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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28. 2023

유럽의 유명 해변가를 무색하게 만든 아름다운 이곳.

37년 지기와 속초를 가다.


독일 촌년의 행방
 

"우리 속초 갔다 올까?"라고 친구가 말했다. 친구는..

내가 독일에서 갑자기 출장 같은 2주의 한국행을 결정한 후 가장 먼저 일정을 공유한 사람 중에 하나다.

친구는..

우리의 고등학생 시절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37년의 세월을 지켜온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친구는..

때로는 사느라 바빠 뜨문뜨문 연락이 되어도 서로 깊은 이야기 나눈 지 한참이 지났어도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달음에 달려 나와주는 유일한 친구다.

둘이 가방 메고 학교 다니던.. 쉬는 시간이면 재잘거리며 함께 화장실과 매점을 오가던 예전 그때처럼...


친구는 몇 년간 속초에 살았다 그래서 속초의 웬만한 곳은 지네집 안방이다.

그래도 그렇지 속초는 강원도가 아닌가 거리 감각이 별로 없는 나도 먼 거리 인걸 알겠는데..

친구는 당일치기로 속초가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재차 물었다 "속초 강원도잖아 당일 치기가 된다고?"


드디어 속초 가기로 한날…

나는 속초 가서 바닷바람도 쐬고 오랜만에 친구와 놀러 갈 생각에 그전날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친구도 시간대 별로 깼노라 했다.

우리는 지천명이 한참이나 지난 나이에도 마치 소풍 전날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설레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다름 아닌 지하철 도봉산역이었다.

친구는..

그 역은 지가 자주 오가는 길이라 나를 픽업하기도 편하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속초행을 가기에도 혼잡하지 않으며 평일 출근 시간이 겹쳐도 웬만한 노선이 다 연결되어 만나기 어렵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빠릿빠릿한 사람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지하철 없는 촌구석에서 오신 촌년이 아니신가?

실시간 검색으로 지하철 상황을 꿰고 있던 친구는 지금 들어오는 소요산행을 타라고 했다.

친구의 신출귀몰한 검색과 그 시간 맞춰 따박따박 들어오는 지하철에 감탄하며 전광판에

소요산행 전전역 접근이라 쓰여있길래 한참 남은 줄 알고 사진 한두 컷 찍는다고 계단아래로 잠시 내려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딴따딴따단 하는 지하철 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풍악이 울려 퍼지고 바람 같이 뛰던 사람들을 따라 허벌라게 뛰었건만 젠장... 올라갈 계단이 너무 많았다

쏜살 같이 들어오던 소요산행을 코앞에서 타지 못한 사람은 어느 성격 좋아 보이는 할매와 어리바리하기 그지없던 독일에서 온 촌년뿐이었다.


친구에게 부리나케 카톡 보이스톡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친구는 그러면 14분에 들어오는 거 타라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14분에는 소요산행이 아니라 동두천행 그리고 그다음은 의정부행 이 지나갔다.

기다리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다시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요산행이 안 온다"

친구는 예의 그 화통한 웃음을 날리며 "이런 독일 촌년 그거 다 타도 됐는데" 했다.

친구가 14분에 들어오는 동두천행을 타라고 했다는데 소요산행 만 되뇌던 독일 촌년은 이른 아침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40분을 지조?를 지키며 꼿꼿이 기다렸다.


그 시절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원래 계획 보다 조금 늦은 시간 이였으나 우리는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달리다가 어느 순간 휴게소에 들러 커피와 옛날 핫도그도 냠냠 거리며 맛나게 먹었다.

핫도그를 먹는 폼이나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이나 우린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말없는 세월 만이 무정히 도 빠르게 흘러갔을 뿐...


친구는 그동안 아재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짱짱한 운전솜씨와 깡다구를 장착하고 있었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햇빛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한국의 가을을 담는 순간이 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산세월이 30년이다. 이렇게 고운 가을날 친구와 둘이 이런 귀한 시간을 얻을 수 있을 확률이 살면서 얼마나 되던가?

마음속 깊이 잔잔한 감사와 감동이 햇살처럼 밀려들었다.

물론 입은 먹느라 이야기하느라 계속 바빴지만 말이다.


아줌마들의 사는 이야기는 늘 기승전결이 없다 어느 순간 여기서 하나 저기서 하나 생각 나는 대로 툭툭 터져 나온다.

그럼 에도 잘 된 드라마 하나 건너뛰어도 다음 편 보는 것에 문제가 없듯 물꼬 튼 대화는 끊임이 없었다.

