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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탈리아 번개 여행

자동차 여행이 어려운 이탈리아....

by 김중희

트리에스테
한 복판에서..


한 시간이 훌쩍 넘 어서야

경찰차 한대가 도착했고

쪼로미 일땅이 이 땅이 삼땅이

경찰 세명이 순서대로 내렸다.

그들이 내리자마자

그 이탈리아 아주머니는

급하게 뭣이 어쩌고 저쩌고

이탈리아 어로

설명 하기에 바빴고

세명의 경찰 들은 고개를 주억 거리며

이탈리아 어로

예스인 씨 씨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세명의 경찰 중

총대를 매기로 한 듯 보이는

한 명의 경찰관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자기의 영어가 매우 테러블 하다

며 이해해 달라는 말과 동시에

우리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무엇이라

설명을 했는지 이탈리아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우리는

알 수 없었지만

짐작컨대

본인은 잘못 한 것이 없다고

우겼나 보다

영어가 테러블 하다는 경찰관 왈

남편이 차선을 바꾼 것이

잘못이니 남편 책임이라는 것이다.

남편은 기가 막혀하면 서도

차선을 바꿀 때 깜빡이를 넣고

신호를 주었으며

충분한 간격이 있는 상태에서

유턴을 시도했다.

그런데 저분이 어느 쪽에서

들어오셨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나셔서

우리 차를 받았다 는 이야기를 차분히

전했다. 몸살 하는 영어로..

한참을 끄덕이던 경찰관 들..

다 이해한 줄 알았더니

그건 나도 모르겠고

당신 책임인데 그냥

둘이 알아서 해결하고 우리가

빠지는 것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인데

라는 거다.

헐...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란 말인가?

분명 깜빡이 넣고 유턴하려는 차를

친절히? 달려와 들이박으신

분도 그 아줌마요

앞서 가고 있던 차를 아랑곳 하지

않고

차선을 바꾸신 분도 그분 이건만...

어떤 설명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탈리아 경찰관 들이

너희들끼리 해결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는 모두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한다.

말도 안 통하는 남의 동네에서

순식간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탈바꿈되는

상황이

어처구니없고 짜증 났지만

우리는 최대한 이성 적으로

상황을 해결 하자라는 맘으로

경찰관 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굳이

사고 처리 서류를 작성했다.


이탈리아 경찰관 들과 함께

경찰서와 각자의

자동차 보험 회사에 낼

사고 처리 서류 들을

모두 작성하고는

언제 뭔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빠르게 흩어지며 각자 제갈길을 갔다.

순간

여행 중에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어 헛웃음이 다 났지만

더 이상

이놈의 트리에스테 길거리에

서 있고 싶지가 않았다.

허탈한 웃음을 뒤로 한 체

이젠 크로아티아 숙소로

가기 위해

남편이 차에 시동을 걸고 있을 때였다.

부르릉 끼익 ~

우리 차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나는 거다.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에서

엄청난 추격전이 벌어지고

속도를 내며 도망? 가던 차가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며 다른 차 들을

따 돌리며 내던

매우 날카로운 끼익~ 하는 소리 말이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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