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방안 가득 햇살이 들어와 있고 실내 공기가 벌써부터 훅 한다. 어제 30도가 넘더니 오늘 역시 그러려나 보다. 이렇게 독일에서 비싼 햇볕 하루 종일 맘 놓고 쓸 수 있는 날이면 해야 될 일이 있다.
바로 이불 빨래. 이런 날 빨래를 그것도 큰 빨래 들을 해서 널면 빨래를 초고속으로 말려 걷을 수 있다.
뽀송뽀송한 느낌은 덤으로 받고 말이다.
잽싸게 세탁기를 돌려 이불 빨래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우리 집 베란다는 지붕이 없다 그래서 쏟아지는 햇빛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집에서 빨래 널 때도 날씨 좋은 날이면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야 한다.
오늘따라 햇빛이 유독 강하다 이불 빨래 하기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그 잠깐 일했다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오고 선글라스를 썼으매도 눈이 부시고 머리와 피부가 따끔거린다. 이제 집에서 빨래 널 때도 선크림 발라야 쓰겄다.
아.. 뭔가 익숙한 느낌의 따사로움... 아, 맞다.! 작년 여름에 갔던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서도 아침부터 이렇게 따끈하게 더웠다. 오늘처럼...
덕분에 숨겨 두고 잊고 있다 갑자기 생각난 아껴둔 간식을 꺼내 들었을 때처럼 그때의 사진들을
소환했다 반가운 추억들과 함께...
떠나자, 그리스 로도스 섬으로
작년 여름 에는 미국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큰아이만 빼고 가족 모두 함께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가족 여행 가기가 어려웠는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 각자 스케줄이 달라 가족 모두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지가 않아졌다.
그래서 친구들과 여행 가려는 딸내미 꼬셔서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를 끝낸 기념에다 우리가 병원을 개원하고 무사히 반년을 보낸 기념.... 붙일 수 있는 이유를 다 가져다 붙여서 그리스 섬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름 이면 그리스나 스페인 등 다른 나라의 섬으로 휴가 떠나는 사람들로 독일 공항들은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조금 더 저렴한 비행기를 타려면 출발 시간이 대부분 새벽이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 뮌헨, 하노바, 바덴바덴,.. 할 것 없이 새벽을 지새우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뉘른베르크 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렸다. 우리가 예전에 살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우리 살던 곳도 가보고 해서 시간을 꽤 많이 보냈건만 공항에서 기다리는 새벽 시간은 늘 길기만 했다.
여기저기에 잘 수도 없고 피곤한 사람들이 불편한 의자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짐 붙이고 비행기 타러 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되어 가니 공항 의자에 늘어지듯 누워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졸다 깨서 부스스하게 일어 나서는 이렇게 좀비 처럼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 시간이 새벽 3시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그리스 푸른 바다가 넘실 대는 아름다운 섬 로도스 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