알고 있는 그곳 사람들과 채용 방식을 볼 때 그의 실행력과 몰입 성향이 잘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멘토링 후, 주말에 곧장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원 자체가 이미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그의 2%가 채워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 어제 저녁에 카톡을 보내왔는데 내가 추천한 곳 외에도 두 곳에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확실히 그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고, 생각보다 흔치 않은 재능이다)


적용 질문

1. 나는 지금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가?

2.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몰입하고, 성과를 만들어냈는가?

3. 나는 나를 소개할 때, 경험과 강점을 어떻게 한 문장으로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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