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준수 Mar 14. 2024

모두가 보고있다.But,아무도 보고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패에 대한 두가지 시선 – 사랑하는 사람 vs 일반 사람

1. 오래전 어느 가을날, 부모님께서 큰 누님 초청으로 미국 이민을 가셨다. 논 농사와 김 농사로 많은 수고를 해오신 부모님의 이민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군에서 전역을 앞두고 있었고, 대학 3학년 복학 예정이었다. 내게도 이민 비자가 나왔지만, 미국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2. 당시 나로서는 미국이 이제 정체된 나라라는 느낌이 있었다. (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나는 못사는 나라에 가서 비즈니스와 함께 뭔가 더 기여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3. 대학공부가 그렇게 흥미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공부 재능이 있는지 한번은 확인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면 제 3세계에서도 도움될 것 같아 우선 대학원 시험을 치렀는데 그만 시험에 낙방하고 말았다. (작은 변명 하나, 당시 대학원생에게는 6개월 석사장교 병역 특례가 있었고, 같은 과 자체 경쟁률이 3:1이었다.) 1,2학년때 공부를 너무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4. 당시 나는 큰 교회 청년회장도 맡고 있었고, 대학원 입학하면 영향력 있는 교수님 조교로 들어갈 기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탈락하고 나니 상황이 복잡 해졌다.   


5. 낙방 후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 것을 마주하는 부담이 컸다. 그렇게 몇 날이 지난 시점,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다가 문득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것이 문제가 되지?”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정리해보니, 나를 아는 사람 중에서 내게 합격 소식을 묻는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그냥 의례히 인사하듯 묻고, 나의 합격 불합격에 관계없이 신경도 안 쓰고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평소에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만약, 그런 분들이 나를 격려해준다면 감사하고 그러지 않아도 사실 상관없다. 그 순간뿐이니 말이다. 

6. 또 한 부류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분들이다. 가령, 부모님과 내게 스승역할 하셨던 분, 친한 친구 등…. 이들은 나의 결과에 상관없이 나를 계속 지지하고 축복해주는 분들이다. 


7. 그러니 어느 경우 든 나에게는 실제로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정리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10일 정도 걸렸는데 힘들고 피곤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리되자, 그 후로는 사람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 함을 누릴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이며 다른 사람이 물어보더라도 있는 대로 이야기하면 될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8. 대학원 탈락 덕분에 나의 상황에 관계없이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 자유를 누리는 법을 터득했다. 한편, 어려움 당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언제나, 결과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기도해주는 것 말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마음 가짐에 달려있었다. 


9. 참, 대학원 졸업 후 미국에서 공부하는 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실제로 대학원 입학 후 한 학기 지나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공부를 통해 인류에 업적을 남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덕분에 직업 전선에 뛰어 들기로 일찍 마음먹었고, 미국 유학도 가지 않았다. 후회?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주변의 시선에 관계없이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확인이 되었는데 무슨 아쉬움이 있었겠는가? 


적용질문

1. 과거, 혹은 현재 내가 어떤 실패나 실수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에 불편한 점이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2. 주변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극복한 가장 큰 경험 한가지를 말한다면 무엇인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할 수 있었나? 

3.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다가갈 것인가?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간단한 실행 계획을 세워보라.   

작가의 이전글 세상은 공평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