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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탈리아 번개 여행

트리에스테의 버라이어티 한 금요일 밤

by 김중희

금요일 저녁 아홉 시가 훌쩍 넘는 시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는

어둡고 조용하다 못해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그 어둠과 침묵 사이를 오로지 우리 차에서 나는

끼익~하는 굉음만이 트리에스테의 작은

골목길을 울려 댔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그 소리는

범상치 않았으며 소리와 함께 차체가 옆으로 돌아

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크지 않은 접촉 사고였으나 교통사고에

감사하게도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차 상태를 방심했다.

겉으로 보기엔

조금 긁히고 쭈그려 들었을 뿐이었는데....

차가 달리며 기우뚱하는 것 같은 느낌은

마치

달리던 차가 이대로 곧

차 따로 바퀴 따로

분해가 되지 않을까 싶게

불안했고

그 사이사이 차에서 울려 대는 끼익~하는

소리는 그 불안을 곱빼기로 얹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금요일 저녁 시간

이런 차 상태를 구제? 해 줄 카센터는

유럽에서 찾기 어렵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도

마찬가지...

내비게이션으로 어렵게 찾아온 카센터는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토요일 9시부터 12시라는 영업시간 안내 표를

확인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의논했다.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세 가지였다.

1.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도로에서 거북이걸음으로

서행 운전해서 16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국경 넘어 어떻게든 크로아티아 숙소로 돌아간다.

2. 차 안에서 밤을 새운다.

3. 근처 호텔 어디라도 들어가서 자고 날 밝은 내일

카센터로 다시 온다.

정말이지 마음은 1번 당장이라도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 다 싣고 그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내가 기 막혀하는 순간에도 남편은

차분하게

그 근처 호텔을 알아보며

독일에서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들고 있는 보험

자동차 연합 (ADAC)으로 전화를 했다.

국제부 사고 담당자와 한참을

통화하던 남편은

자동차 연합에서도 지금의

우리 상황에

차를 고칠 사람을 파견해 준다거나

모처에 있는 카센터를 연결해 주는 등의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단다.

다만 우리가 숙소를 찾으면

숙박비를 물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 그거라도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차를 다시

살살 달래어 끼익 소리를 벗 삼아?

카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을 찾았다.

그런데

식당 겸 말만 호텔 이였던

이곳은

심장을 벌렁 대게 만드는 차 상태보다

더 해 보였다

이곳이 호텔 입구라는데.....

이 동네 주민 누군가의 생일 인지

식당 앞마당 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말로 시끌 시끌

화기애애하게 파티 중이셨고

이 호텔? 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은

검은 머리의 이방인? 가족 은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방 다섯 개 가 전부인

호텔 입구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있었다.

그 하루가 정말 버라이어티 하던

우리의

트리에스테 에서의 금요일 밤이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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