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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Mar 12. 2024

세상은 공평하다

저는 탁월한 강사가 아닙니다. 대신, 현장 질의응답은 좀 합니다

1. 지난주 어느 사단법인 소속 젊은 직장인들(신입~10년미만) 70여명 대상 강의를 했다. 그 날은 마침 월 정기 모임 날이었는데, 한 달간 과업과 시간사용 등을 피드백 하고, 우수 사례도 공유하였다. 토요일 오후 시간에 함께 학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참 귀해 보였다. 


2. 한 가지 더 좋게 보였던 것은 이들 중 수십명이 가끔은 각 지방 대학교를 찾아가 대학생들에게 직업과 진로 코칭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 중에는 지방대 출신도 많았는데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이나 극복 사례가 분명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자발적으로 버스를 빌려 내려간다고 한다. 


이들은 시간관리나 OKR 등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서로 격려와 도전을 받고 사회를 섬기려는 착한 마음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런 청년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감사가 밀려왔다. 


3. “사명으로 살고 강점으로 꽃 피우라”는 주제 강의를 했다. 사실 나는 강의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강의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는데 강의는 부담되지만, 현장 질의 응답 시간은 편하고 익숙하며, 심지어 즐겁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강의보다는 질의응답에 강한 사람이다. 


몇 년 전에 나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아내가 “당신은 일반 강의보다는 사람들과 친밀히 대화하듯 질문받고 답할 때 더 잘하고 전문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실제로 이번 강의를 유투브 ‘퇴사한 이형’에서 일부 업로드했는데 제작팀이 강의보다는 현장 질의응답에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한 것을 봐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4. 뉴욕 줄리아니 시장(뉴욕 범죄 대폭 축소, 911 사태 때 감동을 준 지도자)은 대중 연설에 약했다. 검사시절, 그는 범죄사실 입증에 탁월한 사람이었다. 고민하는 그에게 어느 컨설턴트가 “논쟁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러면 이제부터 모든 연설을 논쟁식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그 후 그는 원고는 잊고 강단에서 내려와 대중속에서 질의응답 했고, 연설이 아닌 논쟁식으로 접근했다. 효과는 놀라웠는데 더 이상 딱딱한 스타일이 아니라 믿음직하고 강한 사람으로 비쳐진 것이다. 그의 강점인 논쟁의 기술을 약점인 연설에 접목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강점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좋은 사례다. 


5. 지난주는 강의 40분, 질의 응답 10분 예정했다가 질의 응답이 거의 40분이나 계속되었다. 현장 질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이 훨씬 편했고, 여러 사례와 이론을 바로바로 이야기했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사실, 그들의 질문 수준은 상당히 예리했고, 내 속에 있는 것을 다 드러나게 하는 것들이어서 정신이 퍼뜩 들기도 했었다.)


6. 집으로 오는 길에 강의를 복기하다가 놀라운 것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현장 질의 응답을 좀 더 쉽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비결말이다. 


- 10년여전, 중소기업 대표 수십명과 4년 넘게 매월 정기적으로 인재경영 멘토링을 했었다. 그때 진행 방식이 각 대표님이 현장 인재 이슈를 쏟아내면 서로 토론하고 즉답하면서 대안을 찾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런 방식으로 현장 이슈를 해결해가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재미있는 방식이 된 것이다. 


7.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내가 그분들을 돕는다고 생각하였었는데 실제로는 내가 좋은 무기 하나를 장착하는 유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결국, 그런 면에서 세상은 공평하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역설은 과장이나 선동 구절이 아니라 사실이다. (정치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true fact)


지난 주말은 젊은이들의 열정과, 내게 도움을 준 대표님들로 인해 보람 있고, 기쁜 날이 되었다. 내가 할 수 있고 도움 줄 기회가 있다면 가급적 더 많이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받고 누려온 것에 대한 합당한 반응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앞으로도 이런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회를 더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용질문

1. 내가 다른 사람(조직)을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내가 더 큰 유익을 누린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2.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강의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무엇인가?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 한가지는 무엇인가?  - 가령, 강의나 연설, 질의응답, 편지소통, 일대일 소통, 대중적 소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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