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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6. 2016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말 아침

누군가 에게는 기적의 시간이다. 

우리 부부는

독일에서 만나 알콩 달콩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 셋 낳고 투탁 거리며
함께 한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우리를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한국에서 만나 
결혼해서 독일로 함께 온 것이 아니냐 

묻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더 오랜 세월 함께 했을 것 같고
그럴 만큼 서로 에게 
닮아 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사실 
생긴 것도 성격 도 전혀 딴판인 우리가
그리 닮아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서로의 꿈을 나누어 가져서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남편은 그림에 소질도 많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한때는 화가가 되고 싶기도 했단다.
그러나 
죽고 나서 유명해지는 경우가 더 많은
 험난한? 예술가의 길이 자신 없어
본인이 생각할 때 그래도 가장 자신 있던
책 붙들고 오래 앉아 있기로 의사가

되었노라 이야기하고는 한다.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성적이라는 험난한 벽에 부딪쳐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자신 있던 
남들과 잘 어울려 노는 방법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요즘은 캔버스 대신

접시에 그림을 담아내는

요리강사로 일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서로의 꿈을 맞바꾼 듯 보이는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더
서로의 직업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서로
직장에서 있었던 일 들을 누구보다
상세히 나누게 되는 절친 같은 
우리는 서로에게 
때로는 잔잔한 위로를

 또 어느 때는 뜨거운 응원을

언젠가는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날씨가 

여름과 가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햇살 따사로이 퍼지던 주말 아침 
 방금 내린 커피를 마시며 
남편이 들려준 누군가의 이야기로 우리는
먹먹한 가슴이 되었다.

우리 큰아들 또래의 20대 대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아 남편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안과 소속의 이 환자에게 
내과 적인 소견이 필요해 남편이 급하게 협진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 병의 원인을 함께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의사에게 있어 모든 환자가 꼭 치료 해

내고 싶은 대상이며
모두가 안타까운 경우 지만 
특히나 

환자가 우리 아이들 또래일 경우 
그 마음이 더 절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병 과의 싸움에서

 그 무엇도 백 프로 확신되는 것은 없다.
 그저 환자도 의사도 최선을 다해 함께 싸워 나가는
수 밖에는...
그러나 
그 최선 들이 모여 때로 기적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집 김 선생은 주말을 반납하고
병원으로 향 한다. 

주말 아침 눈을 뜨고 
누가 커피를 내릴 것인 가를 두고 

남편과 투탁 거리고 
아이들 에게 

주말이라고 아직도 자냐...
방 좀 치 워라... 다음 주에 시험 있다며
공부 좀 해라... 

빨래 방에 깔아 놓지 말고 세탁기에 좀 넣어라..
언제 먹던 과자 봉지가 아직도 

굴러 다니냐...

쓰레기 통에 넣는 게 그리 힘드냐... 

등의 잔소리를 퍼붓고 

또 성큼 커 버린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무한 반복되는

빤한 레퍼토리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며 

 방문 걸어 닫기 바쁘고 
햇볕 짱짱한 날 놓칠 수 없다며

빨래 한가득 빨아다 탈탈 털어 널며 

늘어 버린 흰머리와 볼록한 뱃살에 
한숨 쉬어 대는 
우리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말 아침이 
어떤 이 에게는 눈물 나게 바라는
기적의 시간 이라는 것을
우리는 
말없이 오가는 시선으로
서로 에게 전한다. 
또 다른 기적을 꿈 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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