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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14. 2024

독일 택시와 다른 한국 택시의 특별함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었다.


금오름에서 생겼던 일을 전해 들은 남편은 핸드폰만 붙들고 있을 뿐 별 반응이 없었다.

리얼리티 쩌는 버전으로 1인 4역을 해 가며 그때 상황들을 적나라한 상황극으로 보여 주었건만 남편의 반응은 영 미적지근했다.

에? 왜?

속으로는 남편이 '뭐 그런 xx 가 다 있냐? 진짜 xxx 네! 정도의 찰진 욕이라도 한 사발 해 주거나 ‘그래도 나중에 좋은 분 만나서 다행이다 그런 분도 있으니 아직 살만한 세상 아니니!'

뭐 요정도 반응은 해줄 줄 알았다.


그랬건만 뭘 하고 있는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마누라의 일일 드라마 싸다구 갈기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아니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마누라가 택시를 못 불러서 개고생을 했다는데 어찌 저리 관심이 없을까? 내심

서운해 지려하고 할 때였다.  

한참을 꼼지락 거리던 남편이 내 앞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말했다.

"드디어 됐다 이제 우리도 카카오 택시 부르면 된다.!"


그렇다 현실 적인 남편은 마누라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스토리를 들으며

쌍욕을 날려 주는 대신 그 즉시 카카오택시 엡을 핸드폰에 깔아 버린 거다.

서울에 있을 때는 지하철, 버스, 마을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해 못 가는 곳이 없고

필요할 때 택시정류장에서 빈차를 타면 되었다

그런데 며칠 남지 않는 제주도 일정에서는 언제 또 그런 문제가 다시 생길지 모르니 아예 엡을 깔아겠다 싶었단다.

다음날 이면 서울로 가고 그 며칠 뒤면 독일로 돌아 가는데도 그 기간을 위해서 말이다.

단 며칠 이었지만 남편이 카카오택시엡을 깔고부터 우리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 택시비는
독일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도 무지 싸다


이제 더 이상 숙소에서 직원들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바닷가를 갈 때도 동문시장 서귀포 올레 시장등 전통시장을 돌아볼 때도

다시 숙소로 돌아 가야 할 때 빈차로 가는 택시를 금방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렇게 맘 편한 일인 줄 몰랐다.

진작 엡을 깔았어야 했는데 이번 한국 방문은 마치 출장을 다녀오듯 2주가 안 되는 기간이라 그 짧은 시간 동안 뭐 필요하겠나? 싶었다.

덕분에 우리는 한국에서 매일 택시를 탔다.

특히나 제주도에서는 하루 네 번도 탄 적이 있다. 명실공히 택시족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택시를 자주 타고 다니다 보니 확실하게 보이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놀랍게도..

물가가 올랐고 택시비도 비싸졌다 하지만

한국의 택시비는 아직 유럽이나 독일에 비해 너무나 싸다는 거다.


바로 얼마 전에 일이다. 독일에서 오밤중에 딸내미와 택시를 타게 되었다.

그새 우리 동네 택시 기본요금이 또 올라 4유로 60센트에서 시작했다

기차역에서 우리 집까지 전차로 4 정거장이다. 신호 대기 필요 없고 막히지 않는 골목으로 가면 10분도 안걸린다

그런데 13유로 들었다. 한화로 약 1만 9천 원가량 나온 셈이다.

아마도 한국이었다면 많이 나와야 6천 원 남짓 나올 거리가 아닌가 싶다.



한국 택시 기사님 들은
달리는 검색창


그렇게 한국에서 택시를 자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또 다른 것은

한국의 택시 기사님들은 정 많고 박식한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거다.

우리는 독일에서 휴가로 그리스나 스페인의 유명한 섬들을 꽤 많이 다녔다.

그때마다 차를 가져가거나 현지에서 매번 렌트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거기서도 종종 택시를 타고는 했다

그러나 그 어디서도 이렇게 깊이 있고 톡톡튀는 생생한 여행 가이드를 택시 기사분 께받은 적은 없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애월 한담 해변로를 갔을 때에도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셨다는 기사님이 일타강사처럼 쏙쏙 귀에 들어오게 어찌나 설명을 잘해 주시던지 장한철 선비님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적 배경도 미리 전해 듣고 덕분에 생가도 다녀왔다.

