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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6. 2016

독일 사람들 에게 자주 듣는
이혼 사유



비가

아침부터 주적주적

끝없이 내린다.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

라는 노래 가사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날이다  

남편 돈 벌러 보내 고

아이들 학교로 배달하고

문화센터 사무실에서

미팅이 있어

시내를 나가야 하는 

김에

 친구 알베나를 만나기로 했다. 



독일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이혼 사유 중에 하나가 

집을 짓기 전, 후

집을 사기 전, 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독일에서

 집을 짓거나 사거나

하는 일이 일생일대에 중대 한 일이고

돈도 많이 들고 신경도 많이 쓰여서

스트레스를 폭격으로 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예민 해진 상태로

서로가 평소에 참아 주던 부분까지도

불거지고

싸움이 잦아 지다가 급기야는

도장 찍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집을 살 때 변호사와 함께

집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같이 동석해서 계약을 체결

하는데

그때 변호사가 묻는다

혹시 나중에 이혼 소송 시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층간 소유권을 계약서에 넣을 까요?

다시 말해서 집을 사고 나서 바로 

이혼하는 경우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집을 급하게 매물로 다시 

내어 놓아 야 하니 

서로 좋은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예 미리부터 1층은 내 거~~

2층은 네 거~~

이런 식으로 나누어 놓으면 이혼할 때 

편 한다는 거다

우리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만큼 독일에서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거다. 




오늘 만난 친구도

집을 짓다가

다 지은 집 입주 도 하기 전에

이혼했다.

물론 그 전부터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었던

커플 이여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 였지만 

이혼 후

그녀의 홀로서기 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알베나는

돌싱으로 살게 된 지

반년 도 안돼 잘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부당 해고되어

소송까지 갔다. 

그 후

어렵게 재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던 그녀의

파란만장 한 사연은

인간 승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재판에서 이긴 날

너무나 행복해하며 웃던 그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원래도 낙천 적인 성격 인

친구는

늘 특유의 움 하하하하 하는

웃음으로 어려운 일을 잘 견뎌 내곤

했었다.


몇 달 전 

예전 직장에서 제법 코드가 잘 맞았던

동료와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동업하기로 했다며

신이 나서 내게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그 사업계획이라는 것이

사업에 대해 무지한 내가 들어도

훌륭하고 그럴듯해 보였으며 

무슨 일을 시작하든지 간에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고

내야 할 서류도 많으며

시간도 많이 드는 독일에서 

생각보다 모든 것이 빠르고

매끄럽게 준비되고 있다는

희소식을 들은 지가 2주 조금 넘었었다. 



그러나 오늘

알베나를 만나 들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에 상관없이

그 비즈니스 계획이 전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동업하려던 옛 동료 와도 

정리되었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동업하기로 했던 예전 직장 동료가

사무실 계약을 하기에

앞서

원래  하기로 한 사업 계획 과는

달리

자기 부인에 장모까지 사무실에

취직시키고

친구를 동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데다가

사무실 매입 등 사업에 들어가는 대출금은 서로 반반씩

나누어 부담하자고 했다는 거다 

그게 어떻게 동업 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친구는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그 사람의 숨은 의도를 알게 돼서

천만다행이야"라고

했지만 

그녀의 홀로서기 여정의

작은 부분을 알고 있는 나는

참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는

아직 풀어 보지 않은 선물 꾸러미

처럼

그 안에 무엇이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나는 정말 운이 억세게도 없어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지? 라며

절망으로 도배하고

살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늦게 알게 되지 않아 너무 다행이야

나는 운이 좋은 편 인 것 같아 ~~"

라며 다시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가 

창가에 또옥 똑 떨어지는 

맑은 빗방울 소리처럼 

내 마음을 두드리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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