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Feb 04. 2023

브런치 악플러에게 고하노니...


넷상 에서 글쓰기 란....


다음 블로그를 시작으로 브런치까지 넷상에서 글쓰기를 시작 한지 햇수로 10년째 접어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생활을 위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처음엔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들이 우리가 독일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누고 싶어 시작했다.

그때는 이렇게 많은 분들을 넷상에서 만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글을 오래 쓰다 보니 가끔 글이 다음 메인이나 또는 카카오 톡이나 SNS에 노출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평소 조용하던 블로그 나 브런치에 방문자 수가 급증하면 꼭 세트 메뉴처럼 따라 들어오는 게 있다 바로 악플이다. 유명 블로거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데 뭔 악플 인가 했는데 로그인이 필요 없이 누구나 댓글을 달수 있도록 되어 있던 다음 블로그에서는 정말이지 다채로운 악플이 달리고는 했다.


글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 이라거나 다양한 악플은 보는 순간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했다.

지금도 생각 나는 악플 중에 하나는 글쓴이 사진 보니  진짜 대박 웃음밖에  나온다는 거다.

그 댓글을 몇 번을 읽었나 모른다 아니 뜬금없이 왜? 글은 전혀 외모에 대한 것이 아닌데 왜?

그리고 이거 나 못생겼다는 거지?하는 것을 인식하며 빡치기 시작했다

나도 울엄빠 에겐 미스코리아 쌍싸다구 갈기게 생긴 딸내미고 울 남편 에겐 섹시구리 하기 그지없는 마눌 이건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남의 사진만 뜯어보고는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눔의 댓글에 답글을 어찌 다나 고민하다 못생겼다고 세금 더 나오는 것 도 아닌데 그렇게 라도 웃음을 드리니 다행이라고 썼다.

마음은 ‘네가 나를 알아? 나 실제로 보면 니쁘다 !’라고 쓰고 싶었으나 예의를 쳐발 쳐발 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왠지 사진을 쓰는데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업체를 광고하는 댓글부터 자기 블로그 광고 하는 벽보 같은 댓글, 뭔 소린지 도저히 이해가 불가한 댓글, 독일에 살고 있는 우리를 어제 종로 지하상가에서 봤다는 둥 자기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는 둥 하는 사이코성 댓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다

브런치 에도 악플은 있다.


그런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해야 하는 브런치는 달랐다.

누군가 내게 브런치와 블로그의 차이를 묻는다면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댓글 관리 라 하겠다.

브런치를 하면서 블로그와는 다르게 광고성 댓글과 악플이 확실히 적다는 게 느껴졌다.

글쓰기를 하는데 더없이 편안한 환경인 셈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매한가지 이듯 인터넷상에서 글을 쓰는 곳도 결국은 어디나 비슷하더라는 거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 줘도 작정하고 나는 악플을 달고야 말겠슈 하는 사람은 막을 재간이 없다는 거다.

브런치 에도 악플은 있었다. 요따구 악플을 달기 위해 로그인까지 불사 할 줄 몰랐다.

그야말로 하나의 악플을 피우기 위해 아침부터 그렇게 로그인을 열라 했나 보다. 였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글을 써서 올리고 종모양의 알람 기능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이 솟구친다.

누군가 좋아요 또는 댓글을 써 주시거나 구독을 눌러 주셨을 테니 말이다.

신바람 나게 클릭했는데 그게 악플이라면 정말 속상하고 힘 빠지는 일이다.

브런치는 너튜브처럼 조횟수나 좋아요 구독이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다.

브런치의 좋댓구알은 그냥 작가에 대한 응원이다.

네가 꾸역꾸역 쓴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 그러니 계속 글을 쓸 만해 파이팅이야 이런 의미 말이다.

그런 댓글에 힘을 얻어 계속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이런 것과 닮았다.

숨이 턱턱 차오르는 마라톤을 뛰다 보면 이대로 그냥 포기할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그때 모르는 이들의 "파이팅,잘하고 있어!" 하는 박수 소리에 무릎이 펴지고 다리가 앞으로 나간다  응원에 힘입어 말이다.

