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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네 시트콤 같은 가족여행
#10. 베네치아 당일 치기
우리가 만난 베네치아.....
by
김중희
Aug 17. 2016
이번 여름 우리는
온 가족 함께
크로아티아 풀라로 휴가를
떠났었다.
그 휴가의 끝머리 즈음에
잠깐의 외출 이였던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생각 지도 않은 교통사고를
만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까지 수리를 해야 해서
발 이 묶였다.
그래서 원래 대로 라면
독일 집에 도착 해 마당에
물 주고 있어야 할
시간에
저 물길 따라
흘러들어오듯
운명 처럼
생각 지도
못한
베네치아로 왔다.
그러니 우리는
남들처럼
이곳에서 무언가를 꼭
보고 가자 하는 것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다른 이들이
이곳을 여행지로 정하고
계획하며 가졌을
손꼽아
이날을 기다렸노라 하는
부푼 기대감 같은 것도
품고 오지 못했다.
그저 뚝 하고 떨어지듯
너무나 뜻밖의 시간에
서 있던 베네치아
에서
우리 앞에
수없이 펼쳐지던
좁고 다양한 모습의
골목만큼이나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의
단상 들과 끊임없이
마주 했다.
마치
물 위로 비치는
사람들 , 건물, 하늘, 구름,
곤돌라, 기러기 등의
또렷한 잔상 들이
햇빛 받는 방향에 따라
사라졌다 떠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잊고 있던 단상 하나...
헤매고 다니던 작은 골목 어딘 가에서
누군가
집 앞에
물감의 반짝임이 이제 막 붓질을
끝냈음을 말하고 있는
커다란 캔버스를 내어 놓았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 그림의 형태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그 물감의 반짝임이
잊고 살았던
물감 뭍은 붓이 캔버스를
가르고 지나갈 때의
그 손끝에 전해 지는 느낌을
떠오르게 했다.
마치
레몬을 쳐다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신맛에
이마에 주름이 잡히듯...
살아가며 우리는
그날 우리가 만났던
베네치아의 단상 들을
삶의 골목 어딘가 에서
다시
마주 하게 될 것이다
그날 그 골목 에서 처럼 ....
35도를 넘나 들던
따가운 햇빛도...
한번 방향을 잃으면
돌고 돌아도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던
복잡한 골목 어귀 들도...
베네치아의 물 위를 떠다니던
수상 보트 들과
곤돌라가 보이는
예쁜 카페에 앉아
분위기 있게 마셔
보겠다고 시켰던
눈이 튀어나오게
치약 맛이 나던 민트 음료수
돈이 아까워
물 타서 끝까지 마시던 일도...
사람들 사이사이에 건물
들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길에
밀려다니게 많았던
사람들도..
곤돌라 한번 타는데
1인당 80유로 씩이나 해서
돈 없어서 안돼 라고
했더니
타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며
"저 사람들은 부잔 가 보다"
라며 우리를 웃기던
막내의 앙징맞은 투정도...
달랑 물병 몇 개 들어 있는
막내의 배낭을 가뿐히 메고
젊을 때 이렇게 여행을
했어야 했는데
라고 아쉬워하며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장
배낭 메고 세계일주 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서 있던
남편의 귀여운 뻥도....
며칠 있으면
교환학생으로
가는 딸내미의
그 집 엄마와 딸을 위한
선물을 함께 고르며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향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빨갛게 상기되던 두 볼도...
우리는
어느 순간 어떤 모습 으로
그날의
단상 들과 마주 할지
알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 한건
지금 이 글을 쓰며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머무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 어느 때
우리가 만났던
그날의 베네치아를
떠올린다 해도
모두 이렇게 웃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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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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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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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오늘은 댕댕이
저자
독일 가정의 병원 의료팀 팀장,한국요리강사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담습니다 저서로 ‘오늘은 댕댕이’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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