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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Feb 26. 2024

리더의 그릇 – 지혜인가? 사랑인가?

“저의 본부장들은 저에게 밖에 듣는 것이 없습니다”

1. 몇 주전 중견 기업의 A대표가 찾아왔다. 

그와는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였는데 지금은 모 투자회사의 요청으로 B2C기업 대표직을 3년째 맡고 있다. 경기 상황이 쉽지 않았던 작년에 프랜차이지 매장들의 점당 매출은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 괜찮은 성적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매출이 30% 오르면 일반적으로 매장주들의 이익은 2배 오른다. 


2. 그는 나에게 3명의 본부장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 중 두 명은 2년이상 함께해온 사람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이 달에 외부에서 스카우트했다. A대표는 이들에게 멘토링을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왜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물었더니. 본부장들은 저에게 밖에 듣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공급해주지 못하는 것, 어쩌면 저에게 직접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을 겁니다. 대표님이 그 부분을 도와주세요.” 40대 초반, 그의 마음이 귀해 보였다. 


3.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 피터 드러커와 20세기 위대한 경영자 2명이 생각났다. (A대표나 나나 감히 아래 사례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교훈을 얻고 싶었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 경영 최고의 컨설턴트였다. 그런데 그와 함께한 대표적인 인물은 더 놀랍다. 바로 GM의 슬론과 GE의 잭웰치다. 21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경영자들이다.


1) 슬론은 드러커를 초청하면서 말했다. "이런 조언이라면 마음에 들겠지 하고 결코 타협하지 말라. GM사람은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슬론의 그릇과 통찰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를 돕는 2년의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경영이라는 개념이다. 드러커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운 데에는 슬론의 경영철학이 절대적이었다. 실은 드러커가 더 도움을 받은 것이다. 


2) 드러커는 잭웰치와 20년간 일했다. 특히 잭웰치가 성공의 토대를 쌓은 처음 5년간 웰치 혁명을 주도하는 일에 기여했는데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던 중 드러커는 잭웰치와의 관계를 돌연히 끊는다. 잭 웰치가 ‘드러커는 팀의 일원’이라고 임원들에게 이야기한 직후다. 컨설턴트가 팀의 일부가 되면 조직에 해로울 뿐이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알았던 사람이다. 


4.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A대표에 대해 생각해보자. 

본인과 함께 하는 본부장들이 자신에게만 갇히지 않기를 바라는 그 대표의 진심을 본부장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한 명은 나도 아는 분이고 그들의 관계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는 not taught, but caught라는 말이 있다. 리더의 말보다 강력한 것은 행동이고 결정이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것이 의도되고 계획된 것으로 간주되고 관찰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리더의 진심을 알아차린다. 사실 육감은 모르는 상황에서 발동되는 신비한 능력이 아니라 평소의 관계를 통해 체득된 통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5. 나로서는

맡겨진 본부장들과 어떤 것을 만들어 나갈지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표의 결정과 진심이 본부장들에게 통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A대표는 리더십의 3요소라고 하는 ‘일, 일관성, 신뢰’ 중 적어도 한가지는 확보한 것 같다. 이미 절반은 얻은 셈이다. 본부장들을 담은 그의 그릇이 가져다준 선물 같다. 이제 공은 나와 그들이 손에 넘겨져 왔다.  


적용질문

1. 내 옆에서 진실되고 정직하게 조언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2.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부하나 동료에게 내가 얻은 신뢰점수는 몇 점으로 생각하는가? 그것을 위해 그동안 내가 값지불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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