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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황에 따라 같은 곳도 전혀 다른 느낌이 된다

트리에스테 둘러보기

by 김중희



한낮 기온이 35도를 찍고 있던

화요일

우리는

트리에스테로 돌아왔다

양손에 짐 가득 들고 서...

중앙역에서 8분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목에 위치한다던

호텔은

우리 걸음으로 짐 들고 20분은 족히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밥이고 뭣이고

쉬고 싶어 했고

짐은 던져두다시피 떨궈 놓고

아이들 점심을 먹여야 한다는

핑계 김에

남편과 둘이 데이트 겸

트리에스테 골목 탐방을

나섰다.

밥 사러...


트리에스테의 골목길은

여전히 좁았고

오토바이 또한 즐비했으며

오가는

차들도 쌩쌩 달려 댔지만

남편이 운전하고 있는

차를 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니

이 집 저 집 기웃기웃 대며

구경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길을 걸으며 들여다본

트리에스테 골목 사이사이 에는

생각보다 옷집이 많았고

골목 중간중간에 놓여 있는

노천카페 에는

햇빛을 즐기며

커피와 음료를 마시는

젊은이 들과

아이들과 함께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가족들...

모두 한가한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왠지

우리를

이탈리아 현지 깊숙한 곳 까지

찾아 들어 온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이 들게 했다.



한집 건너 하나가 피자 가게 가

아닐까? 하던 예상을 깨고

우리가 머물던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발견 된

피자 집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중 한 곳이던

작은 피자 가게 에는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였는지

남아 있던

조각 피자 들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

이 동네 분들은 원래 저렇게 그슬린 듯

탄 것을 좋아라 하시는지

유난히 거뭇거뭇 한 피자

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혹시나

저 오븐 안에 지금 막 구운

따끈한 피자가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찬 눈망울로

이탈리아노 아저씨에게

"이게 다 에요?"

라고 물었더니

당연하지 하는 어투로

"예스 "란다.

나는

피자 한판 주문하면

새로 만들어 주나요?

라고 물어보려다

노우 할 것 같은 아저씨의

담담한 표정에

소심 하게

까무잡잡한 아이들만 피해

말짱해 보이는 것들로

골라 담았다.




엄마 아빠 배달 표

골고루 조각 피자는

비주얼에 비해

맛이 꽤 훌륭했다.

맛나고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우리는

그동안 쉬어

에너지를 충전한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서

트리에스테에서 두 번째로 맛나 다는

아이스크림 집을 찾아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

그때그때 유용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2위를

차지했던 이곳 역시

이탈리아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우리처럼

원, 투, 쓰리 해 가며

손가락 꼽아 가며 영어로 주문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

가게를 나올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차로 왔다면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들어 오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문 열면 바로 차 길인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평일 오후 인 데도

가게 안이 꽉 차

있었다.

양 사방에서 노랫소리처럼

들려오는

리드미컬 한 이탈리아 어를

들으며

먹는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운 동시에

찰지기 까지 한

원재료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맛 이였다.

우리는 그날 오후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모를

트리에스테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

오래도록

입안 가득

오렌지와 망고의

달콤함 을 머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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