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게 하려면, 기다려라

부제: ‘수족 같은 사람’과 오래 일하는 비결

by 전준수

얼마전, 수많은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시장에서 EXIT까지 이룬 한 F&B 창업자를 만났다.


그는 조용히, 오래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 중 절반만 지금까지 남아 있었어도, 지금보다 세 배는 더 성장했을 겁니다.”

창업과 함께 고생했던 ‘개국 공신’들이 회사를 떠나는 일은 흔하다.


초기엔 누구보다 절박하게 헌신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① 역량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② 새롭게 합류한 인재들과의 거리감이 커지거나
③ 보상과 인정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점점 관계가 어긋난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멘토링 요청을 해오곤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친구들이 나가서 창업을 했어요. 물론 아직 나를 능가한 사람은 없지만,

함께 남았으면 더 큰 판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수족 같은 사람’과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례에서 내가 발견한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 기다려라.

리더는 늘 앞서간다. 시장을 보고 전략을 짜고, 내일이 아닌 6개월 뒤를 생각하며 오늘을 산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렇지 않다. 느리게 움직이고, 때로는 아직 그 변화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기도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재능이나 경험 차이도 있겠지만, 특히 창업자들은 하루 24시간 회사에 대한 생각으로 차 있다. 관심과 에너지를 들이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고민한다. 직원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창업자나 리더가 직원들에 대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밀어붙이거나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좋은 사람을 잃는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감내해야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은 인내다. 그리고 그 인내를 위해서는 그가 전에 세웠던 공을 기억하면 좋다. 한 번은 더 기다려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길을 내줘라.

고생한 사람에게는 어떤 형태든 보상이 있어야 남는다.
가령, 작은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내부에서 독립된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는 ‘주인의 경험’을 설계해줘야 한다.


위의 대표가 기억한 한 사람은 회사 브랜드에 확장명을 달고 F&B 매장을 열게 해준 사례였다.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 다른 직원들도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조폭 밑에 충성파가 생기는 건, 따라가면 얻을 수 있는 상(賞)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바쁘고 조급하다. 기다릴 여유도, 구조를 설계할 시간도 부족하다.
하지만 결국, 사업은 ‘사람’의 문제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의 속도로 보고,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사람의 이탈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결국은 황금률이다.
그가 내게 해주길 바라는 방식으로, 내가 먼저 그를 대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오래 간다.


적용 질문

1. 지금까지 일하면서 내가 ‘기다리지 못했던’ 사람은 누구였는가?

2.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앞으로 어떤 ‘경로와 기회’를 설계해줄 수 있을까?

3. 속도와 기다림 사이에서 나의 리더십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속도가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