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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2. 2017

삼일절 막걸리 와 비오는 날의 김치 부침개

 


한국을 방문 중인 남편은 그렇게 가보고 싶다던 촛불집회에 참여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잠시 구경을 갔던 것이지만
멀리 있어서 언제나 마음 뿐이였는데..직접 가서 함께 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남편이 집회장 이곳 저곳의 상황을 찍어 카톡으로 보낸 몇컷 의 사진 속에는 빗속에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체 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 속의 광경은 우리가 독일 에서 인터넷 으로 보아오던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

그곳 에서 직접 찍어 보낸 사진을 실시간으로
받아 본다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이 들게 했다.

마치 나도 현장 에서 함께였던 것 같은 .....

그후에 도착한 사진 속에는 우비 입은 군중들 속에서 하얀 우비 입고 구속하라 피켓까지 나란히

들고 뭔가 해냈다는듯 뿌듯하게 웃고 있는 남편의 모습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한마음으로 모인 사람들 속에서 전해지는 국민의 뜻이 꼭 정의를 이루어 내리라 하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인증샷 뒤로는 어느새 먹방 사진이 카톡으로 보내져 왔다.

포장마차 에 앉으셔서 막걸리를 앞에두고 삼일절을 기념 하고 계시단다.

집회는 짧게 한잔은 길게 ..였다나..

집회 참여 하는 길에 친구들을 만난건지 친구들과 삼일절 막걸리 하는 길에 집회 잠시 들른건지 ㅎㅎㅎ

나도 익히 아는 사진속의 친구분들은 뻥 조금 보태 예전과 하나도 다를것 없는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 막걸리 사발?을 기울 이고 있었다.

그저 친구들 끼리의 평범한 사진이 였음에도 불구 하고

어쩐지 친구 들과 어울려 그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남편의 그 편안하고 아이처럼 신나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 온다.

아마도 그 순간의 남편의 속마음이 느껴 져서 일게다.


한국과 뚝 떨어진 독일 에서 오랜 세월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남편과 내게는

어쩌면 저 막걸리 병 바닥에 걸죽하게 가라앉은것 처럼 흔들면 금방이라도 말간 윗쪽으로

둥둥 떠 올라 섞여 버릴지도 모를 하얀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것은 고향집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과 향수가 아닐까?  

조금 더 공부 해서 꿈을 이루어 보겠다고 짐싸들고 집떠나 유학 나왔을 때에도...

물설고 말설던 타지 생활이 녹록치 않아 힘겨웠을 때도...남의 말로 공부 해야 하는 이중고가

어깨를 짓누를 때에도.. 주변에 좋은 친구 들도 많아 지고 점점 독일 생활이 익숙해 졌을

때에도..캄캄 하기만 하던 공부가 서서이 앞이 보여 올때도.... 그 끝이 보이지 않던 공부가 드디어 끝이 나고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하던 때에도...

우리는 그 어느순간하얗게 가라앉은 막걸리 처럼 마음 바닥 깊은 곳에 침잠해 있던

그리움과 향수를 완전히 떨쳐 버릴수 없었는 지도 모른다.


공부가 끝나면  내 나라 내 고향으로 돌아 가리라 ..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그것은 부침 가루에 차가운 물 부어 잘 풀어서는 김치 송송 썰어 넣고 참치캔 하나 기름 쪽~ 따르고
잘 섞은후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살포시얹어 한쪽면이 살짝 익어 갈때 빵가루 솔솔뿌려 뒤집고
노릇노릇 하게 양쪽면을 다 구워내면 바삭한
김치 부침개를 부칠수 있는 것 처럼 우리 에겐 너무나 당연한 결론 이였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번듯한 직장

다니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 에서는 언제든지 귀국 할수 있도록 여행용 가방 하나를 쌓다 풀렀다를 반복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세상만사 모두 생각 대로 결론 지어지는 것도 아니요

계획 대로 흘러 가는 것 또한 아니 라는 것을 이제,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어느덧 우리가 나고 자란 내나라 에서의 세월과 얼추 비슷해 가고 있는 중년의 고개를 넘어서야 어렴풋이 알것 같다.

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수많은 추억 들과 소중한 지인  과의 우정 또한 이곳에서도 비슷한 무게로

우리 마음 안에 차곡 차곡 담겨 있다.

그러나 누구도 대신 할수 없는 가족들과 표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봐 주는 어린 시절 친구들 과의 만남은

비오는 날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바삭한 김치 부침개가 저절로 생각 나는 것과 마찬 가지로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그리움이요 향수다.

마치,세워둔 막걸리 병에는 또다시 바닥으로 걸죽한 것이 하얗게 가라앉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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