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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8. 2017

우리동네 카리스마 오리와  미스터 슈발름

눈부신 봄날의 기억 하나 더   


오늘은  

요리 강습도 없는 날이고,학교 특별활동반 수업도 없는 날이다.

아침에 빵도시락 싸서 막내 학교 보내고 나니.. 집에 달랑 혼자 남았다.

오전 시간에 물리치료 데리고 가야 하는 딸내미도 없고..점심 챙겨 먹여야 하는

큰아들도 없고...저녁 차려 드려야 하는 남편도 없다.

한마디로 오전 부터 오후 까지 통째로 나 시간이다.

그래서,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에 원래 쓰려던 글이 따로 있었다.

햇살이 따사로이 퍼지는 눈부신 봄날도 아니요.

저렇게 목련이 흐드러 지게 피기는 커녕 아직 ,꽃망울도 없고,나무에 푸르른 물도 오르지 않았지 근래에 제법 푸근한 날씨 였고,

조용히 홀로 그간 쓰고 싶었던 글들을 쓰며
사진을 정리 해야겠다 생각 했었는데...

?그런날 있지 않은가? 뭔가를 해보려 해도
집중도 잘 되지 않고 하는 족족이 작정 한듯

안되서 아까운 시간만 흘려 보내게 되는 요상한 날 말이다.

저...부지런히 글 을 쓰고.. 함께 올리려고 찍어 놓은 사진들을 정리 하며

핸디를 USB 로 노트북에 연결 했다.

그런데 핸디 의 SD 메모리가 인식이 안되고...아무리 찾아 봐도 노트북에 뜨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럼 아예 핸디 에서 모바일로 글을 쓰자 하고 핸디에 포토갤러리를 클릭

했더니 분명 찍어둔.... 아까 까지만 해도 눈으로 확인 했던 사진 들이 깜쪽 같이 사라 졌다.

마치 그 시간 들이 애초부터 존재 하지 않았던 것 처럼....

속상 하고 허무한 것은 둘째고 그때 까지 핸디와 노트북을 펼쳐 놓고 헛된 시간을 보낸것

같아 화가 나기 시작 했다.

에이띠 이럴거 걍 처음 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탱자 탱자 놀아 버리는 건데....

이제 어쩌지...날려 버린 사진들에 대한 미련으로 나는 잘 이해 하지도 못하는 용어들이 난무? 하는 컴퓨터 관련 어드바이스를 인터넷 에서 뒤지고 뒤져 ...SD 메모리 카드의 사진을 실수로 날렸을때 가쁜이 복구 시켜 준다는 프로그램에

대해 찾을수 있었다. 그리고는

간신히 그 내용을 이해하고 그 마법사라는 복구 프로그램을 어찌 어찌 설치 했다.

부들 부들 떨어 가며 ....

그.런.데 안전하게 잘 설치 되었다고 메세지가 뜨는데...프로그램 상으로 들어가서

막상 사용 하려니 도통 되지를 않는거다.

그럼 이 파일은 뭐여...ㅠㅠ

어쨌거나 오늘은 아무짓도 하지 말아야 하나 보다 싶어...쓰던 글은 덮어 버리고 ...핸디는 던져 놓고...노트북은 저 만치 밀어 버리고...

만화책도 보다가...예전에 여기 저기에 끄적이며 썼던 글 들도 읽어 보다 ...

혼자서 라면 까지 끓여 먹어 가며 본격 적으로 뒹굴 거리며 놀았다.ㅎㅎㅎ

이렇게 아무 고민 없이 놀아 보는 것이 얼마만 이던가?

그러고 보니 그동안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페인어를 배우러 과테말라에 가 있던 큰 아들은 원래 가려고 했던 도시가 아닌 병원도 없는 시골 동네 에서 혼자 열나고 배앓이를 해서 안타깝고 걱정되게 했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가 있던 딸내미는 운동 하다 십자인대가 끊어져서

독일로 다시 돌아 왔었다. 곧장 수술을 할줄 알았

는데 ....다리 상태가 바로 수술 받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여서 수술 날짜를 여름으로 미루고

중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다시 미국으로 갈수 있을까?없을까? 갈때 까지 염려 케 했고...원래 한국행 일정이 계획되어 있던 남편은 그딸내미를 공항에 데려다 주기위해 같은날 비행기끊다 보니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장장 15시간이 넘게 걸려 아버님 기일에 맞추어 간신히
한국에 도착할수 있었고 ....막내와 나는 덩그러니

독일에 남게 되었다 ...모두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음에도...

