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빠른 결정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유
얼마 전, 모 대기업의 인사책임자로 이동한 S를 만났다.
그는 면접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기 직전 전화를 받았다.
“잠깐 다시 들르실 수 있겠어요?”
무언가 빠뜨렸나 싶어 올라갔는데, 그 자리에서 입사 제안이 있었다.
놀라운 건, 이 보직에 S 외에도 유력한 후보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CEO는 면접 직후 확신이 섰고,
“더 생각해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결정은 즉석에서 이뤄졌고, 합류는 바로 확정됐다.
대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예전 이랜드그룹 전략기획실에서 패션과 미래전략 부문장 시절, 비슷한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다.
최고경영자 회의에 동석하며 수억에서 수백억이 오가는 결정을 지켜봤다.
수백억짜리 투자안을 즉석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2억 안건은 며칠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준은 금액이 아니었다.
경험과 정보가 충분한 사안은 빠르게, 그렇지 않으면 작아도 조심스럽게.
경영의 본질은 의사결정이고, 속도는 준비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내가 잘 아는 기업과 핵심 인재를 연결하고, 그 후 온보딩까지 돕는 일이다.
단순한 이력서 전달이 아니라, 맥락과 특성을 이해한 매칭이다. 성공 확률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한 이유가 바로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 때문이다. 서로가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정이 지연되면 후보자 입장에서 “망설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우수한 인재일수록 그렇다.
그들은 제안의 신속함을 존중과 확신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지연은 거리감과 불신의 신호로 읽는다.
사람 간 관계도 다르지 않다. 소개팅 직후 바로 연락이 오면 설렘과 확신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망설임’으로 읽힌다. 속도는 곧 신뢰의 언어다.
이 점은 전쟁사에서도 증명된다.
징기스칸의 몽골군은 기동력으로 유럽을 제압했다. 그들은 작은 말과 가볍고 휘어진 반달형 칼을 썼다.
속도와 회전력을 활용한 타격 방식은 직선형 무기보다 훨씬 빠르고 치명적이었다.
병참도 혁신적이었다.
말린 말고기를 가죽 부대에 넣어 이동하며 식사했고, 장비는 분산되고 가벼웠다.
기동성과 자급자족형 병참이 결합되며 속도가 곧 전략, 이동이 곧 전투, 전투가 곧 정복이 되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뽑을 때, 파트너를 결정할 때, 또는 새로운 방향을 정할 때 속도는 곧 신뢰의 표시이며, 그 신뢰는 실행력 있는 조직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이 속도는 평소에 기준과 판단 체계를 준비해둔 조직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적용 질문
1.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사람 vs 느리게 하는 사람, 나는 어디에 속하나? 그 배경은 무엇인가?
2. 속도 때문에 큰 성과를 냈던 경우와 낭패를 당했던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3. 내가 의사결정에 주로 사용하는 숫자와 기준이나 원칙 5가지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