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활절 방학에 다녀온 번개 여행
프롤로그
그 여자의 속 마음....
어떻게든 방학 맞은 아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어디든 가고 싶은데
우제돔?
거기가 어디여? 했다. 가는
그마저도 못 갈 것 같아서
일단 가기로 했다.
그 남자의 속마음...
어디든 안 가고 집에서 내리따
푹~쉬고 싶은데... 일단 다녀오면
결혼기념일까지 한큐에 해결
할 수 있다. 두고두고 볶이느니...
그래서 가야 했다.
독일에서 남들은 휴가를 가기 위해
최소한 몇 개월 전에 빠르게는 일 년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한다 어쩐다 그러는데
우리는 그간 한국을 다녀오고
기타 등등 일이 많아서 미리 계획이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뭐 사실 여행을 차분히 조목조목 계획 세워서 다녀 본
기억이 별로 없기는 하다.
그렇게 아이들 부활절 방학은 시작되었고
이래 저래 온 가족이 어디론가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은 가운데
짧은 일정에 안전? 하게 다녀올 만한 곳으로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다.
워낙 요즘 흉흉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마구 벌어지다 보니
가려고 생각했던 곳마다 사건 사고의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이러다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그냥~푹~ 쉬겠다 싶어
남편이 마트 선전지에서 후딱 하니 골라 온
곳으로 일단 뜨기로 했다
그곳이 독일의 동쪽 해안가 Ostsee 끝
발트해 에 위치한 태양의 섬
Usedom 우제돔 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떠나려는
휴가 날짜가
아이들 방학 인 데다
부활절 연휴가 겹치고
우리가 가려는 곳이
독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독일의 휴양지
Ostsee 동해안
이다 보니 숙소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독일 사람들은 미리미리 휴가를 계획하고
일 년 전에 숙소 예약이 끝난 사람들도 많다. )
그래서 간신히 구한 숙소가
우제돔 섬에서
달랑 2박 3일짜리 였다.
우리 집에서 거기까지 장장 700km도
더 가야 하는데 오고 가고 하면 남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급하게 하나 더 덤으로 구한 것이
우제돔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위커뮨데 라는 작은 마을의
우리의 리조트나 콘도 같은 아파트먼트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여섯 시간을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
에서 고스란히 보내고 만난
우리가 덤으로 잡은 숙소 가 있던
위커뮨데는 폴란드 국경과 인접해 있는
작은 시골 바닷가 마을이다.
태양의 섬 우제돔 까지는 1시간 30분가량
떨어져 있어 그곳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들도 있었고 바닷가까지 가지 않아도
바닷물을 막아서 만든 호수 같은 물이 바로 앞에
흐르고 있고 볼링장, 수영장, 동물원까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아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들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었다.
조용하고 한가한 그러나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는 곳~~
게다가 거실과 방들 사이에
작은 부엌이 딸려 있어 취사가 가능해서
여행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편리 한 곳이었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하니 속도 느글느글 하고
짜~한데
사발면에 김치 얹어 밥까지 말아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고 속이 짜르르 풀리는
것이 마음에 여유가 절로 생겨 났다.
단지 인터넷이 어찌나 시원치 않은지
마치 단수되기 전의 수돗물이
쫄쫄 거리고 나오듯 그렇게 찔끔찔끔~
핸디만 겨우 겨우 돌아가고
무겁게 가져간 노트북은 연결도 되지 않아
짬짬이 생생한 여행 리포트를
작성해 보려는 야무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핸디도 간신히 돌아 가는 인터넷 상황에
큰 아이들은 기막혀 했지만 덕분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놀며
가끔은 이렇게 인터넷이 안 터져서
가족 간에 서로 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며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다음 날 바로
태양의 섬으로 넘어가면서
그 찔찔 거리며 간신히 돌아가던
인터넷마저 그리워 하리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