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활동 사진 같던 기숙사의 인터넷의 사용량이 커 지면서 독일 유학생 들의 드라마 시청에
새로운 바람 이 불어왔다.
그것은 어둠의 경로로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의 CD를 굽는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프랑크푸르트 또는 베를린 에 한국 비디오 CD를 대여하는 곳들이 있었지만
시간 없고 돈 없는 유학생 들 이기에 한국에서 다른 분들이 올려 주신 것 들을 감사히 받아 시디로 복사해서 공유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따끈따끈한 최신 드라마 시디를 서로 돌려 보기도 하고 명절에 큰집에 모이듯 함께 모여 재미나게
보기도 했었다.
그 시절 다운로드의 귀재들은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김정은, 박신양의 파리의 연인, 송혜교, 비의 풀하우스 등 그 당시의 최신 드라마를 그 시절의 고화질로 며칠 안에 볼 수 있게 해 주던 신기한 기술을 가진 고마운 사람들 이였다
그때 그들의 기술은 타짜는 쨉도 아닌 것이었다.
4. 한국 드라마 시청의 신세계
그 이후에 외장용 하드라는 신기한 물건이 나오고부터는 함께 모여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각자 집에서 홀로 또는 몇몇만 모여 보는 것으로 점점 변화되기 시작했다.
또 전에는 24부작 미니시리즈를 24장의 시디에 담았었는데 이 외장용 하드가 나오고부터는
그 당시 책 한 권 크기의 하드에 무수히 많은 양의 드라마나 영화를 넣고 볼 수 있었으니
한국 드라마 시청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셈이다.
5. 혼자 놀기의 진수
요즘은 독일에서도 집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 뉴스, 예능 등 웬만한 것은 다 시청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지 싶다.
하지만 나는 다분히 아날로그 적인 사람 이여 그런 지 함께 모여 한국 음식 보글보글 끓여 먹으며
드라마 같이 보던 그때 그 시절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문득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그 당시 수많은 추억 들을 공유했던 사람들 중에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추억의 사람들이 있다.
독일의 괴팅엔 대학 기숙사 중에 하나, 주로 싱글 또는 아이 없는 부부들이 사는 기숙사
조금은 독특했던 그러나 정 많던 사람들...
1. 족집게 보살 강림 우리 집에서 한국 드라마와 한국영화를 함께 자주 보던 유학생 처자들 중에
유난히 드라마에 촉이 발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 들은 마치 미리보기를 집에서 보고 온 것처럼 극의 상황 전개를 꿰뚫고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이고 앞으로 내용이 어찌 될 것인 가를 훤히 내다보며 부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의 설명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때 당시 한국에서 워낙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 하나, 배우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결말을 두고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말들이 많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예의 그녀 들이 내어 놓은 결말에 관한 예상이 정확히 적중해 우리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2. 기왕이면 드라마도 보고 님도 만나고..
어느 날 어느 집으로 누가누가 모이나 명단을 확보하려는 꾼? 들이 몇 명 있었다.
지금도 그럴 수 있겠지만 예전 에는 사랑의 작대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미혼남녀의 비율도 맞지 않는 데다가 각자 쳐다보는 방향이 달라 서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 몇 명은 아주 용의주도하게 원하는 사람 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시도했었다
그러기 위해 뉘 집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초대를 받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 궁수 중에 하나가 최신 영화 또는 드라마 담은 CD 또는 외장용 하드였다.
그중에도 온 동네가 다 알던 유난한 총각 이 있었는데 그 총각은 랄랄라처자가 초대된 집은 꼭 같이 초대받고자 애를 썼었다. 기를 쓰고 구한 최신 유행 한국 드라마 CD를 들고 누구나 눈치챈 의도된 만남을 통해 어떻게든 기회로 삼아 보고자 했건만 세상 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상당히 많다는 교훈만 얻었다
우리가 살던 괴팅엔 대학 가족 기숙사 ATW , 그 당시 20가구 중에 9가구가 한국 유학생이던 시절이 있었다.
3. 네가 더 무섭다.
어느 금요일 여러 명의 유학생들이 우리 집에 모여 김치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한국에서 소포로 받은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무서운 한국 공포 영화를 불까지 꺼 놓고 마치 극장에서 보는 기분으로
함께 가슴을 졸이며 보고 있었다.
체격도 당당한 상남자 포스가 넘치던 지말로는 무슨 특수 부대 출신 이라던 한 남자 유학생이 있었다.
영상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귀신에 놀라 온몸을 흔들어 대며 소리를 질러 댔다. 그 바람에 영상에서 흐르는 음향 효과 외에 살아있는 음성 효과 삼 옥타브의 "악~~~" 소리에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가 기겁을 하고 함께 소리를 지르며 난리 가 났었다.
그때 이후로 그 친구의 애칭은 네가 더 무서워 였다..
왜 주변에 뭔 일이 터져도 굳건할 것 같은 듬직하고 씩씩한 스타일의 남학생들 있지 않은가?
그런 남학생이 영화 속에 등장한 귀신에 놀라 여학생들을 다 제치고 먼저
벽 잡고 소리소리 지르고 말았으니 그 학생 은 좀 창피했을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 에게는 두고두고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4. 뚫어 의 여왕
평상시에는 얌전하고 조용한데 드라마보다 삘만 받으면 옆에 있는 사람을 사정없이 등이며 팔이며 다리를 무차별 두들겨 대다 웃다 소리 지르다 별짓을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방면으로 유명세를 탄 웬일이니처자는 아무리 여러 명이 좁은 방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드라마나 영화를 같이 보더 라도 그 옆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는 기적을 낳았으니 일명 자리 확보 뚫어~~ 의 여왕이라 할 수 있겠다.
5. 국가 대표급 체력
남의 나라 말로 공부하려니 스트레스가 쌓여 사리 나오게 생긴 학생들이 주말 이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미니시리즈 24부작, 16부작 을 몰아서 떼는 처자들이 있었다.
1편당 못해도 한 시간 되는 것들이 많으니 24부작을 떼려면 중간중간 밥 먹어 가며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하루 반나절은 꼬박 잠 안 자고 봐야 한다
그러고는 또 놀러 간다. 그건 보통 체력이 아닌 거다.
내가 한번 그 처자 들과 함께 16부작 떡볶이 먹어 가며 밤새워 하루 만에 떼고
그다음 날 어디 갔다가 골로 갈 뻔했다. 그런 체력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시집가서 엄마들이 되어 있는 그 시절 그 처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떡볶이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PS: 아직도 우리 집에 는 그때 시절 선물로 받은 한국 드라마, 영화 시디와 미니시리즈 드라마, 영화 등이 가득 담긴 빛바랜 외장용 하드 가 가보처럼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