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기로 한 마요르카 섬에서의 두 번째 날 우리는 아날로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오래된 기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우선 버스로 팔마 까지 가서 거기서 기차를 타고 sóller라는 곳으로 가는 것이 그날의 일정이었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는데도 팔마 까지 나가는 시내버스 102번을 놓쳐 버렸다.
이틀 동안 타고 다닌다고 그새 익숙해진 102번의 다음번 버스를 타고 나가면 기차 시간을 맞출 수가
없고 어쩌나? 하다가 택시를 타고 다른 동네 정거장에 미리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타기로 했다.
마요르카 택시 정거장.
102번 시내 버스 안
독일에서는 비싸서 자주 이용하지 않는 택시가 마요르카에서는 가까운 곳으로 갈 때면 탈만 하다.
왜냐하면 택시회사 별로 구간별 운임을 통일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터당 택시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디까지 얼마라고 딱 정해져 있고
그대로 지불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짧은 구간은 식구 많은 사람들은 버스비와 별 차이가 없거나 버스값이 오히려 더 나오기도 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놓쳐 버린 버스와 1유로 차이 나는 택시를 타고 그다음 정거장으로 이동해서
시내버스 102번을 기다렸다 타기로 했다. 마치 지름길로 미리 질러가듯이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놓친 버스102번은 알고 보니 팔마 까지 이름하여 직행 버스 라 했다.
그것이 무슨 소리 인고하니 결국 택시를 타고 간 그다음정거장에서 우리는 102번이 아닌 다른 버스를 타게 되었고 그버스는 동네마다 들어가 정거장마다 서는 마을버스 같은 것이었다.
거기가 거기 같은 바다가 펼쳐지는 수없이 많은 동네를 지나 팔마 까지 장장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김에 동네 속속들이 구경한다고 좋아 하던 감탄사 가 한숨으로 바뀔때즘 우리는 팔마에 도착했다.
그렇게 팔마 중앙역에 도착한 우리는 그래도 기차여행은 먹어 가며 해야 제맛이지 하며 찐계란에 사이다 대신 빵부터 간식거리들을 골고루 사들고
마치 손으로 누군가 쓰윽 쓱 그려 준 약도 같이 허술해 보이는 안내판을 의지해 용케 특별한 간이 역을 찾아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하는 세트장 같이 생긴 역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가지고
향수를 불러일으킨 다는 옛날 기차가 들어 오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 나무로 만든 옛날 기차가 그 모습을 드러 내며 역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던 사람들 모두 사진 찍기 바빴고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앉는 사람이 임자 이므로 그 틈을 이용해 빨리 타려고 기다리며 서 있던 줄을 무시하고 새치기하시는 양심 불량 들도 더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빠르게 올라탄 장난감 같이 생긴 기차는 내부 또한 아기자기하게 작았다.
예전 산동네 마을에서 도시로 오렌지를 실어 나르는 운송 용으로 사용되었던 기차여서 그런지 아니면
옛날 사람들은 작았기 때문인지 남편과 막내와 내가 마주 앉아 가기에도 서로 다리가 맞닿을 만큼 좌석의 공간은 좁았고 덜커덩 거리며 수시로 지나가는 터널 은 금세 코끝이 시커 매 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탁한 공기를 안으로 들여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왠 젊은 처자가 남편 옆으로 오더니 말을 건다.
스페인어로 "혹시 스펜인 말 할 수 있어?"라고 묻는 듯했다.
우리가 아는 단어는 "올라" 하나다 하는 표정으로 노우 했더니 영어가 몸살 하는 발음으로 이야기를 걸어온다.
이야기인즉슨 옆쪽으로 자기 일행이 앉았으니 여기 같이 좀 앉아 가자는 거다.
요런 당돌한 처자를 보았나 " 얘 네눈에는 거기 앉을자리가 있어 보이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피차 영어가 짧은 관계로 눈에서 레이저만 뿜어 댔다.
