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한 공공 기관의 부서장을 만났다. 한 달에 한 번씩 멘토링을 하는 분이다.
그는 다소 지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 팀원이 문제를 또 일으켰습니다. 이제는 정말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
경력 15년이 넘는 팀원인데, 아무도 그와 함께 일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외부 협력 기관의 핵심 인사들에게 무례한 태도로 응대했고,
소통 문제로 결국 기관장으로부터 직접 강한 컴플레인을 받았다고 했다.
더 어려운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 팀원은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상황은 더 분명해졌다.
과거 인사 판단의 실패가 누적되며 그는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다루는 파트로 밀려왔고,
그 결과 조직 내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문제가 발생했다.
현실은 현실이다.
이미 벌어진 이 상황에서,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나눈 대화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최악의 팀원을 만난 것을 ‘기회’로 삼으라
차마 환영하라고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누가 이런 팀원을 반기겠는가?
다만 이렇게 말해주었다.
“중요한 점은,
당신이 그 팀원을 만든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조직 전체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조직 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일이 잘 풀릴 때가 아니라,
가장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다.
빙하기의 혹독한 시간을 견딘 나무로 가장 값비싼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듯,
리더의 성장 역시 그런 국면에서 시작된다.
✔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나는 지금 ‘피하고 싶은 문제’를 만난 것인가?
아니면 리더로서 성장할 기회를 만난 것인가?
(2) 팀원을 이해하고, 그가 알아들을 언어로 말하라
그는 이번 일에 대해 단호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인사팀에도 자료가 충분히 쌓여 있고, 이제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우려가 들었다.
“그 팀원은 대화의 앞부분은 대부분 흘려들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한 가지 말만 기억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다른 부서 이동을 알아보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는 사실상 결론이 난 이야기로 오해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팀원에게는 의도나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근거가 필요하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짚고, 기록을 전제로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말해도 상대의 이해나 변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 실행 기준
• 감정이 아닌 사실 단위로 정리한다
• 사례는 날짜·행동·결과 중심으로 말한다
• 기록과 보존을 전제로 대화를 준비한다
(3) 당신이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라
이런 팀원은 어느 조직에나 있다.
조직의 사기와 신뢰를 조용히 잠식하는 존재다.
이때 리더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은 분석이 아니라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내릴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누가 이전에 잘못했는지,
과거에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결정은 끝없이 미뤄진다.
리더가 봐야 할 것은 이것이다.
이 사람이 앞으로도 이 조직에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문제를 누가 끝낼 것인가?
당신이 리더라면,
그리고 조직과 기관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당신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각오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운 감자는 계속 돌려지고, 조직의 에너지는 가장 약한 지점에서 새어나간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이 모든 과정은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이 문제를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결국,
당신은 어쩌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기회를 만난 것이다.
유능한 뱃사공은 순풍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다.
당신, 혹은 당신의 조직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그때, 어떻게 해결했는가? 아니면 아직 미뤄두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리더십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이 아니라, 결단의 타이밍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