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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14. 2016

누구에게나 열린 독일의 대학도서관

Hauptspeise 본요리 16.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우리가 오래 살았던 독일의 중부 니더작센 주의

대학 도시로 유명한

괴팅엔 대학 중앙 도서관이다.

한국 관련 책 들과 자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헤센주

카셀의 대학도서관에

 비해

훨씬 많이 소장되어 있어

남편이 하루 쉬는 날을 틈타

핑계김에 추억 여행을 겸해서

자료 탐방을 갔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아우토반 으로 약 50킬로

떨어져 있는 괴팅엔은 우리가 유학생 일때

살던 곳이다.

그곳 에서

자주

다니던  대학 중앙도서관

사실

 나는 주로 졸다 깨서

커피 마시는 재미에

다녔었지만

남편은 그의 청춘? 을 바쳤던

곳이 기도 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겉에서 보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던

도서관은 안으로 들어오니

흘러가 버린 세월만큼이나

달라져 있었다.

우선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서는

 옷과 소지품을 지하 사물함에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사물함 시설이

예전에는 동전을 넣고  

열쇠로 철커덕 잠그던 것이

이제는 전자 칩이 들어 있는 학생증으로

열고, 잠그고 할 수 있도록

모두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어

순간 당황했다.

학생증 발급받던 때가 언제인데....



그러나  다행히

요렇게 생긴 학생 카드가 없는 우리 같은

일반인

 동네 주민 여러분 들을

위하여

도서관에서는

학생 이거나, 도서관 회원이 아니어도

신분증만 맡기면 방문자용

카드를 언제든 받을 수

있어서

우리도 젊은 학생들 틈에서

옷과 소지품을 넣어 놓고

도서관 안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국 책들과 자료들을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며

열공하고 있는 학생 들의

진지한 모습 들을

마주 하게 되니

우리도 어린 학생들과 섞여 앉아 있어도

자연스러운 때가 있었는데 싶은 것이

갑자기 급 노땅? 이 된 것 같아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 큰아들 또래의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데도 말이다.

이런저런 회상과 함께

휘젓고 다니던 도서관 안에서

우리는

예전에 한국 책 들과 자료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던

지하로 가는 통로를 찾을 수가 없어

헤매고 다녔다.


답답한 마음에

지나가던 학생 들을 붙들고 물어보니

이제 그 층은 화재의 위험으로

폐쇄되었고,

아직 그곳에 소장되어

있는  책 , 잡지들은

대출 목록을 통해

 미리 신청 예약을 하면

빌려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 길로 내려가

일층에 있는 인포 데스크에서

한국 책과 자료 들을

열람했으면 좋겠는데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 지를

물었다.

무려 1만 4천 권 가량의

한국 책 들이

괴팅엔 대학 전체에 나뉘어 있다고

한다.

책 또는 자료의 제목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모를까

무턱대고 찾아서는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흠 어쩐다....


그날 다행히

긴 시간 함께 관련 도서를 찾아봐

주던 친절한 도서관 직원 분의 안내로

우리는

나라 별 지역별 문화적 자료

들이 중점 적으로 보관되어 있고

한국 책 들과 자료 들도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새로 생긴 경영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적어준 주소만 하나 달랑 들고

찾아들어가다 보니

그 도서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길..

예전에 우리 큰 아이를 맡겼던

유아원

바로 건너편에 멋지구리 하게

 건립되어 있었다.

이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새로운 도서관은

건물의 분위기도 세련되고

쾌적했으며

무엇 보다도

우리 같은 학생 이 아닌 일반인 들도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신문을 읽고 계신 머리 희끗한 아저씨

아기 유모차에 태워서 나온 젊은 엄마들...

이렇게 동네 주민들이

시립도서관이 아닌

대학 도서관을 학생 들과 똑같이 이용

하며

동네 사랑방처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훈훈해 보였다.

어쩌면 우리가 학생이 아닌 일반인으로

대학 도서관을 휘젓고 다닌 것이어서

느낌이 더 남달랐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이 동네 주민이 아니어도

신분증을 제시하면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고

또, 도서관 회원 등록도 할 수 있으며

회원 카드가 있으면

원하는 책과 자료를 신청할 수도

있고

필요한 책과 자료 들을 예약 했다가

빌려 볼 수도 있으며

우편으로 반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책이 마구 읽고 싶어 지는 순간

이였다.


멀리 서도 눈에 들어오는

한글 표지로 되어 있는

수많은 한국 책들을 꺼내 보고

쓸어 보고 들여다

보며

나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나이 만으로도 풋풋하고 상큼했던

그때 그 시절로 차원 이동이라도

한 듯

나의 지나간 20대와 마주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실컷 한국 책들 속에 파묻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도서관을 나오던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집에서 처럼 편안히 누워서

짬짬이 뒹글 거리며 쉴 수 있도록

열람실 한편에 마련된 곳...

마치 우리의

온돌방에 이불 깔고 누운 것을

연상케 하는

매트가 깔려 있고 그 위에서 편안하고 아늑하게

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나도 언젠가는

놀다 지쳐 서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저렇게 누워서 쉬어

봐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이 나이? 에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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