그 덕분에 길다고 소문났다는 터널도 언제 지났나 싶게 지나서 우리는 속초 구석구석을 달리고 있었다.


속초가 이렇게 가깝고 예쁜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는가 에 따라 모양도 색감도 바뀐다.

다른 누군가와 같은 장소를 왔다면 분명 또 다른 느낌과 시간으로 채워졌을 테다


파란 하늘.. 가을색으로 물든 낙엽.. 지나가며 멈춰 섰던 휴게소.. 오밀조밀 올라가던 낙산사 언덕길.. 날아갈 듯 보이던 기와지붕들... 나무 위에 매달린 오렌지빛 감.. 서 있는 모습 그대로 멋들어지던 소나무.. 그 뒤로 보이던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 웅장 하면서도 푸근하던 설악산의 자태... 유럽의 유명 휴양지 하고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예쁜 아야진 해변가...

그 어느 것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한 장 한 장 찍어낸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눈에 가슴에 두루 담아 두었다.


다닐수록 한국은 참 보석 같은 곳이 많다는 것을 짧은 여행을 통해 계속 실감하게 된다.

바다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며 유럽에서 이름난 휴가지 특히나 바닷가를 꽤나 많이 다녔었다.

스페인의 마요르카,카나리아 제도,그리스의 크레타,로도스...

그러나 이렇게 산도 바다도 조화롭게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을 찾기가 어렵다.

멀리 있어야 잘 보이는 것이 있듯 예전엔 몰랐던 한국의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더 발견하게 된다.


낙산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손뼉 치는 모습도.. 바닷가 모래사장에 글씨를 써 가며 키득이는 모습도 오늘 날씨 너무 좋다며 싱그러이 웃는 모습도..

프라이빗 하고 아기자기 예쁘던 아야진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글씨를 써라! 하트를 붙여라! 동영상을 찍네~ 인터뷰를 하네~떠들던 친구의 모습도..

37년 전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왜 우리는 변한 게 없는데 세월은 이리도 빨리 저 혼자 흘러가 버렸을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달라진 걸 꼽으라면..

아야진 해변가 뷰 예쁜 카페에서 발랄하고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던 20대 깜찍이 들과는 조금? 달리 후덕해진 몸으로 한결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는 혼자가 아닌 남편과 식구들의 안녕을 위해 초를 켜고...

모래사장에 어느새 식구들 이름을 빼곡히 적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중간중간 하얗게 쉔 새치와 넉넉해진 복근과 햇빛에 살며시 보이는 잔주름쯤은

너끈이 지르밟고..

마치 소녀 소녀 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있는 듯했다.

꿈도 많고 웃음도 많아 시답잖은 것에도 까르르 넘어가게 웃어젖히던 그 시절 그때로..



김자까의 안부 인사와
사심 가득 맛집 추천

to. 안녕하세요 울 독자님들..

독일에 김자까 인사드립니다.

여름에 가족 들과 함께 했던 한국의 시간들도 이야기보따리 들도 아직 풀어내지 못했는데..

고새 한국에 또 다녀올 일이 있어 출장 가듯 다녀왔습니다


울 독자님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원래 계획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해 한국을 두 번이나 다녀오다 보니 마치 여러분과

함께인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 하루를 삼일처럼 알토랑 같이 쓰며 잘 지내다 집에 왔습니다.

물론 아직 시차 적응 중이에요.

병원일이 바빠 바로 투입돼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몽롱하네요

이제 시간 될 때마다 하나하나 꺼내 놓으며 울 독자님들 자주 만날 예정입니다.

요기 까지는 김자까의 안부 인사였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와 속초를 다녀오며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 거리를 잔뜩 담아 왔어요.

그 추억 중에 하나가 울친구 아들내미가 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정말이지 세 번 놀랬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 독일에 오던 때 기저귀 차고 있던 아이가 어느새 청년이 되어 바다를 담은 면요리라는 

테마로 바닷가락이라는 이렇게 멋진 가게를 하고

있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브런치 카페 보다 더 이쁜 공간도 녀석이 다 만들었다는 것에 엄지 척하며 두 번 놀랐고...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신선함에 반짝이는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는 해물 칼국수도 직접 만들어 주어서

세 번 놀랐습니다.

그 맑고 시원한 맛이 꼭 바다를 닮았더라고요.

속초 가실 일 있는 분들은 혼자만 알고 싶은 국수 맛집 바닷가락에서 꼭 한번 바다를 맛보시기를 강추합니다.

친구 아들내미여서가 아니라 요리하는 사람으로 강추합니다.

이상 사심 가득한 맛집 추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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