온가족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있는 오늘의 상황과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숨가쁘게 신경써야 했던 나날들이 줄지어 있었던 터라....나도 모르는새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나 보다.

몸이 피곤하고 지치면 누워 푹 쉬어 주어야 하듯 마음도 다른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체 노닥?거리며 쉬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그간의 맘 고생을 다독 거릴

오로지 나를 위한 위로의 시간이 필요 했는지도 모르겠다...

포근한 바람에 목련꽃 향기가 가득 묻어 나던
어느 눈부신 봄날에 있었던 이야기 에요.
그냥 하하 웃고 지나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지만 지쳐 있는 당신 에게
잠깐의 짧은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생각해 봅니다.

며칠 째

독일은 파란 하늘에 하루 종일 해가 나는

꿈 같은 봄 날씨의 연속 이다.

4월에 이렇게 날씨가 좋아도

되는 고야?

누가 독일 4월 날씨 변덕 이래? 라고 할 만큼....

일기 예보 에서는 간간이 비올 꺼라고 했었는데

그 예보를 비웃기 라도 하듯 바람 불면 살짝 서늘 하고 틈틈이 해가 구름 뒤로 숨으면

살짝 어두워 졌다가 기온은 조금 내려 갔지만 전반적 으로

이정도면 빤따스틱한 봄 날이다.

덕분에 남의집 목련 나무에 하얀 목련꽃도 노란 개나리도 활짝 피었다.

이런 날씨를 그냥 내버려 둘수 없는 나는 땃땃한 햇빛 받으며

팔장을 끼기에 기럭지는 좀 짧고 업어 달라고 하기에는

아직 힘이 좀 없지만 우리집 세남자 중에서 젤루 훈남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섰다.


둘이 한참을 걷다 보니 저 ..윗쪽으로 이 동네 에서 자주 보는 작은새 라고 하기에는

뭔가 크고 뒤뚱 거리며 걷는 모습이 마치 주위를 둘러 보며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 같아 보이는

아이들을 발견 했다.


멀리서 볼때 부터 혹시 오리가 아닐까?

했었는데

가까이 서 보니 발에 갈퀴가 달린 진짜 오리가 맞았다.

그것도 생긴 것도 다른 남녀 한쌍.

보통

오리 들은 호수 나 강물 위를 떠다니 던가 어딘가 물위를 유유히 다니지 않았던가?

아니면

물가 근처 풀밭 에서 돌아 다니고 있던가 말이다...이렇게 주택가 한 가운데 그것도

찻길을 뒤뚱뒤뚱 걸어 활보 하고 있다니 정말 신기한 광경 이 아닐수 없었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버스 타고 온것 같지는 않은데 ...ㅎㅎㅎ

게다가 어째 사람들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계속 해서 우리 뒤를 정확히는 막내의 뒤를

졸졸졸 쫓아 온다.

아마도 막내의 손에 들린 음료수 통이 뭔지 먹을 것으로 보이는 가 보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 신기방기 한 오리 커플을 조금 더 지켜 보아 주기로 했다.

주택가 골목길 이라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멀리서 저 작은 오리 들이 설마 찻길을 활보 하리라 예상 하고

오는 차들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얘네들을 우리집으로 데려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리 오리 들과 눈을 마주 치며 얘들아 니들 집이 어디니? 차다니는 길 한 복판 에서

이렇게 휘젓고 다니면 위험하단다

라고 열심히 이야기 한들 이애들이 알아 듣겠는가?

그런데

가만히 지켜 보니

재미 있게도 지네끼리 쳐다보며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는것 같아

보인다.

꽥~꽥~


여자 오리로 추정 되는 심플한 깃털의 오리가 남자 오리로 추측 되는 화려한 깃털을

세운 오리 에게 뭐라뭐라  꽥꽥 거리 더니..어느새 목을 쑤욱 낮추고

몸이 저 담장 밑으로 싹 하고 순식간에 들어가 버린다.

오매나 놀래라 ~! 오리도 새 인데 ...날아서 담장을  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요가 하는 아낙네 처럼 목을 쭈욱 하고 길게 빼더니 그 낮은 담장 밑을 통과

해서 남의집 마당 안으로 쑥하니 들어 가 버렸다.

뭣이 어쩌고 부지런히 꽥꽥 거리며....

