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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트리에스테의 기차와 파스타

우리가 만난 또 다른 트리에스테

by 김중희

번개 여행 또는 이번처럼

계획에 없던 여행이 시작

될 때

빠르게 그 동네의 볼거리를

탐색하는 우리만의 방법

하나 가 있다.

그건

그 동네 사진과

이름이 찍힌 관광 엽서 들을

훑어보는 거다.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엽서에는

그 동네의 대표되는

웬만한 볼거리는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굿 쵸이스가 되기도 한다.

그날처럼...


우리는 차를 기다려야 하는

동안 우선

트리에스테를 돌아 보고

다음날 베니스로 가기로 했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트리에스테

엽서에 나와 있는 것들 중

유독 시선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오래된 기차였다

엽서에서 처럼 근사하게 생기진

않았었지만



마치 그 옛날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듯한

향수 어린 설렘을

갖기엔 충분했다.

트리에스테는

좁은 골목뿐만 아니라

한참 올라가야 하는

언덕길이 많다

그 덕분에

해진 뒤 멋진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장소들이 곳곳에

있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처음엔

눈 앞에 보이는 저 가파른

좁고 높은 골목 언덕길을

저 작고 오래된 기차가

어떻게 올라갔다

내려올까 싶었는데

기차 앞에 떼었다 붙였다

하는

위치에 따라

가중되는 무게와 속도를

조절해 주는 묵직한

지지대가 따로 있어

평지와 다르지 않은

속도와 안정감을 유지했다.

그리고

언제든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

다시 탈 수 있었다

마치 트리에스테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것처럼...


높은 언덕길에서


내려다보는

트리에스테 시내

전경은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저 멀리 수평선 따라

보일 듯 말듯한

바다 길도

시원한

바다 향 싣고 불어오던 바람도

그 전경에 시간을 잊은

사람들도...

그 안에는

바다와 마주 하며

요가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벤치에 앉아

한가하고 잔잔한

시간을 보내는

노부부도 있었고

우리처럼

여기 서서

2시간만 버티다 해 떨어지면

펼쳐질

트리에스테의 야경을

감상 해?

말아?

하며

갈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날

결국

멋들어질

야경은 뒤로 하고

배부터 채우자 로

결정하고

정통 이탈리아 식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평일 저녁이라 예약 없이

갔던

첫 레스토랑 에선

누군가의

파티로 전체 예약이 되어

있었고

두 번째 레스토랑 역시

꽉 찬 저녁 예약으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

했다.

세 번째로 간 레스토랑에서

딱 두 자리 남아 있던




덕분에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근사한 저녁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사실

앞의 두 레스토랑보다

나는 이곳이 왠지

더 마음에 들었다.

작고 오래된 듯한 느낌의

레스토랑은

그 외관만큼이나

연륜 있어 보이는

셰프 할아버지께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

파스타만큼은 주방에서

직접 들고

나오셔서 테이블에

서빙을 해 주셨다.


게 중에는

셰프 할아버지와

오랜 인연 인지

친근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모습이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래된 기차와

셰프 할아버지의 파스타

늘 그곳에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우리가 만난

또 다른

트리에스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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