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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2. 2016

번호표 없이 뛰는 사람들

일요일의 마라톤 대회 안에서...


지난 주말

 비 오다 말다 들쑥 날쑥한

전형적인 독일 날씨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도시의 외각에서 출발해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42킬로 미터의 거리를

통째로 뛰는 폴 마라톤부터 

그의 절반을 뛰는 

21킬로 미터 짜리 할프 마라톤

그리고 팀을 짜서

릴레이 하듯 대략 10킬로미터씩을

나누어 뛰는 스타펠 마라톤까지

다양한 마라톤 대회가 

 시간 대 별로 이어졌다. 

이중에 팀을 만들어 나누어 

뛰는 스타펠 마라톤에 친구 들이 

참여하는 관계로

아침 일찍 응원을 나섰다.

사실 

고등학교 때 체력장에서 800미터 

뛰는 것도 간신히 한 내게

마라톤은 너무 먼 그대였고

특별한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마라톤 대회에 응원을 나가 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물론 

마라톤대회 진행으로

사방의 길을 다 막아 놔서 

주말에 오다가다 길 막히는 것 

때문에 

"또 마라톤 하는 구만" 하며 

짜증 을 냈던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주말 아침 일찍 

시작된 마라톤 대회

이 길을 지나가게 될 친구 들을 응원 하기 

위해 서둘러 나갔던 나는

길 위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서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언젠가 그 앞을 지나가게 될 친구, 가족 등을

응원하기 위해서 라지만

대회 별로 코스가 정해 져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해도 

사실

달리는 사람들이 

정확히 

언제 그 길을 통과해 지나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대회 내내 서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길에 서서 응원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고 

고개를 쭉 빼고

이제나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저 길을 달려 올 친구, 또는 가족을 

기다리면서 

모르는 사람들이 달려 지나갈 때에도

그들을 향해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 훈훈한 응원의 손길들 중에는

손바닥에 불 나게 

손뼉을 치는 이들도 있었고 

북과 탬버린 짝짝이 등을 동원해서

음악을 만들어 내며 흥겨운 응원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마라톤 대회의 길목에 의자까지 내어 놓고 

앉아 응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도 계셨다.

그중에는 

전력을 다해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마라톤 선수 들을 위해 

길 한가운데 서서

소리 높여 응원하시는 할아버지도 계셨다.

"어이 젊은 친구 힘을 내 결승점이 머지

않았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숨을 고르고 속도를 조절해..

그렇지 그렇게... 할 수 있어.."

이미 달려가던 무리에서 쳐져서

 힘겹게 달리고 있던

사람들의 

다리에 힘이 실리고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 응원의 소리가 

숨이 턱에 까지 차고 다리가 풀리도록 

뛰어가고 있는 이들 에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지탱하게 해주는

"그래 할 수 있어 "라는 

 울림이 되어

마음속 깊이 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 긴 길을 달려 나가던 사람들 중에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목표는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끝까지 달리는

데 있었을 것이다. 


마라톤 대회 안에서는

그렇게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부터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스파이더맨, 고인돌 등의 재미난 

복장을 하고 함께 뛰어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의 주변을 돌며 응원하던 

사람들...

이른 주말 아침 도로를 가득 메우며

손뼉 치며 응원해 주던 사람들..

그리고

차량을 통제 하던 경찰들과 함께 

봉사하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부웅 부웅 하는 묵직한 소리의 나팔을 불어 대며 

끊임없이 응원하던 꼬맹이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마라톤 대회 안에서 

번호표 없이

함께 뛰고 있었다. 


그중에 

짧게 스쳐 지나가던 

어느 아주머니의 모습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녀는

마라톤 이 진행되고 있는 길 바로 옆 

보행자를 위한 길 위에서 

도로를 쳐다보며  말없이 함께 

 뛰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쉼 없이 바라보던 옆

 마라톤을 뛰던

사람들 중에는

다리를 절뚝이며 어렵사리 

뛰고 있는 아저씨 한분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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