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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4. 2023

요리와 글쓰기 공통점 7가지

김작가의 글 쓰는 날


브런치라는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 한건 2016년부터였다.

시간은 어찌나 소리 소문도 없이 빠르게 흘러 가는지 벌써 브런치에서 8년이 되었다.

그간 별개 없었던 것 같은데 이글까지 더하면 749개의 글이 모였다.

적지 않은 숫자다.


그동안 이글이 담긴 1. 브런치 글쓰기와 커피 한잔부터 2. 나는 독일의 한국요리 강사, 3. 독일 병원으로 출근합니다, 4. 오늘도 왕진 가방 들고, 5. 당신이 몰랐던 독일, 6. 독일에서 아이 셋 키우기, 7. 김여사네 시트콤 같은 자동차 여행, 8. 김씨네 유럽 최고의 섬 표류기, 9. 매 순간 사랑하며 후회 없이, 10. 독일에서 크는 개 나리, 11. 엄마의 맛있는 주방, 12. 김씨네 좌충우돌 한국 방문기라는 이름을 가진 각각의 매거진 12개


나만의 서재처럼 글모음 목적으로 나누어 담은 매거진

1. 코로나 시대 독일은, 2. 오마이 뉴스 기사 모음, 3. 김여사의 구텐아페티트, 3개 가 있으며

어쩌다 독일 병원 매니저, 나는 독일의 한국요리 강사라는 두 개의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쉽게 실증 내고 그만두는 내가 이렇게 긴 세월 무언가 놓지 않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란다.


평소 사람은 오랜 세월 만나는 걸 좋아하면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약한 편이다.

보기보다 쉽게 실증 내고 자주 포기 하는 편이랄까?. 옆에 있던 남편이 "보기에도 그래"라고 했다.

이런 띠 팩트다. 우쨌거나 그런 내게도 긴 세월 놓지 않고 하게 만드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건 바로 요리와 글쓰기다.


글쓰기로는 아직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는 요리와 참 많이 닮았구나 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고는 한다.

어쩌면 그래서 요리를 좋아하는 만큼 글쓰기 또한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글쓰기와 요리가 닮은 점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요리와 글쓰기 공통점 7가지

1. 재료가 신선 할수록 좋다

요리를 하다 보면 재료가 신선할수록 맛이 더해진다.

특히나 채소류는 하루 사이 에도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나는 요리강습이 있는 날이면 다른 장은 미리 보아 두어도

채소 장만큼은 강습 당일 본다.


글쓰기도 그렇다 무언가 꿈틀꿈틀 글감이 떠오를 때 바로 쓰면 느낌도 살고 전하려는 것도 보다 명확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뭘 만들려는지 스스로 헛갈리고는 한다.

특히나 여행 후기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당시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늘 노트북을 이고 지고 다니지만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주로 제목만 남겨둔 채 "언제가 써야지!"로 남겨둔 이야기가 한 트럭이다.

일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글쓰기를 위해 시간을 따로 떼어 놓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변명만 남긴 체 말이다..



2. 시장은 맨날 보면서 오늘은 뭐 먹나 늘 고민이다

글쓰기나 요리나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손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보니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들도 많고

그럼에도 언제나 오늘 뭐 먹지? 또 오늘 뭐 쓰지? 고민하고는 한다.


독일 시장은 좀처럼 큰 변화가 없지만 그럼에도 제철 과일과 채소들이 바뀌어가고 간간이 철 따라 식재료들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언제나처럼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고는 한다.

그럼에도 늘 하는 고민이 오늘 뭐 먹나? 다.


엊그제 마트에는 홍합이 나와 있었다. 가을이 되면 석이버섯과 함께 단호박, 그리고 홍합이 나온다.

이 둘로 남편의 레시피인 단호박 홍합 미역국을 끓이면 저녁 메뉴 해결이다.

글도 그렇다 작가의 서랍 지금은 저장글로 바뀐 곳에 차곡차곡 쌓아 둔 제목만 7백 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오늘은 뭘 쓰지? 하고 노트북 펴고 앉아 또 행복한 고민에 빠져 든다.


3. 급할 때는 냉동고에 얼려 놓은 재료를 쓴다

병원일이 늦게 끝나거나 급하게 왕진 계획이 잡히고 나면 요리할 시간이 없을 때도 더러 있다.

그럴 때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카레나 짜장 소스는 정말이지 유용하다.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또는 얼려둔 크림소스나 토마토소스를 녹여 파스타만 빠르게 삶아 내어 먹기도 한다.


글도 그렇다. 퇴근해서 오늘은 뭔가 하나 써야지 했다가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한국 드라마에 정신을 뺏기고 나면 내가 뭘 쓰고 싶었더라 하기가 십상이다.

