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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4. 2017

그래서 결론은 따로 또 같이

누구를 위한 생일 선물 인가?

며칠 전 남편의 생일이었다. 그것도 그냥 생일이 아닌 50세 생일...

독일에서는 성인 이 되고 나서 나이 숫자 끝자리에 0이 붙으면 생일 파티를 크고 특별하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50 생일 파티는 스페셜하고 크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남편 몰래 친구들을 초대해서 깜짝 생일 파티를 해 줄까?

아니면 깜짝 여행을 계획할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타다닥하고 떠오르는 굿 아이디어 가 있었으니...


우선 남편은 사람들 많고 정신없는 파티를 개인 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남편 생일에 친구들을 잔뜩 초대해서는 신발 들고 각방에 나누어 숨어서 기다렸다가 남편이 퇴근 하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와서 위버라슝 Überraschung 놀랬지! 하는 제대로 깜짝 생일 파티를 계획했었다.


준비하는 동안 친구들도 모두 즐거워했고 우리의 계획은 비밀리에 촥촥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이 그 순간에 얼마나 감동할까? 하는 설렘에 몰래 장 보고 음식 준비하는 것도 혼자 친구들 초대하고 파티 준비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고 초대된 친구들도 "오우, 혹시 감동해서 우는 거 아니야 "라며 모두 깜짝 파티를 아이들처럼 기대하며 좋아했었다.


그렇게 두근 대며 준비한 파티 날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화들짝 놀랐다. 감동에 울먹이지 않겠냐던 친구들 이야기가 머쓱 하게 말그대로 어? 하고 놀라기만 하는 거다.

과장된 리엑션 이라고는 연습해도 못할 남편은 쑥스러운 듯 빙그레 웃었고

결국 그 파티는 준비하던 나만 신나 했던 주인공인 남편은 덤덤하던 싱거운 파티로 끝이 났고 그다음부터는 깜짝 파티 따위는 준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하고 있는 남편이 마눌이 몰래 멋진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 한들 아무 때나 휴가를 내고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선물을 해야 남편이 기뻐하려나? 다른 해 보다 좀 더 특별한 뭔가가 없을까? 고민하며..

"여보야, 그냥 쉑쉬구리 한 내가 리본 묶고 선물이 되어 줄까?" 라며 진담 깔린? 농담을 날리는 내게..

오마나 세상에 님 무신 그런 무 서븐 말씀을.. 하는 표정으로 남편은 "아니, 그건 괜찮고..."라며 자기가 정말 받고 싶은 것을 살짝 귀띔해 왔다.

그것은....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 에서 라이프치히 가는 길에 선명한 무지개 속을 걸었답니다
공부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 놀 때는 없던 힘도 생기는 여자

그것은 멋지구리한 옷도, 가방도, 따끈하게 새로 나온 핸디도, 노트북도 아닌...

남편은 자기 50세 생일날 요즘 틈틈이 배우고 있던 동양 침술 과정을(독일에서도 동양 침을 맞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에...)끝내고 자격증을 받는 강습을 받으러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무언가를 배울 때 세상에서 제일 행복 해 지는 남편은 자기 생일날 공부를 하러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른 도시로...


예전 같았다면 화를 냈을지도.. 삐졌을지도 모른다. 다른 날도 아닌 생일날 가족도 없이 다른 도시로 뭔가를 배우겠다고 혼자 가 있고 싶다는 남편에게 말이다.

생일 같은 특별한 날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사람은 모두가 다르지 않은가? 가족이라고 해도... 원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온 가족이 식당에 가도 각자 다른 메뉴를 고르듯이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언제나 내 생각에.. 나 라면..이라는 내 기준에서 남편의 생각과 선택.. 행동 들을 바라 보고 억지로 이해하려다  보니 서운하고, 화나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이제 결혼해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며 남편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속속들이 알게 되고 그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고 나니 모든 것이 간단하고 쉬워졌다.

바로 지금처럼.... 놀 때는 없던 힘도 생기는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 남편은 공부할 때가 두 눈을 반짝이며 세상 젤루 행복 하지.. 하고 말이다.

(독일식 누들에 치즈)                                                                            (독일식 스테이크와 감자 크로스)

(독일식 으깬 감자와 돼지갈비 그리고 사우어 크라우트)         (독일식 돈가스와 감자로 만든 크로스)

그래서 결론은 라이프치히
따로 그리고 함께...


그래서 나는 남편의 생일날 이자 아이들 가을 방학 마지막 주말을 음악과 바흐로 유명한 아름다운 도시 라이프치히 로 따라가기로 했다.


우리도 함께 가서 생일날 공부하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 오전 부터 오후 까지 공부할 시간을 주고 그 동안 우리는 동물원으로 시내로 구경 다니고 맛나고 행복한 저녁 시간함께 하기로 하고 말이다.


어딘가로 가족이 함께 간다면 당연히 같이 움직 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큰 맘먹은 선물인 셈이고 그 덕분에 공부하는 시간 외에 저녁 시간에는 생일날임에도 혼자 낯선 도시에서 식사하고 지내야 할 뻔 한 남편 에게는 감동 스런 선물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라이프치히 에서 남편의 50 생일을 보냈다 따로 그리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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