그런데 남편이 가방을 위쪽으로 얹고 어찌어찌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나는 가족끼리 가기도 비좁은 자리를 젊은 처자가 굳이 끼여 가겠다는 것이 마뜩지 않아서
"흥..여자라 이거지.. 그냥 두지 가방은 왜 치워 줘?"라며 남편에게 심술을 부렸더니
남편이 "저 옆에 일행이라는 사람을 봐라, 저 자리에도 앉았는데 여기라고 안 앉겠니?"란다.
그쪽에는 혼자 앉아 가기도 버거워 보이는 아저씨 옆에 이 처자의 일행이라는 똑 닮은 처자가
의자 끝에 매달려 있었다.
줸장....나는 어쩔 수 없다 싶어 똑같이 팔다리에 꽃그림을 화려하게 그려 주신
두 여인네를 소심하게 째려봐 주는 수밖에 없었다.
산위에서 포토타임 으로 멈춰 있는 기차.
어쨌거나 그 병풍 자매 (팔다리에 화려한 꽃그림을 그린 그녀들은 어느새 내게 병풍 자매가 되어 있었다)와 함께 여서 자리도 불편한 데다. 수시로 터널을 지나며 창문을 통해 먼지가 풀썩 거리고 들어와 사들고 간 간식은 꺼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오렌지, 올리브 나무들이 즐비한 벌판을 지나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다
앞에 앉은 꼬마들이 아마도 10번의 터널 개수를 세고 있을 때쯤 기차가 멈추고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타임이 주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산 아래로 오목 하게 모여 있는 산간 마을의그림 같은전경이담긴
그 온화한 풍경을 배경 삼아 가족사진 찍어 대기 바빴다.
우리도 가족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었는데.....
오면서 지나치는 창밖의 풍경을 담느라 왕창 줌을 당겨 놓은 것도잊은 체 핸디를 맡겼더니
친절한 아저씨가 그대로 찍어주셔서 3장의 사진 모두 우리셋 여권용 증명 사진 처럼 얼굴만덩그러니 쟁반만 하게 나오고
뒷배경은 없었다.....
기차 안에서 우리 앞 입구 쪽으로 앉아서 가던 가족팀의 꼬맹이들이 열세 번째의 터널이라고 외치고 난 후에 우리는 28km를 기차 타고 sóller 에 도착했다.
Sóller는 마요르카 섬에서 오렌지뿐만 아니라 클래식 한 스페인 전통 가옥 들과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는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산행하기 좋은 곳으로 가족이 함께 하루 소풍 나오기 멋진 곳으로 손꼽히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관광객 들로 붐볐다.
우리는 상상 하던 것과 다르게 화려한 도시 Sóller 의 예쁜 골목길을 신나게 누비다 점심을 먹고 (사진이 많은 관계로 골목길 이야기와 사진들은 마요르카 여행 편 연재 중에 따로 올릴 예정입니다.) Puerto de Sóller로 향했다.
Sóller에서 항구 인 Puerto de Sóller 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가 있는데 기차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기차를 이용하게 되면 바다 보며 달리는 운치 있는 기차를 타 볼 수 있으나 시간에 맞추어 움직여야 하고
가족의 수가 많으면 그요금이 택시 요금보다 비싸서 우리는 Sóller에서 점심 먹고 실컷 놀다가 택시 타고 움직 였다.
산과 바다가 함께 보이는 항구 도시 Puerto de Sóller는 어쩌면 Sóller 의 명성이 산도 바다도 한 번에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이 항구가 가까이 있어서 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형 적으로 오목 하게 들어와 있어서 그런지 산을 옆에 끼고도 바람이 차거나 춥지 않았고 오히려 산 밑에 보다 더 높은 온도였으며 큰 배들이 바로 보이는 곳에 떠다니고 있는 데도 바닷물은 유리알 같이 맑았으며 산과 바다가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한폭의 풍경화 속에 우리도 일부가 된듯 한착각이 이는 곳에서 우리는 맨발로 해변을 거닐며 물장난도 치다..조개 껍질도 줍다...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반짝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