그럴 때 작가의 서랍에서 제목과 소제목 또는 사진들과 몇 줄의 내용이 포함된 (얼려둔?)

쓰다만 글들을 꺼내어 쓰기도 한다.

사실 이 글도 제목 그리고 소제목과 몇 줄의 내용을 저장해 둔 것이다.

한마디로 묵혀둔 글인데.. 언젠가는 꼭 써야지 하다가 오늘 내 눈에 띄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렇듯 얼려둔 재료는 시간 없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깃거리 요리 하기도 글을 써내기도 유용하다.



4. 꾸준히 하면 똥손도 는다.

글쓰기이던 요리던 그렇게 매일 무언가를 만들어 내다 보면 소위 똥손도 는다.

하다 보면 무조건 는다 나는 아무리 해도 안되던데.. 원래 재주가 없어서.. 하는 사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늘지 않은 건 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라 금방 포기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의 절친 강여사가 말했다 "나는 네가 요리강습을 한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

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시절의 나는 요리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라면 하나를 가지고 곰탕을 만들었고 수제비를 가지고 풀을 쑤는 마술사 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일에서 어쩌다 손님 초대를 했노라 하면 친정아버지는 늘 물으시고는 했었다.

"네가 밥은 어떻게 했니?"라고 말이다.


5. 양념이 모자라도 지나쳐도 맛이 안 난다.

요리를 하다 보면 뭔가 빠진 듯한 맛에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간장을 더해야 하나? 설탕이 빠졌나?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야 하나? 고추장이 나을까? 하고 말이다

언젠가 감자탕을 끓이는데 맛을 보니 이대로도 먹을 만 하지만 뭔가 살짝 빠진 듯한 맛이었다.

순간 고추장 한 스푼을 넣었더니 감칠맛이 바로 텁텁함으로 탈바꿈해 처음만 못하게 되었다.


어느 주말.. 스트레스를 팍 하고 날려줄 매콤한 떡볶이를 해주마 했던 남편은

실험정신을 발휘해서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파, 마늘, 참기름, 물엿등이 충분히 들어간 떡볶이 양념에

스페인산 매운 칠리를 넣었다가 머리뚜껑이 뻥 하고 열리고 입에서 김이 펄펄 나는 떡볶이가 탄생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표현이 뭔가 딱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 저렇게 묘사를 하다 보면

한 줄로 써도 될 것을 자꾸 부연 설명을 더 하느라 세줄 네 줄 늘어난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나중에 뭔 소린지 모르게 씌어질 때도 많고

요런 느낌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고 보니 조따구의 글이 되어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6. 때로는 계획과 다른 것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조금씩 늘기 위해서는 요리던 글쓰기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계획은 이러했으나 결과물은 영판 딴것이 나오는 것이 내게는 익숙하다.

처음 요리를 할 때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싶었으나 감자, 호박, 양파 송송 썰어 두부까지 넣었어도

물조절에 실패해서 묽은 맛이 영락없는 된장국이 되어 버리고는 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다른 계획으로 글감을 들고 왔다가도 쓰다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일이 다반사다.

원래는 강아지 나리와의 재미난 일화가 있어 글을 썼는데 쓰다 보니 부부싸움 이야기만 잔뜩 들어 있었다.



7. 누군가 내가 한 요리를 맛나게 먹어 주는 모습에

무한 보람을 느낀다

그렇게 요리나 글쓰기나 맘처럼 제대로 나와 주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맛나게 먹어 주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니 안 먹어도 배부르고 무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지난번 저녁에는 그날따라 병원 일이 하도 많아서 퇴근하니 너무 지쳐서 잠이나 잤으면 싶었다.

그냥 피자나 시켜 먹을까? 하다 그래도 뭔가 요리를 해서 먹는 게 좋겠다 싶어 닭볶음탕을 해 먹었다

막내가 맛있다며 팔 걷어 부치고 어찌나 야무지고 맛나게 먹는지..

퇴근 하자마자 닭다듬고 채소 씻고 자르고 하느라 애썼던 순간의 피로와 힘듦이 눈처럼 사르륵 녹아들었다.

이 맛에 요리하는 거지 싶은 순간이었다.  


수요일이라 일하다 중간에 조금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병원에서 노트북을 펴 들고 몇 줄 적다 보니

복도에서 떠들썩 하니 난리가 났다.

우리 병원 최강 광녀 환자 P가 난리부르스를 당기고 있었다.(언젠가 이글도 올라갑니다)

"원 지랄 도 풍년이네!"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글을 마무리했다. 울 독자님들이 재밌게 읽어 주실 것을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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