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ptspeise 본 요리 27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듯이 독일의 미용실은 비싸다.
남성의 짧은 머리를 기준으로 해서 싼 곳이 10유로 12유로다.
한화로 하면 만 오천 원이 넘는다.
게다가 이 가격은 머리를 감겨주지 않은 가격이다.
머리를 감겨 주면 거기에 서비스 추가 요금을 더 낸다.
물론 요즘은 한국도 미용실 비용이 많이 올랐고 유럽 다른 나라들 중에는 더 비싼 곳들도 있지만 한국 가서도 가격이 착하신 동네 미용실을 애용하는 우리 에겐 여전히 비싸다.
긴 머리의 여성일 경우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쌤이 하신 머리가 아니어도 150 유로를
넘게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로 하자면 이십 만원이 훌쩍 넘게 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젤루 중요한 건 비싼 돈 주고 빠마를 해도 원하는 스타일로 나와줄 확률이 그리 높지
못하다는 거다.
왜냐하면
독일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대체적으로 굉장히 얇고 천연 곱슬머리가 많은데 비해
우리는 대체적으로 굵고 쫙쫙 뻗은 직모의 머릿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곳 헤어 디자이너 쌤 들에게는 우리의 머릿결이 익숙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고
두상과 얼굴 형태들이 우리와 다르다 보니 같은 머리여도 해놓으면 영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는 아쉬운 상황이기도 하고 우리처럼 손재주가 좋은 파인 아티스트들을 이곳에서는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며
무엇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과 우리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봄바람 살랑 불던 어느날 머리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나는 독일 미용실에서 빠마 한번 말았다가 지대로 폭망 한 후에는 더 이상 이곳의 미용실에서 파마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던 우리 딸내미가 어느 날 미용실에서 파마를 시켜 달라고 노래를 하는 거다.
지딴아는 친구의 곱슬머리가 그리도 이뻐 보였는지
몇 날 며칠을 조르길래 동네 미용실로 데리고 갔더니 자기네는 아이들은 약이 독하기 때문에
파마를 해주지 않는단다.
얘가 너무 하고 싶어 이러는데 어쩌냐고 했더니, 나더러 약 사다가 집에서 직접 해주라는 거다
어쩌겠는가? 하는 수 없이 그 길로 파마약을 사러 갔다
독일에는 동네마다 화장품, 파마약, 치약, 샴푸 등등의 뷰티 용품들 그리고 기저귀, 분유 등의 베이비 용품,
비타민 등의 건강에 관련된 용품 들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전문 매장 들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Rossmann 로즈만 또는 DM데엠 같은 곳이 중저가 뷰티, 코스메틱 용품 매장이다.
나를 똑 닮아 머리카락이 굵고 숱이 많고 쭉 뻗은 직모인 딸내미의 머리를 뽀글뽀글 빠마로
변신시켜 주기 위해 파마약 중에서도 아이에게 사용 하기에 덜 독한 친환경 파마약을
2개 를 골라 담고 중간 굵기의 머리 마는 거, 종이, 등등의 미용 용품들을 한가득 사서는
보무도 당당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려 까짓 거 함 말아 보는겨~! 이 없음 잇몸이지.. 하며...
갑자기 엄마 미용실로 급 개조된 욕실에 딸내미를 수건 둘려 앉혀 놓고 어디서 본건 있어 가지고
조심조심 머리 한가닥 한가닥 말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 눔의 종이는 미끌 거리고 머리카락도 굵고 숱도 많은 우리 딸내미 자꾸 머리카락이 빠져나와서 몇 번을 다시 말았나 모른다.
다른 때 같으면 언제 끝나냐고 징징 거리며 메들리를 부르고 앉았을 거인데
쪼끄만 게 이뻐져 보겠다고 꾹 참고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하고
차마 엄마 못하겠다 할 수도 없고... 팔에 쥐가 나고 손가락이 떨리도록 말고 또 말았다.
진정 파마 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시였다.
우리나라 미용실에 가면 헤어데자이너 쌤 들이 손이 날아 갈듯이 빠르게 잘 말아 주시던데,
막상 초짜인 내가 시도해 보려니 그게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풀고 말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어찌어찌 수습이 되어 제법 비스꾸리 하게 빠마를
말긴 말았다.
촌동네 엄마 미용실에서 빠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리 손님의 모양새 가
기자재의 부족과 엄마 미용사의 모자란 솜씨로 인해 그다지 산뜻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럼 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 딸내미 긴 머리의 뽀글이 빠마 변신이 이루어졌다는 거이다.
어떻게?
짜짠 요렇게~ 독일 촌동네 싼티나 엄마 미용실 첫 작품이다.
그래도 제법 그럴듯하지 않은가? 말았노라,환장 할뻔 했노라, 어쨌든 빠마가 나왔노라.
그날, 파마약도 남고 내친김에 내 머리도 열심히 말아 보았다.셀프 로다가...
근데 문제는 뒷 머리였다. 도저히 혼자 서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퇴근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한 20분간 낑낑 거리 시던 우리 서방님
" 미안하다, 난 도저히 어떻게 못하겠다 네가 알아서 해 봐라 " 는 말을 남긴 체 유유히 사라 지셨다.
이론 띠.... 빠마를 반만 말고 있을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목욕탕 서랍장 거울 양쪽으로 열어 놓고
잘 안 보이는 뒤통수를 손으로 더듬어 가며 목을 돌려 댔더니 뒷머리 만 한 시간 넘게 걸려 간신히
다 말았다.
그날 딸내미 빠마해주고 남은 약 아까워 셀프로 빠마 한번 하려다 목 돌아가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