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ptspeise 본요리 19.
융통성은 출장 보내신지 오래
우리는 한국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독일에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집 아이들은 자라면서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못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되고
국제 전화가 예전보다 손쉬워져서
수시로 얼굴 보고 통화도 가능하고
사진도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지만
그것이
어디 직접 만나는 것만 하겠는가
이 동네 아이들처럼
자라 면서
생일에, 명절에, 방학마다
자주
한국의 일가친척 들을 만나며
자랄 수 없다는 것은
어른 들 에게는 죄송하고
아이들 에게는 안쓰러운 일이다.
간간이
우리가 한국을 방문할 때에나
또는 어쩌다
한국에서 어른 들이 독일로
놀러를 나오셔야 만나는 것이
가능 하니
그 그리운 마음을 달래려
친정 엄마는
가끔 가다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 신다.
우리 애들 이제 다 컸고
여기서도 웬만 한건 다 구하니
힘들게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이것 보면 손자 생각에
저것 보면 손녀 생각에
친정 엄마는 하나하나 챙겨
소포를 보내 신다.
얼마 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위해
집 떠난
딸내미가 미국으로 출발 하기
전에 도착하라고
이 더운 날
친정 엄마는
약과, 유과 등의 한과 들과
아이들이 좋아할 새로 나온
한국의 간식거리들...
그리고 선물 들을 바리바리
챙겨 넣고
땡볕 받으며
우체국까지 이고 지고 가셔서
독일로 소포를 부치셨다.
할머니가 소포 보내 셨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도 오며 가며
인사하듯
소포 왔어?
묻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소포는
도착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
2주가 훌쩍 넘어갔는 데도 말이다.
결국 딸내미는 할머니의 소포를
받아 보지 못하고
떠났고
손녀 가 미국에서 있는 동안
돌보아 줄 고마운 미국 가정에도
한국 과자 맛을 보여 주시고
싶어
넉넉히 넣은 한과 도
손녀가 소지품 잘 챙겨 담아
갈 수 있게 넣은 예쁜 파우치도
나중에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보낼 때
함께 넣어 보내야 하게 생겼다.
그렇게
한국에 계신 친정 엄마도
독일 에 있는 우리도
소포가 도착 하기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오후 친정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우체국에서 문자 가 왔는데
독일로 보낸 소포가
수취인 불명 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생겼다는 것이다.
수취인 불명이 무언가?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교대 근무하듯
주로 소포가 오는 오후 시간 에는
식구대로 한 명씩은 집을
지켜 가며 소포를 기다렸건만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해서 그 길로 우리 지역 우체국으로
뛰어갔다.
나는 우체국 직원에게
한국에서 친정 엄마가 소포를 보내셨고
아직 독일 집에는 도착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한국 우체국에서
독일로 보내 진 소포가
수취인 불명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갈지도 모른 다는
문자를 보냈단다. 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확인을 부탁했다.
우체국 직원 이
컴퓨터로 조회한 결과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한 것은
확실히 보이는 데
그 후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물으니
직원이 자기가 핫라인으로
중앙 우체국에 직접 전화를
넣어 보겠다고 했다.
날은 덥고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혈압은 올라가고
속으로 릴랙스를 외치며
직원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통화가 끝난 직원의 이야기에
나는 정말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중앙 우체국의 소포 담당 직원의
말에 의하면
우리 소포가 우리 집 까지 왔다가
이름이 틀려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동네 카셀 우체국으로 간
것이 아니라
한국에 다시 돌려보내 지기 위해
함부르크로 가고 있는 중이라
자기네 선에서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내 이름과 주소를
잘 적어 보내 신 것을
내가 알고 있건만
우리 집은 패밀리 김 만 써도
들어오는데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가 너무 속상해하니까
아무 잘못 없이 알아봐 주느라
애쓰기만 한 우체국 직원이
자기가 더 미안해 한다.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낙담하며
우체국에서 돌아 나오는데
34도가 넘는 땡볕에 따끈 거리다
못해 벗어지기 직전의
이마빡 보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더 따가웠다.
이 더운 날 이것저것 챙겨 담으려
종종 거리며 다니 셨을 엄마가
그려지고
그 무거운 소포 힘들게
부치면서
이거 받으면 식구대로 얼마나
좋아할까 그것만
기대하고 기다리셨을 엄마가
떠올라서
받아 보지도 못한
소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이 기막힌 상황이
더 따갑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숨만 흘리던 내가
아이들 에게 소포가 그렇게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은 새벽인데 잠도
못 주무시고 계시던
친정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소포 보낼 때 기재했던
주소와 이름이 찍힌 사진
과 함께..
암만 봐도 틀린데 없이 잘 적혀 있는
이름과 주소를 보며
참 별일 다 있다.
살다 살다 이런 일 처음이네..
라며 속상해하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우체국 에서 이름이 틀렸다고
이야기 한 이유를 찾아냈다.
자세히 보니 그 이유가 그제서야
내게도 보였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독일에서 보통 이름을 쓸 때
우리와 순서를 다르게
이름을 앞에 성을 뒤로 쓴다.
그래서
joonghee kim이라고 쓰는데
그렇다고
kim joonghee라고 쓰면 절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kim 다음에 , 콤마 쉼표를 넣어야 한다.
kim, joonghee 요렇게
그러면 kim 이 성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보내셨다는
소포 용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joonghee, kim으로 되어
있는 거다 즉 joonghee 뒤에 콤마
,쉼표가 붙었으니 그게 성이 되어 버린 거다.
어느 정확한 독일 우체부 아저씨가
더운 여름날 소포를 들고 왔다가
집 앞 초인종에 붙은 성은
kim 인데
소포에 붙은 용지에 joonghee,로
되어 있어
어차피 여기 까지 들고 온거
초인종 누르고
확인 한번 안해 보고
바로 차에 실어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자세히 봐야 보이는 쉼표 빼고는
이름 통째로 다 적혀 있는
데도 말이다.
이동네 에서 오래 살고 있다
보니
독일 사람들 중에
없는 융통성 출장 보내 신지
이미 오래인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그럼 에도 쓰려 오는 속은
어쩔 수 없는 날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