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디를 거쳤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는지가 당신을 결정한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계산하고 디딤돌을 생각하나 위에서 발탁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않는다. 발탁할 만한 요소를 갖췄는지를 본다. 중요한 차이다.” ― 클레이튼 크리스텐슨(하버드, 혁신 기업의 딜레마 저자)
이 말은 커리어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다음 단계를 위해 경로를 준비해온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다. 발탁은 경로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중요한 사업을 시작할 때, 부사장급 인물들의 목록을 놓고 반복해서 검토했다고 한다. 적임자가 보이지 않으면 그 아래 직급에서 가능성을 찾고, 그 사람이 보이면 발탁한다. 그리고 그의 곁을 채울 사람을 붙이면 자신의 역할은 끝난다고 말했다.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어디를 거쳤는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일을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였을 것이다.
내가 이랜드에서 CHRO로 일할 당시, 인사위원회에서 중요한 포스트를 논의할 때 반드시 확인한 것이 있었다. 바로, ‘어려운 자리’를 지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환 경영 사업부에서 현금 압박과 구조조정을 이겨낸 경험,
외부 지원 없이 성과를 만들어낸 격오지 경험 등이다.
잘 나가는 부서에서만 일한 사람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알기 어렵다.
사람의 진면목은, 언제나 어려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성장을 꿈꾼다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만을 좇지 말아야 한다.
‘꽃보직’은 실력보다 겉모습을 가꾸게 만들고, 때로는 커리어의 덫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길을 찾아낸 사람은 발탁 대상자가 된다.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창업자 자녀 세 명이 모두 구두 창고 정리나 매장 점원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의 고충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들이 결국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좋은 자리보다 어려운 자리가 커리어를 단련시킨다.
눈앞의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단련시킬 수 있는 현장,
그리고 그 현장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경험의 무게’다.
경로는 이력서를 채우지만, 경험은 사람을 결정한다.
적용 질문
1. 내 커리어에서 ‘눈에 띄는 자리’보다 ‘나를 단련시킨 자리’는 어디였는가?
2. 나는 지금 꽃보직을 원하는가, 아니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있는가?
3.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내가 스스로 해낸 구체적인 경험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