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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2. 2016

독일 사람들과 궁중요리

그들과 함께 불 뿜는 신선로



  궁중 요리 강습 이 있었다.

지금

한국 요리강습을 하고 있는

독일의  

 문화센터 Kfb, Vhs 두 곳에서
처음
 궁중 요리 강습반을  

신설하고 힘차게 시작하면서

유럽 축구경기 결승전,

연휴 사이에 낀 강습 일정 등으로

뜻하지 않게

다른 한국요리 강습반에 비해

난항?을 겪었었던 터라

궁중요리 강습이 있는 날은

언제나 보다 더 강습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 얼마 전

한국에서 시어머님이

독일에서 한국 요리를

가르치는 요리 강사 며느리

강습할 때 폼나게 입으라고

보내 주신

애정 담긴 고운

개량 한복까지

꺼내 입고 보무도 당당히

문화 센터로 향했다.  

그. 러. 나

오늘 주메뉴는

손도 많이 가고

한국 사람들 에게도

쉽지 않은

신선로 다.


1. 먼저  

강습 준비를 하면서

독일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힘든 신선로 그릇이 문제였는데

한국에서 가져오자니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

어렵고

자주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주문도 하기

어렵다.

독일의 납작한 냄비

우리로 보면 전골냄비 로만

대체 하기에는 신선로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고민 끝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카셀을 다 뒤져서

숯불을 이용하는

중국식 탕기를 준비했다.  

그. 런. 데

우리와는 많이 다른 독일의 식문화

에서는

주로 끓였던 것을 식지 않게

유지하며 먹는 것이 대부분이라

식탁에서 활활 불 붙여서

뭔가를 끓여 먹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2. 더구나

한국에서처럼

스텝 들이 조리

시현을 보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재료 손질과

시현 과정 전반에 거쳐

그리고 조별로 나누어

실습하는 과정 전체를

혼자 뛰어야 하는

나는

한국 요리라고는 처음 해 보는

 열네 명의 독일 사람들에게

그중에서도 궁중요리

신선로를  

강습 시간 내에

잘 전달해서

해 낼 수 있게 해야 한 다는 것

만으로도 나를

 팽팽한 긴장 가운데 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오늘처럼

불 팍 팍 붙여서 해야 하는 요리일

경우

첫째도 둘째도 안전인데

행여나 강습하다 소방서에

전화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

 했다.  


3. 육수 내고

고기 재고

일일이 지단, 전 붙여 내고

예쁘게 돌려 담은 신선로

에 불을 붙여 끓여야 하는

쉽지 않은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수강생 들은 이 손이 많이 가는

조리 과정을

재미있어했고
본인 들이 하고도 뭔가 보기에도 그럴듯한
요리들이 나와 주니 감탄하며

모두 잘 따라와 주었다.  


 
4. 비록

서툴게 삐뚤빼뚤 담기고

지단이 너덜너덜하게

붙여져서

모양새가 그리 이쁘지는 않지만

한국 주부들에게도 쉽지 않은

신선로를

한국 요리라고는

레스토랑에서 몇 번

먹어 본 것이 다 이거나

먹어 본 적도 없는

독일 사람들

만들어 낸 신선로

제법 그럴듯하지 않은가?

 


5. 오늘 강습 에는 식탁 위에서 

불을 뿜어 대는 신선로만큼이나

아주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참가했었다.

출석부 에는 모두

독일 이름과 성으로

써져 있어서  

그분이 한국분 인지도

몰랐는데

본인 소개를 할 때

자기는 한국말은 할 줄 모르지만

부산에서 태어났고

독일 부모님께

입양된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하며

한국 음식을 특히나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분명

 행복한 어린 시절을

좋은 부모님과 함께 보냈음은

묻지 않았도 알 수 있었지만

어찌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음에도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보내진 자신의 배경에

자라면서

분노했거나 서러웠을지도

모르는데.....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고

한국 음식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한다는 관심과 열정이

강습 내내 나를 뭉클한 감동에

젖게 했다.


우리는

한국 궁중요리로

삼색전, 탕평채, 삼색 무생채,

신선로 , 약밥

궁중요리로 한상

멋드러 지게 차려 놓고

맛나게 먹으며 강습을 마무리했다.

 
강습 후에

한 명씩 예쁜 한지에

 붓글씨로 한국 이름을 적어

나누어 줄 때도

그분은

내게 독일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

누구라고 적어 달라고 했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아서

눈 크게 뜨고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최선을 다해 예쁘게 적어 주고

이름 옆에 부산이라는

그분이 태어난 도시 또한

따로 적어 주었다.


독일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한국요리 강습에서

새로운 강습 메뉴를 시도할 때마다

식재료부터 레시피까지

여러모로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강습 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막상 강습 안에서는

예상했던 범주를 벗어날 때도 있고

또는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던
그대로 일 때도 있다.

그래서 어느 때는

당황스럽고 힘들 때도 있고

또 언제는

 잔잔한 감동 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도 있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사람 들 과의 강습은

 내겐

모두 다르고 특별하다

언제나 세상에서 단 한번뿐인

한국요리 강습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공연이 단 한번뿐 이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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