악플러에게 고하노니

글을 쓰다 보면 때로 하얀 바탕 화면에 커서만 반짝일 때 머릿속에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쳐도 이걸 어떻게 꺼내야 하나 싶어 한참을 멍 때려야 한다.

또 어느 때는 식구들 저녁 준비 하다 생각 나는 이야기가 있어 잠깐 노트북 켜고 써 놓다가 솥 태운 적도 있다.

꼭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할 의무도 없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글 쓰는 게 좋고 독자님들과 글로 만나는 게 기다려져서 그런다.

그러나 네가 좋아서 하는 글쓰기니 악플쯤은 감수해! 이건 아니지 싶다.


그동안 언젠가는 한번 써야겠다 마음먹었던  중에 하나가 악플에 관한 것이

그러나 왠지 댓글에 관해 쓰게 되면 그동안 가족 같은 독자님들이 댓글로 응원을 해 주셨는데 그분들 마저 댓글을 쓰시는데 조심스러워하실 까봐 망설여졌다.

그런데 엊그제 나를 이 글을 쓰게 인도해 준 댓글을 가장한 악플을 받았다.


며칠 전 조회 수가 갑자기 쭉쭉 올라가길래 통계를 보니 내가 쓴 힙한 사탕 가게에서 만난 한국이라는 글이 SNS노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글은 우리 동네 새로 생긴 예쁘지만 비싼 사탕가게에서 문득 어린 시절 한국에서 내가 만났던 또 다른 사탕가게에 관한 것과 그 사탕 가게에서 만난 한국 라면과 과자에 관한 알록달록한 글이었다.

늘 그러하듯 다음 메인이나 SNS에 글이 노출된다고 해서 조회수만큼 좋아요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몇 줄일지라도 모르는 이에게 마음을 담아 써야 하는 댓글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마치 댓글인 듯 댓글 아닌 듯 악플인 듯 악플 아닌 듯 쓴 것은 맘 상하기 충분했다.

왜 한국말은 에효 쯧쯧쯧 하는 의성어로도 무슨 의도인지가 읽히지 않는가?

나는 그 댓글을 읽으며 "이런 글은 니 일기장에나!" 보다는 정중해 보이나 굳이 그렇게 비꼬듯 쓴 이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시간을 내서 읽었는데 본인이 상상하던 것을 끝내 글에서 찾지 못했나 보다. 그럴 수 있다. 그러면 읽다 말면 되지 않은가? 뭐 하러 아까운 시간 내서 끝까지 읽고는 굳이 찾아와서 저런 댓글을 다는 걸까?

글을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뭣이 어쨌든 그 글이 궁금하긴 했던 거 아닌가?

궁금하게 하는 것도 재주인데.. 그럼 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뭐 어쩌라는 건가?

본인만 아까운 시간을 낸 게 아니다 보기에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나도 내 글 쓰느라 장시간 들였다.


넷상에서 10년간 글을 쓰며 필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거나 북프로젝트 대상을 거머쥐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다거나 하는 기적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에 웬만한 악플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포와 글태기에 빠져 바닥까지 가라앉다가도 어느새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꾸준함을 얻었다.

덕분에 예전처럼 악플을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답글을 어떻게 달아야 하나? 전전긍긍한다거나 차라리 댓글을 삭제해야 하나? 등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저렇게 자기 자신은 악플을 단다는 것을 모르는지 그냥 솔직한 마음을 썼다고 생각하는지 당당하게 남의 글에 찾아와서 댓글을 단다면 그와 비슷한 뉘앙스의 답글을 받으면 기분이 어떤지 알게 해 주면 된다.

독자로서의 기본 예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프로페셔널 한 글을 읽기를 원하는 것은 서로 간의 상도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악플러 여러분 에게 고한다. 나는 끝까지 맞짱 뜰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든 악플을 던져라 그러나 대가가 없는 것은 없다. 본인이 쓴 게 악플인 줄 모르면 알게 해 줄 것이고 알고서도 여기저기 악플을 달고 다닌 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것이다

갱년기의 아줌마는 때로 사납고 다음카카오에서 1원 한 장 받은 적 없는 8년 차 무명 브런치 작가는 두려울 게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쓸면 뭐해? 가 알려준 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