역사적인 것을 미리 전해 듣지 못했다면 그 앞을 지나가며 제주도 옛날 집인가 보다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날 숙소로 가는 길 만났던 기사님은 어떻고? 얼마나 이야기를 구수하고 신명 나게 해 주시던지 제주도에 전래 동화 같은 설화와 전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중에는 한라산 백록담에 관한 것도 있었고 가파도와 마라도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듯 귀를 쫑긋 세우고 택시 기사님께 들었던 제주도 전설은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에서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날은 월요일 밤이었다.

서울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 정류장에서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류장 기둥에 번호표가 붙어 있고 사람들이 그걸 기점으로 여기저기 나뉘어 줄을 서는 거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 당황했었는데

나중에 그게 택시 타고 갈 사람의 숫자를

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그 똑똑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다.

남편과 나는 두명 이니 숫자 2가 붙은 곳에서 기다리면 거기에 맞는 택시가 그 앞으로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타게 된 그날의 택시 안에서 남편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집에 도착해서 통화를 하긴 어렵겠다 싶어서 였다.

본의 아니게 통화를 통해 우리의 사정을 알게 된 젊은 기사님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혹시 제가 그날 모시러 가도 될까요?

제가 지금 가시는 댁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거든요!"


통화 내용중에 우리가 독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주 목요일 아침 9시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평일 출근 시간과 겹치는 시간이라 가족들에게 부탁 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새벽에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그시간에 와줄 택시가 있을런지?

있다면 얼마나 걸려 와 주실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공항에는 출발 두세 시간 전에는 나가 있어야 하니 최소한 오전 7시까지 인천 공항에 가 있어야 되는데 시간 맞춰 갈 수 있을지 이래 저래 불안한 참이었다.


그런데 그 젊은 기사님이 기꺼이 집까지 우리를 데리러 와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겠다 하니 얼마나 고맙고 안심이 되던지..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지켜준 젊은 기사님 덕분에 새벽 시간을 달려 넉넉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한식으로 아침까지 먹고 독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아마도 정 많은 택시 기사님들이계신 한국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반짝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

얼마 전 남편의 생일을 맞아 집으로 온 딸내미를 픽업하기 위해 기차역에서 택시를 탔던 날의 일이다.

사실 아이가 큰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둘이 전차를 타고 집에 갔을 게다

그런데..원래 살고 있던 기숙사에서 다른 기숙사로 이사를 했던 딸내미는 집에 가져다

둘 물건을 잔뜩 담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왔다.


전차를 타고 가서 내리면 집까지 언덕을 넘어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데

안 그래도 딸내미 기차 타고 몇 시간 오느라피곤했을 테고 노트북도 들어 있는 등에

지고 있는 가방도 만만찮은 무게라

괜찮다는 딸내미에게 그냥 택시를 타자고 했다.


둘이 역 밖에 줄지어 있을 택시 정류장으로나갔다

독일은 이렇게 주로 기차역 근처 또는 종합병원 앞에 택시 정류장이 있다

그곳 에서는 줄 서서 차례 대로 빈차를 타면 된다.

(*집이나 다른 곳에서 택시를 타려면 택시 회사로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순서의 택시가 너무 큰 봉고차인 거다.

순간 주춤했다 우린 둘 뿐이고 여행용 가방 큰 게 하나 있다해도 둘이 타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주춤 대는 내게 택시 기사 아저씨는 "택시비는 똑같으니 걱정 말고 타세요!"라며

택시 문을 열어 주었고 나는 "네 잘 알죠 그런데 우린 둘 뿐인데 혹시라도 식구 많은 사람들이 큰 차가 필요하면 기다려야 하잖아요?"라고 이야기했고

택시 아저씨는 오지랖 쩌네 하는 눈빛으로 "그거야 그들이 알아서 하겠죠!" 라며

운전석으로 갔다.


하는 수 없이 버스 같은 택시에 올라타서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했다.

택시가 모퉁이를 돌아 나가던 순간 가방도 많고 식구도 많은 사람들 한 무더기가 역안에서 나와 택시 정류장 쪽으로 걸어 나오는게 보였다.

내가 만났던 김포공항 앞의 똑똑한 택시 승차 시스템 이 떠올랐다.

진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던가!

독일에서도 한국처럼 그렇게 택시 탈 사람들을 미리 숫자로 나누어 놓고 기다리게 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굳이 이 버스 같은 택시에 달랑 둘이 타고 갈 필요도 없었고 저 식구 많고 짐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기차역으로 큰 택시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여러모로 한국 택시가 생각 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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