그 소리는 우리가 추측 하건데 ...

여자 오리가 남자 오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꽥.........꽥꽥꽥꽥

" 쟤네 따라 가 봐야 우리 줄것 하나도 없을것 같애..

애들 생긴것 보니 딱 답이 나온다.차라리 저 집에 뭐 있나 들어가 보자, 따라와 자기~!"


그.런.데 금방 따라 남의집 마당 안으로 들어 갈것 같던 남자 오리가

담장 밖에서

몇 년전 유명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을 패러디 하듯   

우린 늘 함께 있는 거야~ 하는 삘로 긴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한참을

여자 오리 따라 걷더니

그만 획 하고 방향을 틀어서 길 건너로 뒤뚱 뒤뚱 가버리는 거다.

오호~

요~오리 보래요 ....니들도 밀땅을 아는구나?

점점 재미있어진 나는 이번엔 담장 안 남의집 마당을 휘젓고 다니던

여자 오리가 어떻게 나올지 무쟈게 궁금해 졌다.


그렇게 지켜 보다 보니, 담장안 남의집 마당에 서 있던  여자 오리 멘붕 이였다. ㅋㅋ

마치, " 엉?자기야 어디가? 나만 두고 가는고야? 그런고야?~

하는 표정 으로 망연자실 멀 뚱이 서있다.

시크한 상남자 삘~의 남자오리 담장 안 여자오리가 자기를 쳐다 보고 있는 것을

알면 서도 모른척 뒤도 안 돌아 보고 건너 가고 있다.

뭘 지대로 아는 남자 오리 였다.


그때, 다급 해진 담장안 여자 오리 아까 그집 들어 갈때 하고는 비교할수 없는

빛의 속도로

목 늘려 몸접어 담장 탈출~

ㅋㅋㅋ

또 뭐라 꽥꽥 거린다. 통역?하자면

"자기야~기다려~! 그렇게 먼저 가버리기 있기? 없기?"

카리쑤마 있게 가버리던 남자 오리 못이긴척 기다려 주는 쎈수~

역쉬 저넘은 밀당을 지대로 아는겨 ~


우리는 한참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 오리 커플의 종횡무진 사랑의

밀땅 모습을 지켜 보았다

무사히 큰 찻길을 잘 건너 안전한 곳 까지 뒤뚱 대며 사라져 가는

오리 커플을 지켜 보며 막내와 못다한 산책 길을 재촉 하는데

맞은편 에서 반가이 인사를 건네 오는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슈발름 부부가 계셨다.

그 특이한 이름 덕분에 얼핏 들으면 저 아줌니 한국말로 욕하고 싶은가?보다

오해 하는 분들 있으려나 모르겠으나...ㅎㅎ
진짜 이분들의 성은 이 근처 슈발름 이라는 동네의
대대손손 토박이 임을 인증 하는 전형적인 그동네 성 이라 고 했다.

뭐....조금만 쎄게 발음 해도 괜스레 미안해 지는
 이기는 하다..슈발름 부부

어쨌거나

우리의 친절한 이웃 미스터 슈발름 씨가

커다래진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아니,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오리들을 움직 이게 하는 리모콘 인감?"

럴수 럴수 이럴수가 슈발름 씨의 상상력은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 최강 이다.ㅋㅋㅋ

신기한 오리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 담고 있던 내 낡은 핸디가 우리의 커플 오리 를 자유자재로 움직 이게 하는 전 자동 리모콘으로 등극 하는 순간

이였다.

웃으며 "아니에요 제가 핸디로 오리들 사진을 따라 다니며 찍고 있었어요"

하는 나의 대답에 슈발름 아저씨 멋적으셨는지 코를 벌름 거리시며

"아니 요즘은 하도 신기한 것들이 개발이 많이 되서 혹시나 그런게 있나 했지..."

라신다.

순간,어디선가 불어 오는 포근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무안한듯 양쪽 볼이 발그레 해진 슈발름 아저씨와

영감이 따신밥 먹고 쉰 소리 하고 있어 쪽팔리게 ..하는 대사가 소리 없이 마빡에 곱게  씌인 슈발름 부인과 그리고

"진짜 핸디로 주파수 맞추어서 동물들을 움직 이는 프로그램도 연구 개발 되는거 아녀?"하는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귀얇은 아줌마 에게 기분 좋게 스치며...
향긋한 목련꽃 향 까지 싣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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